한국학 칼럼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기초 교육 프로그램 “한문워크숍”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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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고문서연구실 연구원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예술, 패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학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장서각에 소장된 귀중한 자료들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문화적 확산을 꾀하고 있다.


   장서각 자료는 전통 시대의 생활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귀중한 보물이다. 이런 전통 시대 자료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1차 사료를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전통 시대에 만들어진 자료들은 대부분 한문으로 작성되었고, 기록된 한자도 별도의 규칙으로 간략하게 쓴 초서로 기록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자료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해외 한국학계에서는 한국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해 한자, 한문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 시대를 연구하는 해외 연구자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장서각에서는 그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그들에게 다양한 고전 자료는 물론 전통 시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고문헌도 소개하고, 해당 자료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강좌 개설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장서각 자료의 세계화 및 한국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016년 이래 해외 한국학의 기초 학문 교육 증진을 목적으로 해외 한국학 대학원생, 연구자 등을 초빙해 한문 강좌를 개설해 오고 있다.


   처음 2016년 한문워크숍 강좌가 개설되었을 때에는 해외 한국학 연구자들이 한국식 한문 자료를 영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는 한국에서 일정 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일부만 선발하여 교육하는 문제가 있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부득이하게 장서각 소장 자료를 읽고 소개하는 한국어 강좌를 제작하여 영어로 번역한 후 해외 한국학 연구자 및 학생들에게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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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국고문서자료관에서 상시 공개 중인 2022년 한문워크숍 온라인 강좌
* 한국고문서자료관 누리집 바로가기


   온라인 코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 고급 한국어 인문학 강좌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었다. 해외에서는 전통 시대의 한국 역사, 문화에 대한 인문학 강좌가 많지 않아 그런 강좌를 듣고 싶어도 강의가 없고, 강의가 있어도 지리상 거리가 있는 곳에서 진행되거나, 시간적인 문제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국에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는 2016년~2019년 “한문워크숍”의 경우 3주 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어도 지원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는데,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해외에서는 접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본인의 관심사 연구에 직접적 도움이 될 한문, 언문, 이두 등에 대한 기초 교육도 지속적으로 요청되었다. 아울러 이렇듯 학문적인 시각에서 “한문워크숍”에 접근하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한편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비록 전통 시대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낮지만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던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강좌의 필요성도 자주 언급되었다.


   2023년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선언 이후 “한문워크숍” 프로그램의 방향을 새롭게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경험했던 “한문워크숍”의 여러 방식들, 즉 한국 내 대면 수업, 온라인 동영상 수업, 영어 수업, 한국어 수업, 강의내용의 영어 번역 등 여러 다양한 방식 중 좋은 부분을 살펴 연구자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 수업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강의 장소는 더 많은 인원이 들을 수 있도록, 한국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해외 한국학 연구 중점 기관을 선정해 해당 대학과 그 주변 대학의 연구자 및 학생을 모집한 후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강의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영어와 한국어로 제공하고, 기초 한문 교육과 장서각 자료를 소개하는 강좌도 함께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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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모습, 한국학연구소에서 강의하는 모습(2024. 6.)


   그 결과 2023년에는 유럽 한국학 연구의 중심지인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계 문서, 고종의 유시, 동서양 문화 교류에 대한 강좌 등을 제공했고, 2024년에는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명대학교(INALCO, Institut national des langues et civilisations orientales)와 독일 베를린자유 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동양 고전 자료, 고문서, 언문,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를 읽는 수업을 개설할 수 있었다. 이들 대학은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학부 수준의 한국학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원 과정을 구비한 한국학 연구 중심 대학으로 거듭나 있으며, 미래의 한국학 연구를 주도할 수 핵심 대학들이다. 특히 프랑스 INALCO 강의에는 파리 시테 대학, 소르본 대학 등 파리의 대표적 중요 대학 소속 학생들과 연구원, 도서관 사서, 그리고 각 대학 한국학 전공 교수도 함께 참여하여 1주일 간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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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프랑스 INALCO 건물 모습, INALCO 고문서 워크숍 현장 모습(2024. 6.)


   한문 기초 수업은 동양 고전 자료 및 장서각 소장 자료에서 중요 문장을 선별하여 학생들과 함께 직접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동양 고전 자료의 경우 영어로 번역된 다양한 번역본을 비교, 검토하고, 그 문장의 의미와 연구 등을 공유함으로써 다각적인 측면에서 자료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기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서각 소장 자료를 선별해 소개하고 함께 읽으며 판독하는 강좌를 기획했다. 장서각 소장 자료는 1차 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2차 사료나 3차 사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료는 해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낯선 자료이기에 수강생들도 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의식 수업 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한자를 읽고 해석하며, 한글자 한글자를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며 깊이 있는 토론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한 결과, 자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 이해도가 높게 지속될 수 있었다.


   해외 한국학계의 한자, 한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실로 뜨겁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에서의 한문 교육보다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가르치기보다는 본인이 연구 자료를 직접 찾고 이해해 갈 수 있도록 기초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한국학계 교육의 흐름에 따라 장서각에서도 본원 소장 고문헌을 직접 소개하고 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연구자 개개인이 직접 고문헌에 접근하여 스스로 연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강좌를 개발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문서는 동양 고전과 비교해 사용하는 단어와 문법, 체계가 다르기에 그에 맞는 단계적 교육 과정과 체계적인 교재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장서각에서는 “한문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단기성 교육 강좌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전통 시대 한국학 연구자의 양성을 꾀하는 동시에 무엇보다도 고문헌 1차 사료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학습 컨텐츠를 갖춰 나가야 한다. 장서각 “한문워크숍”을 통해 해외 한국학 연구자 및 학생들에게 한문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장서각 소장 자료를 소개하는 것이 프로그램 설립 초반의 목표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한문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고문헌을 활용하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 방향을 설계하고 성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