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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진흥을 선도함으로써 선진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 합니다."

  - 제20대 원장 김낙년 박사 취임식 거행


   한국학중앙연구원 제20대 원장 김낙년 박사의 취임식이 2024년 8월 2일(금) 대강당에서 열렸다.
   김낙년 원장은 취임사에서 “연구원은 설립 목적에 따라 한국학의 진흥을 선도함으로써 선진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 요구되므로, 연구원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갖고 이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라며 취임의 일성과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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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취임사 사진


   취임식에는 김주성 이사장 외 여러 이사들도 참여했으며, 김주성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세계인들이 현대한국의 성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니 연구원도 고전과 현대 연구를 조화롭고 풍부하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며, 우리도 신임 원장님을 온 힘을 기울여 돕겠다.”며 환영의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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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환영사하는 김주성 이사장, 단상 좌측부터 홍석조 이사, 이상훈 이사, 이명희 이사, 김원중 이사


2024년 김낙년 원장 취임사

친애하는 연구원 가족 여러분, 귀한 시간을 내주신 김주성 이사장님과 이사님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제20대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연구원에 부여된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연구원이 1978년 설립된 이후 전임 원장님들의 지도력과 연구원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난 46년 동안 한국학의 연구와 교육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인문 사회과학적 연구를 축적해 왔습니다. 장서각을 비롯하여 한국 고전 자료의 수집 연구 번역 및 편찬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편찬하고 지방 문화 유산을 수집 정리하는 등 한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한국학 학술 정보를 전산화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국학 연구 성과의 발간과 보급은 물론, 국내외 학계와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한국학 대학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하여 미래의 한국학 연구자의 양성에도 힘써 왔고, 한국문화에 대한 국제적 이해의 증진에도 노력하는 등 많은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원이 한국학 연구와 교육을 리드하는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앞으로 많은 분들의 지혜와 조언을 경청할 생각이지만, 먼저 그에 관한 제 생각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역사는 근대 이후로 한정해 보아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한국은 근대 이행의 격동기에 자주적인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고, 해방 후 분단되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며, 현재까지도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에 성공하였습니다. 과거 식민지 지배를 받은 나라가 해방 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룩한 유일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과거 한국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개도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K-culture의 확산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학을 진흥하고 세계 속에 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학 연구는, 첫째,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가 어떻게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였는지에 관해서는 국내외에서 이미 많은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구명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근래에는 이들 경제가 저성장과 불평등 확대라는 이중고에 빠져 있고, 사회적으로도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한국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당면 과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그 역사적 뿌리를 천착함으로써 한국학을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심층 연구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종종 특정 시대의 특정 주제에 매몰되어 다른 시대 전공자와 대화 없이 고립되어 연구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전공하는 시대를 다른 시대와 비교하여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는지 또는 각 시대를 관통하여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가 무엇을 구명하려는 것인지를 자문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현재’에 발을 딛고 ‘과거’를 연구하면서 그 속에서 ‘미래’의 길을 찾는 연구 자세가 한국학 연구에 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한국학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나라와의 비교 연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학 연구를 폭넓은 시야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학 연구가 자칫 자국 중심주의에 빠질 수 있는 것을 경계하고,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 한국학 연구가 그동안 양적으로 크게 팽창해 왔지만,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의 질을 높이는 관건은 역시 한국학 각 분야의 주요 주제에 대해 충분한 실적과 능력을 갖추고 열정을 가진 연구자를 발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연구서를 집필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때 이러한 연구자의 선발과 그 결과물의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심사자 또한 그 주제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연구의 개선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로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과제의 선발과 그 심사 제도가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물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번역하여 출판하고, 나아가 연구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도 만들어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학 연구의 질을 높이고 그 연구 성과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넷째, 우리 연구원은 한국학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원 교육을 통해 한국학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경주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대학원생들이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기초적인 소양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학제적인 훈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와 함께 한국학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론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자료를 읽고 해석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을 필요가 있는데, 이 점에서는 우리 연구원은 연구와 교육이 연계된 연구 중심 대학원이라는 점이 장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훈련과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미래의 한국학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외국 유학생의 경우에는 스스로 한국학 연구를 자신의 인생 커리어의 중요 부분으로 선택한 만큼 그들이 연구에 매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임하고, 일의 성취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낭비되거나 비효율인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걷어내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구성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고, 활기찬 직장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친애하는 교수, 직원, 학생, 그리고 내빈 여러분,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품격이 있는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보다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원도 설립 목적에 따라 한국학의 진흥을 선도함으로써 선진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이 일에 모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내빈 여러분과 연구원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4년 8월 2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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