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국학

해외 한국학자를 만나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 University of Copenhagen -

저자 사진
Barbara Wall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Q1.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Barbara Wall입니다. 2014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캐나다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박사후 연구과정 자리를 얻었고 그다음 2년 동안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한국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다가 2017년 코펜하겐대학교로 왔습니다. 저는 문학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동북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이야기들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유통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독일, 일본, 중국, 한국, 캐나다 등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는 학사 때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중국학을 전공했고, 이후 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려대학교에서 비교문화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Ruhr University에서 서유기가 한국에서 어떻게 유통되어 왔는지에 대해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내년 초에는 Brill 출판사에서 저의 첫 책, "The Dynamic Essence of Transmedia Storytelling"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약 13년 정도 걸렸는데 서유기가 아직도 여전히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와 집필을 끝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한국 보이그룹 세븐틴이 “손오공”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었죠. 14세기에 이미 이색이라는 유학자가 손오공에 대해서 시를 썼는데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손오공에 대해서 노래나 만화를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면 서유기는 몇백년 동안 계속 우리와 같이 살아왔다고 볼 수도 있으며, 또한 서유기의 힘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24년 발간 예정인 책 살펴보기 (Click)


Q2. 현재 덴마크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한국학 연구·교육 현황은 전반적으로 어떠한가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도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기가 많습니다. 일반고등학교에서는 아직 한국어를 배울 수는 없지만 방과 후 수업에 한국어반이 많아 코펜하겐대학교 한국학 학생들이 여러 고등학교에서 한국어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한국어도 중요하지만 특히 초보자를 위해서는 덴마크어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덴마크학생이 한국어를 배을 떄 어떤 부분을 어려워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덴마크어를 원어민처럼 잘 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중에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덴마크학생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한글도 배우고 Duolingo라는 앱으로 한국어도 배우는 거죠.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가 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학의 경우도 덴마크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덴마크에서는 한국학 학생 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도 매년 약 100명이 지원하고 그 중 25명 정도가 뽑힙니다. 통계를 보면, 덴마크에서는 중국학, 일본학, 한국학 중 일본학의 인기가 가장 높은 반면 중국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학의 인기는 일본학과 중국학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합쳐도 그 수가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들 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는데, 덴마크에서는 일본학의 인기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편입니다.


Q3. 그간 코펜하겐대학교에서 진행돼 온 한국학 연구, 교육 활동 및 그 결과나 성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언어]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한국학과의 장점 중의 하나는 한국어 교육입니다. 한국학과는 Cross-Cultural and Regional Studies 학부에 속해 있는데, 이 학부에서는 언어를 매우 중시합니다. 한국어 없이는 절대 한국학을 할 수 없다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은 1학년 때는 12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이수해야 하고, 졸업할 때까지 계속 한국어로 된 자료를 활용하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번역] 한국어를 덴마크어로 번역한 책이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덴마크에서는 번역가 육성을 위해 매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번역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코펜하겐에 소개된 작가들은 공지영 작가, 편혜영 작가, 신경숙 작가, 정병설 작가, 손원평 작가입니다.


 [Digital tools] 코펜하겐대학교에서는 digital humanities 교육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학 연구 및 교육에서도 디지털 도구의 효과적 사용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에 있는 IT University와 함께 Game Jam도 개최해 봤는데요, Transmedia Storytelling과 관련된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으로 항상 소논문을 써야 하지만, Game Jam을 할 때는 논문 대신 팀으로 컴퓨터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링크에서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결과물 보기 (Click)


  [인근 지역 대학과의 협력] 각국 한국학의 규모가 비교적 작고, 각 대학마다 교수직이 1-2명 밖에 없어 여러 교수들이 손을 잡고 함께 활동해야 한국학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2년마다 Nordic 지역의 대학교들에 재직, 수학 중인 교수와 학생들을 모아서 Nordic Korean Studies Day를 개최해 왔는데, 2022년에는 교수 10여명, 학생 100여명이 참석하였습니다. 2024년에는 처음으로 Baltic 지역의 한국학 대학들도 추가해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하단의 참여대학 목록 참조)
    * Norweg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Zoran Lee Pecic 교수)
    * Stockholm University (Sonja Haeussler 교수)
    * The University of Latvia (Kaspars Kļaviņš 교수)
    * Turku University (Sabine Burghart 교수)
    * University of Copenhagen (Barbara Wall 교수)
    * University of Helsinki (Andrew Logie 교수)
    * University of Oslo (Vladimir Tikhonov 박노자 교수)
    * Vytautas Magnus University (Linas Didvalis 교수)


  2024년 Nordic-Baltic Korean Studies Days는 코펜하겐에서 3월에 Nordplus의 지원으로 개최될 예정인데, 각 대학에서 학생들 약 10명 정도씩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2022년 성과인 Nordic Korean Studies Days의 프로그램과 사진들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2022년 Nordic Korean Studies Days Facebook (Click)


  [Online activities] 코로나 때 학회나 워크숍이 모두 취소돼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Online 토론회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녹음된 비디오들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Korean Studies Online 토론회 (Click)


  [2023년 AKSE 개최] 이번 AKSE 학회에는 당초 200명 정도가 등록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300명 이상 등록해 주셔서, 주최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초반에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서로 도와가며 잘 대응하여 정말 보람 있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그 때 Virtual Book Exhibition도 준비했었는데 아래 링크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AKSE] 가상 책 전시관(Virtual Book Exhibition) 살펴보기 (Click)


AKSE

Q4. 2021년부터 시작된 해외한국학 씨앗형 발전단계 사업은 현재까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덴마크에서는 박사과정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교원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장학금이 아닌 월급을 지급합니다. 덴마크에서는 박사과정생이라도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박사과정생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외한국학 씨앗형 발전단계 사업 덕분에 오랜만에 처음으로 박사과정생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고 박사과정생으로 선발된 Amos Farooqi는 지금 한국 힙합에 대한 박사논문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는 TEMPTING TUNES: Interfaces of Sound and Narrative in Korean Culture (매혹적인 선율: 한국 문화 속 소리와 이야기의 만남)인데 이 프로젝트 안에서 3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1. 한국 힙합     2. 한국대중문화 속 종교적 음악과 소리의 역할     3. 한문학에서 소리의 역할        => 자세한 정보 살펴보기 (Click)


효경언해

[그림 1] (좌) 신경숙 작가와 함께 한 문학 번역 ZOOM 워크샵 사진, (우) (씨앗형사업) 한국 문화 속 소리와 이야기의 만남 프로젝트 활동 사진


AKSE

Q5. 해외한국학사업을 추진하시면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장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덴마크에는 박사과정생이 적어서 한국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박사과정생을 키워 한국학 팀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지기를 희망하며, Nordic-Baltic Korean Studies Days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Nordic-Baltic Korean Studies Network에서 더 많은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6. 마지막으로, 덴마크의 한국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Nordic 지역 소개 국가들에서는 한국학의 인기가 높은데, 유럽에서 개최되는 한국학 학회 참석자나 장학금 수혜자 중에는 정작 Nordic 출신 학생들이 거의 없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한국학 역사가 가장 길어 유럽 한국학의 중심을 이루는 반면, Nordic 소개 국가들은 교육 제도가 달라 장학금 수령이나 박사과정 진학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낙후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Nordic 나라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한-북유럽(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특별협력사업을 공고했는데 이러한 특별사업이 앞으로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의 Volkswagen, 덴마크의 Carlsberg 같은 큰 회사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문학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삼성과 같은 큰 한국회사가 Carlsberg와 손을 잡고 한국학에 투자하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