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한국정치와 철학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 그게 제 학문활동의 원동력입니다."
이번 ‘한국학 클럽’ 코너에서는 홍콩 성시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김성문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AKS Newsletter) 독자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소개와 하고 계시는 연구교육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홍콩성시대학 (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국제공공정책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인문사회과학대학 부학장 및 비교동서철학센터 소장직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미국 매릴랜드대학 (University of Maryland-College Park)에서 정치이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버지니아에 있는 리치몬드대학 (University of Richmond)에서 조교수로 그리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주 전공은 현대유교정치이론으로, 특히 민주주의론과 헌정이론에 관심이 많고, 중국 및 한국정치사상사, 비교정치철학 등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Q2. 교수님은 동서비교정치이론과 유교정치이론, 민주주의와 시민성, 동양정치사상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국학 연구 활동(강연, 저서 발간 등)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연구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학부부터 박사까지 줄곧 정치학과에 있었는데, 90년대 중반 군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이후 현재까지 저의 주된 관심사는 한국에서 민주적 자치(democratic self-rule)를 실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의미있는 민주제도와 실천에 관심이 있다보니 일단 “한국”을 보다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었고, 한국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한국/유교철학과 한국정치사상사에 관해 배우면서 한국학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이후 민주주의에 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매릴랜드대학에서 박사공부를 하는 동안 서양정치사상 및 이론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습니다.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된 제 연구관심은 이후 유교철학과 유교민주주의, 중국 및 한국정치사상, 비교정치철학, 그리고 법이론 및 헌정이론으로까지 확대되어 여러 편의 논문과 저서로 결실을 맺었는데요. 굳이 말하자면 한국정치와 철학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가 제 학문활동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림 1] 김성문교수의 저서(2014~2023) / 6권의 단독 저서, 3권의 편저서
Q3. 2000-2002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당시 대학원 생활과 그때 시절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또 대학원 전공 공부와 당시 대학원 생활이 교수님에게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2000년 한국학대학원에서 당시 처음으로 만든 석박사통합과정 1기생으로 입학해서 2002년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원래 연구원에 지원할 당시에는 유교민주주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막상 입학하고 한문과 한국철학, 조선정치사상을 공부하면서 퇴계와 남명의 정치사상으로 석사논문을 쓰게 되었죠. 석사생활 기간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당시 청계관의 난방시설이 열악해서 매년 매우 추운 겨울밤을 보내야했다는 점 그리고 밤 열시만 되면 배가 몹시 고팠다는 점입니다. 당시는 아직 판교가 개발되기 한참 전이여서 연구원 주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학업 관련해서는 역시 국문학, 한국사 등의 대학원 공통과목을 수강했던 것을 꼽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비전공 과목을 (억지로) 듣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는데 돌이켜보면 그걸 계기로 타전공 동기생들과도 가까워지고 그들의 학문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학과에서는 박병련, 정윤재 교수님 등과 실록, 문집 등을 읽으면서 한국정치사상 공부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작년에 출간한 저서 Im Yunjida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2)과 최근 Philosophy East and West라는 저널에 출간한 이색과 정도전의 정치사상을 비교하는 논문, 그리고 변계량의 정치사상에 관한 논문 등은 20여년전 연구원에서 배우면서 정리했던 내용들을 발전시킨 연구물들입니다. 아울러 철학과에서 김형효, 한형조 선생님께 배웠던 비교철학, 한국철학 과목들, 그리고 철학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했던 “금요철학강좌”는 정치학자인 제가 철학의 영역으로 학문적 관심을 넓히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Q4. 최근 K-Culture, K-Pop 등 전 세계적으로 한국학과 한국문화가 많이 세계화되고 있는데요.
  교수님 역시 해외 한국학자로 많은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실 듯 합니다. 또 교수님이 홍콩에서 생활하시면서 대학에서 느끼는 한국학(한국에 관한 연구 등)에 대한 외국인 학생들의 인식, 한국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어느정도이며 그간 어떻게 변화되었을까요?
  일단 지난 15년 가까이 홍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홍콩학생들에게 한국은 이제 선망의 대상이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에 한국의 대중문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특히 최근들어) 이곳 학생들이 한국에 관해 가장 부러워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홍콩학생들의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문학, 철학, 역사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그리 활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점에서 홍콩의 어느 대학에도 한국학연구소가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만 현재 제가 소장으로 있는 홍콩성시대학의 비교동양철학센터에서 한국철학과 사상에 관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한국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모임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Q5. 앞으로 해외한국학자이자 해외 석학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왕성하게 계획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살짝 교수님의 연구계획을 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은 지난 5월 Confucian Constitutionalism: Dignity, Rights, and Democracy라는 제 여섯번째 단독저서가 옥스포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되어서 올가을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몇 차례의 북 심포지움(Symposium)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조선정치사상사를 헌정주의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환으로 2023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해회한국학지원사업(Korean Studies Grant) 연구과제에 선정되 율곡의 정치철학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게되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 및 이 글을 보시는 연구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해외학계에서 동양/한국철학과 사상을 매개로 현대정치철학 및 비교정치이론을 공부하는 한국인 연구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학부나 대학원 초반부터 동양의 고전과 한문을 충실히 공부한 젊은 학자들이 다수 해외로 진출해서 서양이론도 열심히 연마해 동서양 고전과 사상에 모두 정통한 학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퇴계나 율곡, 다산 같은 과거 학자들에 “대한” 연구를 넘어 각자가 우리 시대의 철학자, 사상가가 되기 위한 지적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물론 인문학을 대중화시키는 것도 이 위기를 타개하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한문을 비롯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동서의 고전에 해박하며 현대철학과 이론에 정통한, 그래서 자기의 철학과 이론, 사상을 생산해낼 수 있는 창조적인 연구자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점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 더욱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