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국학

“외국 교과서에 기술된 한국의 모습”

저자 사진
정재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
선임연구원

   ‘인천은 북한의 항구’(체코 교과서, 2008년), ‘한국의 산업은 수산업’(네덜란드 교과서, 2010년), ‘한국은 (청바지의 원료가 되는 세계적인) 면화 생산지’(오스트리아 교과서, 2007년)와 같은 표현을 불과 10여 년 전까지 외국 교과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남북한을 혼동하고 한국의 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인한 이 서술들은 더 이상 외국 교과서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천이 북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 한국은 고도로 발전한 산업 국가로 스마트폰, 디지털TV, 대형 선박 및 반도체를 수출하는 국가이며, 청바지의 원료가 되는 면화를 생산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해당 국가 교과서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하는 데에는 이를 확인한 이후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우리 입장에서 잘못된 사실이 확실하지만, 해당 정보는 다른 국가의 교과서 내용이므로 우리의 바람대로 우리가 원하는대로 바뀌지 않는다. 국가마다 교과서에 대한 개념과 정책은 다양하고 한국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각국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도 했고, 때로는 교류 활동은 이어오고 있으나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교과서

[그림 1] (좌) 체코 교과서(2008년판)->체코 교과서(2016년판)        (우) 네덜란드 교과서(2010년판)->네덜란드 교과서(2013년판)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에서는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개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외국의 교과서 전문가들과 세미나, 연수, 지원 및 협력사업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수행해 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잘못된 기술을 수정하기도 하고, 한국 관련 내용이 없는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을 새롭게 수록하기도 한다.


   여러 성과 중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개정 이후 미국의 주요 교육출판사인 Teachers’ Curriculum Institute(TCI) 출판사와 교과서 개정 협업을 진행해 한국 관련 자료 제공, 현지 교과서 내용 검토, 현지 방문과 연수를 진행한 결과 2019년 개정판에 한국 관련 내용이 새롭게 수록되었다. 구체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를 소개한 챕터에서 위안부 여성들의 삶과 피해자 인터뷰 내용이 교과서 본문 서술과 사진으로 수록되었으며, 냉전의 확장을 소개한 챕터에서 한국의 산업 발전,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정치와 경제, 남북관계 등 총 20페이지에 걸쳐 한국의 역사, 정치, 경제 등이 기술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교과서

[그림 2] 미국 교과서(2019년판)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대상으로 교과서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것은 한국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국가를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과서의 내용은 한 번 수록되면 최소 몇 년 동안 유지되지만,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이미 수록된 한국 관련 내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 관련 내용이 없는 교과서는 한국 관련 내용이 새롭게 수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외국 교과서에서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하며 그동안 축적한 토대를 기반으로 더욱 유연하고 다채로운 협력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