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기록유산

보물 제1197호 기묘제현수필(己卯諸賢手筆) 보존처리

지주연 사진
지주연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정전문위원

2020년 장서각에서는 ‘기묘명현의 꿈과 우정, 그리고 기억(The Sages of 1519 Purge: Their Ideals, Friendship and Memory)’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보물 제 1197호 기묘제현수필(己卯諸賢手筆)과 보물 제1198호 기묘제현수첩(己卯諸賢手帖)을 집중 조명하여 개최된 전시로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인원과 시간을 조율, 온라인 전시를 개최하는 등 장서각 소장 중요문화재를 다방면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다. 전시의 주 자료인 두 필첩은 남원의 순흥안씨 사제당 종중에서 2010년 장서각에 기탁한 자료다. 특히 기묘제현수필의 경우 ‘2017년 장서각 소장 중요문화재 보존처리 용역사업’의 일환으로 약 1년에 걸쳐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이다. 본 글에서 이 필첩에 대한 보존처리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기묘제현수필은 안처순이 구례현감으로 부임할 때 유용근(柳庸謹), 조광조(趙光祖)를 비롯한 동료·친우 24명이 송별의 뜻에서 서(序)·시(詩) 등을 써준 전별 시문첩이다. 아들 안전(安瑑)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모두 24명의 필적이 48면에 실려 있다.1)

이 필첩의 경우 ‘2016년도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 결과 보존처리 필요 권고 대상으로 ‘2017년 장서각 고전적 보존처리 심의위원회’를 통해 보존처리 중요성을 검토하고 명문화하여 보존처리 사업이 추진되었다.

◆ 보존처리 개요

책 표지

종목
보물 제1197호
문화재명
기묘제현수필(己卯諸賢手筆)
수량
1첩
재질 및 분류
지류, 첩장본
크기
세로 50cm × 가로 38cm × 두께 3.5cm
보존처리과정
처리 전 조사▶해체▶접착 필름 제거▶클리닝▶배접지 제거▶메움 및 배접▶건조 및 제책
보존처리기간
2017.11~2018.11.

◆ 손상형태


기묘제현수필은 전체적으로 열화가 진행된 상태였으며 중앙부가 반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본지는 물얼룩, 갈라짐, 배접지 들뜸 등의 손상형태가 보였다. 특히 앞표지에 접착시트지(아스테이지*)가 부착되어 있어 이에 따른 손상이 가속화되었다. 접착시트지의 경우 소장처에서 필첩의 보호를 위해 부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접착 시기가 꽤 오래 지나 필름층과 접착물질이 이미 분리되어 필름층이 들떠 있었고 접착성분은 표지에 흡수된 상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접착시트지의 경우 표면을 보호하는 데 있어 당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으나 셀로판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열화 진행에 따라 유물의 표면에 접착물질이 고착화되어 본래 색상을 변질시키며 지질을 경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번 보존처리 사업은 접착시트지 제거를 통해 원형을 되찾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본지결손 필첩분리 본지갈라짐 표지마모 접착시트지부착 접착시트지들뜸

* 아스테이지: 염화비닐을 주성분으로 하는 플라스틱인 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가 필름층으로 뒷면에 접착성분을 첨가한 합성수지제 투명필름. 본래 명칭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이다.


◆ 처리 전 조사


보존처리 전 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구조적 특성, 재료의 형태 등을 기록하여 보존처리 및 처리 후 비교 자료로 활용하였다.

처리 전 조사에는 본지의 크기, 본지의 개별 두께, 메움지 선정을 위한 발촉 수와 발실 간격, 현미경 촬영, 열화 정도 파악을 위한 색도값과 산성도 측정이 진행되었다.

표1

◆ 해체


접착필름 제거: 해체에 앞서 앞표지의 접착필름 제거 과정이 먼저 진행되었다. 표지의 접착시트지가 안으로 접혀 본지 가장자리까지 부착되어 있는 형태로 접착시트지가 제거되어야 본지와 표지의 해체가 진행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접착시트지의 제거 방법은 1차 자문회의에서 논의가 되었는데 열화에 의해 필름층과 접착물질이 분리되어 끈적임 또한 약해져 보존처리용 소도구를 이용해 건식으로 제거하고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낮은 온도의 열을 이용하여 분리하기로 했다. 특히 표제 부분의 경우 가장자리가 접착시트지에 부착되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제거해야 함을 명시하였다.

접착시트지 제거에 앞서 충분한 사전 테스트를 진행 한 후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거하였으며 소도구를 이용하여 건식으로 제거하고 고착된 경우에는 소량의 정제수와 열을 가하여 분리하였다. 분리한 접착시트지는 기록 후 보관하였다.

필첩의 해체는 제책 순서, 본지의 위치 등을 모두 기록하여 원형대로 제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접착시트제거 제거후

(좌)접착시트 제거 (우)접착시트 제거 후

◆ 클리닝 및 배접지 제거


습식클리닝 배접지 제거

(좌)습식클리닝 (우)배접지 제거                                                                        

유물의 변색과 오염물을 줄이기 위해 건식클리닝과 정제수를 사용한 습식클리닝을 진행하였다. 본지 글씨와 부착되어 있는 발신자(비단에 기록된 편)의 이름이 유실되지 않도록 보호하여 클리닝을 하였다.

1차 자문회의 시 배접지 재사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본지의 경우 제거 후 보관하기로 하였으며 표지의 경우 배접지를 전부 분리할 경우 표지 손상이 우려되어 1차 구배접지를 유지하고 분리하였다. 실제로 앞표지는 15장, 뒤표지는 9장의 구배접지가 존재하였다.

◆ 메움 및 배접


본지의 경우 유사한 메움지를 선정하여 글씨부분의 결손부를 메움ㆍ보강하였다. 배접의 경우 기존의 배접지와 유사한 전통한지로 배접하였으며 배접 횟수에 따라 종이 방향을 달리하여 강도를 강화하였다. 기존 유물의 두께와 유사하도록 배접 횟수를 결정하였으며 표지는 14회, 본지는 6회 실시하였다.

결손부 메움 배접

(좌),(중) 결손부 메움 (우)배접

◆ 건조 및 제책


배접 후 건조가 완료된 본지와 표지는 원형의 크기와 순서에 맞추어 제책하였다. 또한 메움이 완료된 표제를 본래의 위치에 부착하여 마무리 하였으며 프레스기를 활용하여 압축 건조하였다.

좌)필첩 제책 중)압착 건조  우)보관

(좌)필첩 제책 (중)압착 건조 (우)보관

본지 10면 송병선(宋秉璿)의 필적 위치 변경: 본지 10면*에는 송병선이 조광조의 전별시 중 3수의 원고를 가져가는 대신에 기록해놓은 시편이 별지로 부착되어 있었다. 첩이 접히는 중앙 안쪽에 셀로판테이프로 부착되어 있었으며 테이프의 접착력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1차 자문회의에서 별지가 중앙부에 부착되어 있어 넘길 때마다 좌우 글씨가 한 면씩 가려져 전체 면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토대로 좌측 가장자리로 위치를 변경해 부착하였다. 종이띠를 활용해 접착부를 최소화하였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기묘제현수필은 오동나무 보관상자를 제작하여 보관ㆍ관리하였으며 보존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모든 기록과 구배접지와 같은 재료는 세부사항을 기록하여 별도로 보관하였다.

기존 10면 별지 위치

기존 10면 별지 위치

별지 재부착

별지 재부착

장서각의 기증기탁 자료의 경우에는 기묘제현수필과 같이 비전문적이지만 선조들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하여 임의 처리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가 때로는 유물의 손상을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그 또한 보존처리 담당자로서는 하나의 사례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보존처리 과정마다 원형보존과 유물의 수명연장이라는 윤리적 사명감 속에서 고민에 빠지지만 유물의 이면(裏面)을 확인하기도 하고 과거의 기록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보존처리 담당자로서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기묘제현수필의 전시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보람되고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접착시트지가 부착된 채 관리되고 있는 기묘제현수첩이 아쉬움에 남았다. 이번 보존처리 경험을 토대로 기묘제현수첩의 원형을 찾아주는 것 또한 보존처리 담당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좌) 보존처리 전·후  우)보존처리 후(1면)

(좌) 보존처리 전·후 (우)보존처리 후(1면)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기묘제현수필’ 발췌
* 참고문헌
-김미나, 「드로잉 작품에 부착된 테이프의 손상 특성과 보존처리 방안」, 공주대학교대학원, 2009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기묘명현의 꿈과 우정, 그리고 기억』, 2020
-http://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