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다양한 한국학 연구자들이 융·복합 주제를 가지고 학문적 교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중연 사람들 코너는 이색 분야를 연구하시는 한국학정보화실 곽낙현 선생을 만나보았다.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되어 무예사를 연구하기까지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곽낙현 사진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한국학도서관 한국학정보화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발주한 여러 가지 사업의 연구결과물들을 재가공하여 연구자와 대중들이 손쉽게 연구결과물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학성과포털” 사이트에 연구 성과를 업로드하고 자료를 검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정보화 분야는 서로 동떨어져보이는데 어떤 접점이 있을까요?


역사학을 포함한 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보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학을 예로 들더라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 『각사등록』 등 연대기 자료, 각종 법전류, 국가 예전 등 많은 자료들의 정보화가 이미 진행되어 있습니다. 정보화를 통해 연구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고 각종 연구 성과들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특정 분야 연구의 진행 속도는 그 분야의 정보화가 얼마만큼 이루어졌느냐가 향방을 가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연구자로서 정보화의 도움을 받아 역사학, 군사학, 스포츠인류학, 무도학 등 다양한 연구주제를 발굴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학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다소 생소한 분야인 무예사를 전공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기존에 체육특기생 출신으로 용인대학교에서 한국체육사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2006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역사계열(한국사학/고고학 전공)로 입학하여 ‘군제사 및 전통무예’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역사분야의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 2월 『조선후기 도검무예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저의 전공은 한국체육사 및 한국무예사입니다.


저는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무예실기(검도 5단, 태권도 3단)를 전공하였는데 실기를 뛰어 넘는 무예이론의 확장 필요성을 느껴 무예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역사학, 군사학, 체육학 분야가 접목된 융·복합 전문연구자가 부족하기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공과 관련하여 관심을 두는 사료가 있으면 하나만 소개해 주시죠?


『무예도보통지』

『무예도보통지』

무예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사료는 『무예도보통지』입니다. 이 책은 조선후기 정조가 편찬을 명해서 이덕무, 박제가, 백동수 등이 참여해 만든 책입니다. ‘무예서의 바이블’ 로 불리는 󰡔무예도보통지󰡕는 한국·중국·일본 무예를 개별자세의 명칭, 연결동작의 자세명, 전체동작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 책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무예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예도보통지』를 무형유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북한은 기록유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은 북한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였습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도 소장되어 있는데, 남한에서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및 남북한 공동 학술연구가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외부 활동도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전통무예진흥위원회 회의

전통무예진흥위원회 회의

저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전통무예진흥위원회 위원과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정책자문위원으로 국내외의 전통무예를 진흥하고 홍보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및 경기도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무형유산인 무예와 놀이 그리고 무기 등을 심의 및 현지조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립체육박물관 유물 심의위원·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지도자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이나 한중연에 있을 때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2006년 춘계 한국학대학원 학술답사
2006년 춘계 한국학대학원 학술답사

제가 대학원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6년 춘계 대학원 학술답사에 학술답사팀장을 맡았을 때입니다. 한국학대학원에 처음 입학하여 학술답사팀장을 맡아달라는 대학원 교학과의 요청에 따라 저를 포함한 한국사학과 동기 6명이 기획을 하였습니다. 당시 답사 지역은 충청권 일대와 서해안 지역으로써, 3박 4일 기간 동안 구석기 시대 유적부터 전근대 백제 문화의 정수와 중세 동학농민운동의 격전지역, 일제시기 독립운동가인 윤봉길 사적지까지 전시대를 아우르는 학술답사를 기획하였는데 동선을 짜고 자료를 준비하는데 있어 힘은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때의 추억이 대학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취미는 등산과 명상입니다. 주로 바쁠 때는 등산을 하고, 한가하고 여유가 있을 때에는 명상을 합니다. 월말이나 연말 등 여러 가지 업무가 쌓여 일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고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가까운 산에 갔다 오면 거짓말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곤 합니다. 본래 제가 가지고 있는 기운과 산의 정기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바쁠 때 보다 오히려 한가할 때 가끔씩 멍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바쁜 일상 가운데 불현 듯 찾아오는 여유가 가끔씩 어색하곤 한데 그럴 때 명상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신이 맑아지고 목표가 뚜렷해져서 다가오는 일들에 긍정적인 기운을 얻습니다.



곽낙현 사진

온라인소식지 독자 및 연구자분들께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학정보화실에서는 ‘한국학 디지털 아카이브’,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 ‘한국학 자료포털’ 등의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 및 연구자들이 한국학정보화실에서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를 연구에 활용하여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추가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다양한 한국학 연구자들이 무예사·군사학, 체육학 등 융·복합분야에서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학문적 교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