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터키 내 한국학의 발전 가능성과 이스탄불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정은경 사진
정은경
터키 이스탄불대학교

들어가면서


한국과 터키는 지리적으로 대륙의 양 끝에 자리잡고 있지만 고대 고구려와 돌궐의 관계에서부터 이어온 역사적 친밀성은 여느 나라와의 관계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나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터키는 한국의 우호국으로 최대 파병국가 가운데 하나였기에 터키에서는 한국을 칸카르데시’(Kankardesi) 즉, ‘피로 맺어진 형제’로 지칭한다.

한국에서도 역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터키를 ‘혈맹’ 혹은 ‘형제의 나라’로 부르며 외교적 우호 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양국의 서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곧 경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나 터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의 주요 기업은 이미 오래 전에 터키로 진출하여 터키 내 대규모 국가적 건설 사업에 앞장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과 양국의 서로에 대한 우호 의식은 곧 터키 현지 청소년 및 청년층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때마침 불어온 한류의 바람은 터키의 많은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적 인식을 비롯한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제반 상황들은 현지에서 늘어나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유학 및 한국 기업 취업 희망 등으로 한국학에 대한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터키에서의 한국학


터키에서 한국학 교육은 1989년 앙카라대학교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되는 것을 필두로 하여 올해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후 2002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확인된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2003년 터키 중부 지방에 위치한 카이세리에 있는 에르지예스대학교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되었다. 이후 지정학적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터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이스탄불대학교에서 2016년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되었다. 이 외에도 보아지치대학교 및 아이든대학교 등과 같은 여러 대학교에서도 한국어가 선택 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다. 또한 한국 기업에 근무하고자 희망 하는 현지 학생들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터키의 몇몇 여러 대학들에서도 한국 관련학과 및 한국어 강좌 신설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 2017년에는 터키 교육부에서 한국어를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로 승인한 바 한국어학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지금까지 터키 내 한국학은 동양학 혹은 동아시아 지역학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며 지역학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주변적 위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의 수준으로 격상되는 분위기에 부응하여 터키에서 한국과 한국학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에 들어 예르지예스대학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중핵사업 기관으로 선정되고 한국학연구소 개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터키 내 한국학 연구는 보다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스탄불대학교 및 한국어문학과


1600만 인구의 국제도시인 이스탄불은 고대로부터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측면에서 동서양을 잇는 교량적 역할을 도맡아 왔기에 지정학적, 지문화적 그리고 지경제적 가치와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및 중동 지역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만큼 57개의 대학과 100만명이 넘은 대학생들이 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스탄불은 교육적인 위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터키의 고등교육 기관을 대표하는 이스탄불대학교는 5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터키 최초의 대학교로서, 오르한 파묵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아지즈 산자르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및 대통령과 각부 장관,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관계 주요 리더들을 배출해 온 학문의 요람이자 명실공히 터키 최대의 명문 대학이다. 총 15개의 단과대학과 12개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준비과정을 포함해 142개의 학부 프로그램과 488개의 석·박사 과정 등 총 630개의 학위 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이스탄불 대학교의 정규 과정 대학생 수는 73,240여 명, 통신대학과 원격교육 학생 수까지 합치면 약 238,000여 명에 이른다.


사진

이처럼 터키 고등 교육의 대표이자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이스탄불대학교에 2016년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되었다. 이스탄불대학교에 개설된 한국어문학과는 터키 내에서 세 번째이자 이스탄불 내에서는 첫 번째로 개설된 한국학 관련 정규 학과로, 현재 전임 교수 5명, 연구원1명, 학부생 7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학과는 신설학과로 부족한 점들이 많은 상황임에도 한국과 터키 양국의 정부 기관과 본교 운영진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인해 짧은 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 곳은 전임교수인력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렇게 해외 대학 한국학 관련 학과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징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5년제 한국학 교육 과정’을 구축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본과의 교육 과정은 대학 입학 후 한국어를 처음 학습하는 터키 현지 학생들을 위해 1년간의 준비반 과정 (주 25시간)을 설치함으로써 기존의 4년제 교육과정을 5년제 교육과정으로 개편하였다. 개편된 5년제 한국어문학 교육 과정의 핵심은 준비반과 1학년의 과정을 거쳐 토픽(TOPIK) 3급~5급에 해당하는 한국어 능력을 보유케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2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한국학, 한국문학(고전, 현대), 한국어학, 한국어교육학 등과 같은 심화된 교과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단 한국어를 잘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학의 전반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2018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실시하는 해외한국학 씨앗형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학과의 교육과 연구 인프라를 포함한 한국학 활동을 위한 기반 구축에 상당한 노력을 기하고 있다. 씨앗형 사업의 목표는 “유라시아 중앙 지역의 한국학 허브 구축을 위한 토대 마련”이라는 주제로 해당 지역 한국학의 요람으로서 한국학 네트워크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씨앗형 사업을 통해 4년제 교과과정을 5년제 교과과정으로 개편하였으며, 한국학의 국제 교류 및 학문적 위상의 제고를 위해 장단기 한국 연수생 파견(10명), 국제학술대회 개최(2회), 중앙유라시아 대학생 한국 문화 UCC 경연대회 및 학술논문 올림피아드 개최(2회), 한국학 전문가 초청 워크숍(1회), 학술서적 발간(2회), 학술세미나 및 초청 인사 특강 개최(11회), 한국문화행사(3회) 등을 실시하였다.


이처럼 교육과 연구 그리고 국제 교류 등의 활동들을 통해 역내 한국학 연구자들과 한국학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스탄불 대학교의 중심적 위상을 제고하고 한국학 허브로서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신설된 지 4년에 들어가는 학과의 한계라 할 것이다. 아직은 충분한 한국학 연구 인력 및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더불어 연구자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개설에 터키 고등교육위원회에서 기본적으로 현지인 교수 3인을 요구하고 있어 연구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연구 기획과 학술활동 수행을 전담할 한국학 연구소를 설치하는 부분도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나가면서


국제적 범위의 접근성을 가진 이스탄불의 지리적 이점은 학문적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주요한 장점으로 부각 될 것이다. 이스탄불대학교 한국어문학과가 이제 막 그 토대를 다지고 있는 지역 내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중심지로서 관련 분과 학문 연구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학계의 지적 흐름에 대응하여 터키를 비롯한 해외 한국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