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자료 산책

이해조의 마지막 신소설

『女의 鬼 康明花實記(여의귀 강명화실기) (상)편』

문은희 사진
문은희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 책임사서원

'근대자료 산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에 소장된 근대 자료를 소개하고 생생한 이야기로 전달해드리는 2020년 기획된 신규 코너입니다. '한중연사람들' 코너와 함께 격월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978년에 개관한 도서관의 나이도 어느덧 불혹이 넘었다.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따라 도서관도 보이지 않게 많이 변했으리라. 특히 이선근 초대원장님의 애장서를 포함하여 남애문고의 근대 자료를 비롯한 비교적 방대한 개인문고본도 그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근대자료산책 코너는 그간 실물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근대 콘텐츠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소개하고, 실증적 토대인 원본과 당대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베스트셀러들을 알리는 취지로 첫걸음을 내딛어 본다. 그 중 이해조의『강명화실기, 상편』은 실물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1) 원본이 도서관에 소장된 것으로 확인되어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귀 강명화실기』(상)편의 내용

『여의귀 강명화실기』는 1920년대 연애지상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일대 스캔들을 다룬 딱지본 소설이다.

1923년 6월,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사사건이 있었다. 평양 출신 기생 강명화와 조선에서 손꼽는 부호의 아들 장병천의 정사사건이다. 이들은 당시의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조선사회를 뒤 흔들어 놓았다.2) 장씨 집안과 주변의 반대로 온갖 고통을 겪었음에도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며 결국 자살을 택하고, 그 뒤 4개월 후 장병천 마저 뒤를 이어 세상을 뜨자 그들은 시대의 연애 상징이자 대중스타로 떠오르게 된다.3) 순식간에 이들의 사랑은 한 시대의 연애 아이콘이 되었고, 각종 소설, 연극, 영화의 콘텐츠가 되어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매체가 이해조의 『여의귀 강명화실기』와 『여의귀 강명화전』이다. 이 딱지본 소설들은 그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에 귀신담을 덧붙여 대중들에게 재생산되었다.


『여의귀 강명화실기』(상)편의 가치

그간의 이해조 연구들을 살펴보면 강명화 관련 자료는 저술 목록에는 존재하지만, 초판본 실물에 대한 서지정보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근대자료의 특성상 연구자들이 개인 소장자의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근대문학잡지『시대의 스캔들, 소설이 되다. 강명화전』에 실려있는 강명화실기에 대한 내용이다.

“ 현재 강명화 이야기를 최초로 소설화한 작품은 『여의 귀 강명화실기』(회동서관, 1925)로 알려져 있다. 상하권으로 나뉜 이 작품은 1910년대에 이름을 날린 신소설 작가 이해조가 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상권의 실물이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하권도 희귀한 편이라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해조가 같은 이야기를 『여의귀 강명화전』이라는 살짝 다른 제목 아래 같은 출판사에서 2년 후에 또 간행했다는 사실이다. 소설 전개 방식, 삽화, 대화 표기 등 내용과 형식 여러 면에 걸쳐 『강명화실기』와 『강명화전』은 사실상 별개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해조가 저술한 강명화 관련 저술 목록을 보면 서지 정보가 자세히 나타나있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5)

표제 발행년 출판사 인쇄소 기타

『강명화실기』() 초판

1924

회동서관

『강명화실기』() 초판

1925.1.18

회동서관

『여의귀 강명화실기』() 재판

1926.2.8

회동서관

대동인쇄

(90, 40)

『여의귀 강명화전』초판

1925

회동서관

『여의귀 강명화전』재판

1927

회동서관

보명사

(93, 40)

우리 도서관에는 간혹 대학 교수 및 연구자들이 직접 실물 확인과 원문 자료를 조사하러 온다.

요즘에는 일반 국립도서관을 비롯해 보통 대학들도 원문 개방이 순조로워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드문데, 자료접근의 한계로 인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몇몇 자료들은 꼭 직접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그 대표적인 근대 자료가 이해조의『여의귀 강명화실기』(상)편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여의귀 강명화실기』(상)편(1924)의 실물이 존재하지 않다는 전제로 연구가 되었다. 두 책 모두 회동서관 발행이며, 서두가 내용상 이어지는 이유로 『여의귀 강명화전(1925)』을 『여의귀 강명화실기』의 상편으로 추정하여 하편(1925)과 상하권으로 보았다.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표지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표지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판권지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판권지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강명화사진

『여의귀 강명화실기』(상) 강명화사진

위의 판권지 서지정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도서관 소장본은 초판본으로 대정13(1924)년에 저작 겸 발행자에 이해조가 회동서관에서 발행한 초판본으로 확인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도서관 소장본인 『여의귀 강명화실기』(상)편은 유일본으로 근대문학자료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기재된 창작년도와 내용도 일부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화대백과 사전 화면

이와 같이 이해조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여의귀 강명화실기』에 대해 확인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소개해 보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구활자본 즉 딱지본 소설이나 해방 이전 자료들은 그동안 질적인 측면이나 연구 가치가 현저히 낮게 취급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근대자료의 가치와 보존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산성화 진행이 빠르고 훼손에 취약한 근대자료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근대자료는 그 시기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 모습의 또 하나의 거울이다.


1)신현규, 『여의 귀 강명화실기 하(1925) 부록 기생의 소전 연구』,「근대서지」, 6호, 근대서지학회 2012.12. p.465 ; 김영애, 『강명화이야기의 소설적 변용』, 「한국문학이론과 비평」50집,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1. p. 87
2)‘강명화의 자살내막은 매우복잡’(『동아일보』, 1923.6.15.) ;‘꽃 같은 몸이 생명을 끊기까지’(『동아일보』, 1923. 6. 16.) ; 나혜석,‘강명화의 자살에 대하여’ (『동아일보』, 1923. 7. 8.)
3)‘부호의 독자 장병천의 자살’(『동아일보』, 1923.10.30.)
4)국립중앙도서관,「근대문학」, 제7호, 근대서지학회 2018.11. p.64
5)박진영, 『이해조와 신소설의 판권』,「근대서지」, 6호, 근대서지학회 2012.12. p.175(초판/재판본 참고)

heyaff@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