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각은 조선왕실에서 소장하던 귀중한 고문헌들을 수집·관리하는 도서관이자 연구소입니다. 조선의 궁궐에서 보관하던 12만여 책의 왕실도서와 전국에서 수집한 민간 고문헌 6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학 자료의 집적(集積)과 연구의 중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멸실의 위기에 있는 민간 고문헌을 수집하여 과학적 보존을 통해 되살림으로써 한국사의 종합적 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장서각의 고문헌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존립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반세기 만에 이를 모두 극복하고 한국학의 연구기반과
국제화 시대를 향한 든든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동의보감, 조선왕 의궤 등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각종 국보 및 보물은 한국 고문헌의 위상과 다양성을 드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은 그 나라의 경제와 문화에 의해 좌우됩니다. 장서각은 독보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장 자료를 연구하고 국제화와 대중화를 선도하는 한국학 아카이브로서의 위상을 충실히 정립해 가고자 합니다.
1908년 고종은 제국주의국가들의 진출로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문명대국의 문화적 인프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에 모든 황실도서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궁궐의 여러 전각에 보관 중이던 도서들을 정리하여 사간동(司諫洞)에 있던 인수관(仁壽館)으로 옮기게 했으며, 북한산 행궁의 유물과 도서들을 이전하였습니다. 1909년에는 규장각 도서와 구사고(舊史庫) 전적, 그리고 훗날 장서각 도서로 편입된 서책 등 10만여 책을 ‘제실도서(帝室圖書)’로 이름하여 대한제국황실도서관을 건립하고자 했습니다.
1911년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의 서적이 장서각으로 옮겨진 후 어느덧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장서각은 조선왕실이 남긴 최고 수준의 문화재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세계적 아카이브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장서각은 왕실자료뿐만 아니라 민간의 고문서로도 외연을 넓힘으로써 진정한 한국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장서각이 걸어온 100년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갈 100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