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한국학의 동향과 용어의 해설에 대한 연구

이창일 사진
이창일
연구처 연구정책실 책임연구원

우리 연구원에서는 한국학을 순수하게 알고 싶어 하는 교양인들이나, 학문적 열정을 가지고 처음 입문하는 학생들과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위해서 한국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용어들을 설명하는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 왔다. 생각나는 것을 하나 꼽자면, 2010년에 성과가 나온 『한국학 주제별 연구 매뉴얼』 두 권이다.


당시 이 연구 과제를 기획할 때, 목표는 한국학의 주제별 연구 경향을 파악하는 것을 겨냥하였다. 한국학을 구성하는 분과 학문의 형식적 체계 속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쉽고 노력에 비해서 얻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가령 한국역사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만족될 수 있을까? 멀리는 고대시대부터 흩어져 있는 한국역사의 자료와 이에 대한 연구업적들을 모두 열람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한국학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합의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한 데 모아서, 주제를 설정했다. 그리고 이 주제를 중심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 실제적인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초점은 어디에 있고,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와 그 연구물을 알려주고, 핵심을 전달하는 리뷰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 향후 이 분야의 연구 방향에 대한 미래적 전망을 보여준다면, 해당 분야가 아닌 한국학 연구자나 학위 과정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서 연구원 내외의 학자들에게 공모하여 한국학 주제 관련 제안서를 접수하고, 이를 심의해서 60여 분의 집필진을 확정했다. 수록 분야는 생각나는 대로 적자면, 한국학의 중요한 서적들, 철학 사상, 종교, 역사, 문화와 예술, 국어, 고전문학, 사회 등 한국학의 거의 전 분야를 망라했다. 연구 성과가 출판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주제의 선정에 대해서 수렴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주제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해당 주제를 집필하는 필자의 대표성과 전문성도 시비가 되었다.


이후 더 진전된 형태의 매뉴얼이 제작되어 그 결과가 축적되었더라면, 명실상부한 한국학 연구의 대표적인 ‘길잡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길잡이들 가운데서 정선(精選)하여 영문으로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발전 방향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 연구사업의 기획에 참여했던 당사자가 갖는 소회라기보다는 무한정한 정보가 쏟아지는 지금의 문화적 상황을 살다보면, ‘더 좋은 정보’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홍수가 나서 천지사방이 물바다가 되었지만, 마실 물은 더욱 없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부터 한국학의 중요한 용어들에 대한 설명과 그 의의를 집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전의 연구가 ‘주제’에 집중한 것이라면, 지금은 ‘용어’이다. 용어는 어떤 분야에서 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라서,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인 사용으로 인해서 짐짓 용어의 뜻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가 많다. 한 용어에 대해서 그것의 일반적이고 특수한 의미 맥락에 대해서 망각할수록 오해가 커지고, 이는 한국학 연구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 중에 있지만, 이러한 방면의 연구는 우리 연구원에서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기도 해서 전망이 밝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그렇다. 모쪼록 좋은 연구결과와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결과의 축적으로 나라 안팎에서 권위를 가진 한국학 연구의 필수 과정으로 승인되기를 비는 것은 연구원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gulgun@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