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1980년대 집중 녹음된 논매기소리 자료의 DB구축과 전자문화지도 작성 및 논매기소리 연구

한국학분야 토대연구지원사업, 2013.09.01~2016.08.31

장동호 사진
장동호
공주대학교 교수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살아있는 노래인 향토민요는 민족의 가치관이나 사상, 감정 등이 표현되어 있는 예술의 한 장르로 오랜 세월 동안 계승 발전되어온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특히 농요(農謠)로 많이 전승되는 향토민요는 우리나라의 농경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중의 삶을 이해하며 우리 음악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다. 아울러 향토민요는 지리적으로 각 지역의 풍토와 문화, 역사와 사회성이 반영되어 지역성, 나아가 지역의 공간적 분포 특성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논매기소리와 같은 민요는 지리·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지역 특유의 것으로 전해져 와서 우리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소박하게 담고 있는 민중의 노래이며, 가장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이다. 따라서 논매기소리는 무형의 문화유산으로서 특정한 문화권을 형성하며,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동⋅분포하여 문화 전파와 문화권 구분을 가능하게 한다. 즉 논매기소리에는 자연마을 또는 소규모 면 단위의 지리적 공간 분포의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해당지역의 지역성과 논매기소리의 문화권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논매기소리 연구를 위해 2014년부터 3년간 토대연구를 진행하였다. 논매기소리는 두레농사를 짓던 삼한 시절 이래 서서히 형성되어 불려오다가 1960~1970년 무렵에 제초제의 전국적 보급에 따라 들녘에서는 사라졌던 소리이다.

본 과제의 공동연구자 이소라박사는 1983년부터 농요 녹음을 시작하였고, 1989년 8월로서 전국의 읍면별 녹음을 일단락하였다. 그 당시에 해당 읍면의 토박이 선소리꾼을 찾았고, 70세 전후인 그들의 보유 민요(동요, 상여소리, 기타 일노래 등을 포함)들을 녹음하였다. 그 소리꾼이 다른 지방에서 이주를 해왔다거나 미흡하면 해당 읍면의 논매기소리를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몇 개의 마을을 더 다녔다. 전북 부안군 백산면의 경우는 평야지대라 들이 넓지만 선소리꾼의 타계로 인해 4회에 걸친 부안 방문에서도 백산면의 온전한 논매기소리를 녹음할 수 없었다. 4회째는 밤늦게까지 몇 마을을 수소문하여 더 다녀보았지만, 파편 조각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런 날은 참 피곤하였지만, 그래도 그 이웃면들의 논매기소리를 녹음하였기 때문에 그것으로 짐작하여야 했다.

방문 녹음을 하는 한편으로 『한국의 농요』라는 시리즈 책을 집필하고, 연구를 진행해 가면서 특히 논매기소리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중의 역사요, 그 지역의 얼굴임을 알게 되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을 답사하면, 지금도 그 주변이 제법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형임을 알 수 있다. 이소라 박사가 방문했던 1989년엔 양산군 정관면이었는데, 당시에 노인정에 들러 논매기소리를 요청하자 노인분들은 “오늘 참 희한한 날이다! 누구나 다 아는 노래를 서울서 여기까지 오셔서 찾느냐”고 하였다. 그런데 주변의 몇 개 면을 지나니 아무도 그 노래를 몰랐다. “오하 저리여 -”로 받는 단순한 소리인데도 말이다.

<저리여 소리>는 부산광역시 북동부의 기장군과 기장군에 인접한 양산시 동부지역에 분포한다. 기장군의 정관읍이 문화중심인 논매기소리이다. 정관읍(매학리,모전리,용수리,병산리,월평리) 이외의 지역으로는 이웃 장안읍 좌천리와 용소리, 양산시 서창동 명동마을(옛 양산군 웅상읍 명덕리)에 전파되었다. 정관읍의 남동단과 북서단 지역에는 각각 장안읍과 양산시로 연결되는 야트막한 고갯길이 있는데, 이 고갯길을 따라서 양산시 동부지역으로 전파된 소리가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선구조를 따라 서창동지역까지 수월하게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정관읍이 동래군에 소속되었던 시절의 월평리는 울산 80리 부산 80리의 중간지점으로 역촌(驛村)이었다. 월평리 소재 토성인 반월성터는 삼국사기 거도전기에 나오는 거도장군 정벌고사와 함께 정관읍 지역에 고대 읍락(邑落)의 중심지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궁굴레소리>는 몇몇 재벌의 고향이기도 한 의령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의령군의 동부 7개면 지역에서 창출되었고, 인접한 북부 창녕군와 합천군 일부지역에도 전파되었다. 합천군의 분포지역은 닥나무가 자라는 곳인 점으로 보아, 예전부터 한지 생산지로 유명한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나 한지의 집산지로 유명한 시장이 열렸던 부림면과의 내왕을 짐작케 한다. 또한 북부 창녕군엔 낙동강 옆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강길 따라 전해졌으리라 여겨진다. 의령군에서는 <궁굴레소리>로 다함께 부르는 군민의 노래로 삼으면 어떨까? 받음구 예는 “어허여루 궁굴레야”이다. 궁굴레의 의미는 “이리 궁굴 저리 궁굴” “어느 논배미 궁굴러 갈까”와 같은 메김구처럼 손으로 논지심을 매어 궁구르는 모습을 형용하는 어휘로 보인다. 받음구는 그대로 살리고, 메김구를 오늘날의 그 모임에 어울리게 얼마든지 지어 넣어도 좋은 만큼 현대적 수용을 하여 길이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경남지방 논매기 소리 총서  사진

연구팀은 첫해에 대전광역시와 세종시를 포함하여 『충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상권)』(529p. 카드형 usb음원 첨부)와 『충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하권)』(679p.)를 출간하였고, DB구축을 통해 인터넷상에 웹GIS로 구현하였다. 다음해에는 『충북지방 논매기소리 총서』(614p. 카드형 usb음원 첨부), 『전북지방 논매기소리 총서』(956p.카드형 usb음원 첨부)를 출간하였고, DB구축 및 인터넷 상에 논매기소리를 제공하였다. 3년차에는 부산광역시나 울산광역시를 포함하여 『경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상권)』(606p. 카드형 usb음원 첨부), 『경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하권)』(625p.)를 출간하였고, 이를 DB로 구축하여 인터넷상에 탑재하였다.

연구팀의 책임연구자 장동호 교수(지리 및 전자문화지도 제작) 및 공동연구자 이소라 박사(채보, 집필)와 변정민 교수(음원 담당)는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전남지방>, 대구광역시를 포함한 <경북지방>, <강원도>,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경기도>, <제주도 검질매는 소리> 및 피난온 가창자들을 만나 녹음한 <북한지역> 논매기소리 자료의 DB구축과 전자문화지도 작성 및 논매기소리 연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논매기소리는 1980년대에 그 당시 70세 전후의 토박이 선소리꾼을 찾아 주로 카셋트 테입에 녹음해둔 자료가 대부분이다. 다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음원자료인 관계로 한국학중앙연구원 및 관계 당국에서는 이 사업을 절반에서 멈추지 않고 꼭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위 글은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발행하는 사업단 뉴스레터 66호 Project Review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