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일기

인식(認識)과 지각(知覺)

장원석 사진
장원석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인문정보학·인문지리학
인문지리학 박사과정

나는 2년 전,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시습재에 입사하였고 지금까지 4학기를 보냈다. 전반의 두 학기는 2인실에서 지냈으며, 후반의 두 학기는 사감보로 일하며 1인실에서 지냈다. 그리고 오는 봄 학기는 다시 2인실에서 지내게 되었다.


기숙사 사진

2인실의 경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명의 사람이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라, 처음에는 서로의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함께 지내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학기와 두 번째 학기에 두 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또한 수업의 과제나 일상생활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하여 가볍게 토론도 하면서 지냈다. 첫 학기를 마치고 다른 2인실로 이동하고 두 번째 학기를 마치고 나서는 사감보로 일하게 되면서 이제 서로 다른 방에 거주하게 되었지만, 연구원 내에서 가끔 마주칠 때는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기숙사 사감보로 일하면서 1년 동안 1인실에 거주하였다. 우리 대학원의 경우, 보통 학위 과정 마지막 학기에 사용이 가능한 1인실을 3차 및 4차 학기에 거주하게 되면서 온전히 학업에 집중하게 되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수업과 개인 연구를 위한 조사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과 주도의 연구 사업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2017년 12월 7일부터 지난 1월 28일 까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린 성남의 얼굴展 ‘성남을 걷다’ 전시를 잘 마쳤다.

성남의 얼굴전

돌아보면 시습재에서 지낸 나의 2년은 많은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배우고, 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주어졌던 모든 인연과 기회 그리고 시간들에 감사하며 그 모든 시간과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게 감사하다.

2018년, 무술년도 벌써 2월이 며칠 남지 않았고 졸업식이 다가오고 있다. 치열하게 자신의 생각을 갈고닦은 동학이자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드리며, 나 또한 앞으로 그 자리에 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서있는 현실을 온전히 인식(認識) 하고 지각(知覺) 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영국 출신의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는 말했다. “인간답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다. 인간답다는 말은 곧 자신의 장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장소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노마드(Nomad)’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예언이 현실이 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중심이자 기준이 되는 ‘나를 둘러싼 환경과 경관이 가진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