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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임지영 사진
임지영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선임사서원

장서각 사서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을 꼽으라면, 내가 관리하는 자료가 그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다. 수장고에 있던 자료가 전시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어 조명을 받는 순간이 바로 그런 때이다.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그림)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포스터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전시사진

그림)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전시 진행 모습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전시사진

작년 11월 1일~3일, 장서각에 기탁된 안동 고성이씨 임청각 자료가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란 주제로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서 전시된 일이 있었다. 통상 장서각 외부 전시 준비는, 보통 몇 달 전부터 대여를 원하는 박물관 학예사 선생님들이 연락을 주시면서 업무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전시 준비 기간이 워낙 짧고 전시 공간도 보안에 취약한 곳이라 자료 반출 및 보안 관리를 맡은 필자도 덩달아 바쁜 몇 주를 보냈더랬다.

다른 전시 때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몇 가지 더 하면서도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임청각의 보물 같은 자료들 때문이었다. 임청각 자료는 이용이 잦은 편이라 중요자료는 그래도 웬만큼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전시에 출품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님과 그 아드님이신 이준형 선생님 관련 자료는 부끄럽게도 처음 접하는 것들도 많아 좋은 공부가 되었다. 전시 공간을 지키면서 고성이씨 문중 어르신들을 뵙고 임청각과 임청각 출신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전시가 성황리에 끝나고, 관련 기사가 포털에 실리고, 그 때 전시되었던 자료를 다른 기관에서 다시 찾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료가 내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지는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내게는 너무 과분한 이런 귀한 자료들이 6만 점 가까이 장서각 제5수장고에 있어서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행복하다.

yjy@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