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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良書)의 선택

 

문은희
한국학학술정보관 문헌정보팀 선임사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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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동안 읽은 종이책의 권수는 성인 평균 9권, 학생 평균 29권으로 나타났다. 전자책의 경우에는 전년도 대비 성인 3.7%, 학생 11.2% 감소하여, 종이책 위주의 독서생활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한편 본인의 독서량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게 한 결과에서는 ‘충분하다’는 응답이 성인 10.5%, 학생 20.3%인 반면, ‘부족하다’는 응답은 성인 64.9%, 학생 51.9%로 성인과 학생 모두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과반수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기가 힘들며, 자신의 독서량에 대해서 성인, 학생 모두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독서 풍토가 베스트셀러와 신간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요즘 자신에게 맞는 책, 즉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적서(摘書)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좋은 책의 선택은 양서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필요, 목적, 수용 능력, 관심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개인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귀중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1803~1882)은 양서를 선택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출판된 지 일 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어떤 책이든 읽지 말 것

   둘째, 평가를 받은 책이 아니면 읽지 말 것

   셋째,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읽지 말 것


에머슨의 첫 번째 선택 기준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한다.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솔직하게 읽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화제의 책이 출판된 지 이미 3개월이 지났다며 빨리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그에게 단테의 「신곡」을 읽었느냐고 반문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는 그에게 친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읽어봐. 그 책이 출판된 지 벌써 수백 년이 지났어.”

남이 읽으니까 나도 읽어 봐야겠다는 식으로 아무런 비판 없이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의 독서 태도를 지적한 일화다. 에머슨의 두 번째 기준은 많은 사람들이 권하고, 오랫동안 정평이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출판 연구자들은 문학서는 고전을, 과학 서적은 최근에 발간된 책을 권장하고 있다. 세 번째 기준은 적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양서란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그 책을 읽었을 때 즐거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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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학 사전」(植村長三郞, 1942)에서는 양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양서란 내용이 뛰어난 저작으로 문장·사상·표현이 모두 그 제목에 알맞고, 기술이 양심적이며, 그 책이 읽는 사람에게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그 밖에 세부적으로는 인쇄 상태, 글자의 크기, 종이의 질이 좋아야 하며,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튼튼한 제본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책의 내용적, 서지적, 형태적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양서라는 것이다. 서지학자 안춘근은 「양서의 세계」(1959)에서 미국의 사서이자 작가인 아서 엘모아 보스트윅(1860~1942)의 말을 인용하여 양서의 특징은 진실이 쓰여진 책, 문장이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 건전한 취미를 북돋아주는 책, 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책이라며 무엇보다도 주제와 내용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그 밖에 외형적인 요건으로는 저자가 그 방면의 전공자인지, 인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아울러 문장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틀림 없이 저자의 권위를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야 좋고, 출판사는 문화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출판물을 발행하거나, 명성이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명성 있는 출판사는 사회적 책임 때문에 좋지 않은 책은 내려 하지 않을 것이고,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출판을 부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출판계는 미디어셀러 열풍이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콘텐츠가 밀리언셀러가 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015년 「한국출판연감」에 의하면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 담론이 활발했지만, 오히려 ‘인문’ 출판은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인문 도서’가 대표 주자로 자리 잡는 현실에서 양서의 선택은 더욱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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