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진실로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4월 중순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해서 정당간의 마찰·대립이 극심했고, 한편 같은 정당 내부에서도 인맥(人脈)과 정치노선을 둘러싼 힘겨루기(내분)가 끊이지 않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더욱이 가을에 접어들자 그 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얽힌 석연치 않은 갖가지 의혹이 백일하(白日下)에 노출되기 시작하여 이에 대한 시민들의 대대적인 규탄운동이 연말까지 계속 전개되었습니다.
다행히 최고 권력자를 둘러싼 주변의 이런저런 비리(非理) 의혹은 특별검사와 탄핵심판이라는 이중(二重)의 장치를 통해 엄중히 심리하도록 조치를 취했으므로, 금년 상반기(上半期) 중에는 그 실상(實相)과 허상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말미암아 우리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그 간의 적폐(積弊)를 깨끗이 쓸어내어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임무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촛불시위에 나타난 국민의 간절한 열망은 새해를 맞아 확고한 희망으로 승화·고양시키려는 과제가 정치권과 더불어 국민 각자에게 부과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개원 4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있는 본원(本院)의 사명과 진로를 생각해 볼 때 절실(切實)하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비록 정치사회적으로는 매우 암울한 시기였습니다만, 공업화를 통한 산업사회를 급속히 성취한 데 따른 국민적인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진정 민족의 정체성을 탐구할 목적(필요)에서 한국학연구의 본산(本山)으로 탄생한 본원(本院)은 그 간 한국학대학원을 통한 학문 후속 세대의 인재 양성과 장서각을 중심으로 한 국고(國故)의 정리, 자료의 전산화 사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편찬, 그리고 한국학 지식의 대중화와 국외(國外) 보급을 통한 세계화 등 실로 여러 방면에 걸친 사업을 추진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바야흐로 인문학(人文學)의 혁명을 필요조건(수반한)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종래의 연구를 스스로 반성(反省)해 보고 미비(未備)한 점을 새롭게 점검해 보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특히, 이와 같은 점에 유의하여 힘을 기울여 보았으면 합니다. 올해에는 연구원의 가족 모두가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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