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8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한국학 연구동향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한국 고대 여성사 연구동향 강영경(숙명여자대학교 연구교수)한국 고대 여성사 연구는 1920년대 이능화의 『朝鮮女俗考』, 『朝鮮解語花史』, 『朝鮮巫俗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여러 책에 기록된 내용을 수집하여 정리한 자료모음집으로서 역사 속의 여성을 주제로 하여 처음으로 정리하였다는 면에서 한국여성사연구의 서막을 열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적인 학문으로서의 여성사연구는 1945년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196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고대 여성사의 시기별 연구동향을 보면 1960년대 후반에 모계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이현희의 「한국 고대 여성의 사회적 특수성고」(1966, 『서울여대』 1집, 서울여자대학교 학생회), 박병국의 「모계사회고-한국 고대사회의 경우와 관련하여」, (1969, 『백제문화』 3집), 최재석의 「한국 고대 가족에 있어서의 모계 부계의 문제」(1969, 『한국사회학』 4집, 한국사회학회)가 있다. 이 시기 연구에서는 대체로 한국 고대사회의 모계 내지 모권의 遺風을 인정하였다. 1972년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사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한국여성사』(전3권)는 본격적인 한국 여성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고려시대 이전은 최숙경이 집필하였는데 이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여성과 관련한 정치 종교 사회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하여 인류학 고고학 문헌사료 벽화자료 등을 인용한 한국 고대 여성사 최초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서가 되었다. 그리고 1976년에는 한국 여성사연구의 역사가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박용옥은  「한국 여성사연구의 동향」(1976, 『이화사학연구』 9)을 발표하였다. 1980~1990년대에는 한국 고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연구가 많았고 여성의 정치활동에 대한 논문도 발표되었다. 이 시기에 주목되는 것은 여성사연구가 기획특집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점이다(1994, 『한국사시민강좌』 15집과 1996, 『역사학보』 150집). 이는 역사학계에서 여성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전문적인 역사학자들이 여성주의시각으로 다양한 자료와 방법론을 도입하여 공동으로 집필한 단행본이 출간되었다(한국여성연구소 여성사연구실, 1999, 『우리 여성의 역사』와 이배용 외, 1999,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1권과 2권).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를 세분하여 보면 먼저 2000~2004년에는 정치 분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구동향과 과제를 제시한 연구도 빠지지 않고 있다. 2005~2009년에는 정치 분야 연구가 비약적으로 많아졌고, 사회와 종교분야에 대한 관심도 많았으며, 동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였다. 이는 2004년에 한국여성사학회가 창립되고 본 학회의 학술지인 『여성과 역사』가 발간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동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사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자기성찰을 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0~2013년에는 정치 분야의 연구비중이 더욱 높아졌으며, 문화와 종교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데 사회분야에 대한 연구는 이전 시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졌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기존의 역사학 이외에 고고학(젠더고고학 포함) 인류학 여성학 사회학 정치학 국문학 구비문학 윤리학 등에서도 연구가 있었고, 자료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헌기록 이외에도 고고학적 발굴보고서와 금석문 등을 인용하였다. 이와 같이 90년대 이전은 한국 고대 여성사연구의 개척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선구적인 업적을 이루어낸 시기이며 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정치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이루어진 한국 고대 여성사 연구의 주요한 성과내용을 보면, 먼저 신석기시대의 유적에서 출토되는 女性象 토우는 여성성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男性象이 등장하는 시기는 청동기시대 후기에 이르러서 戰士의 이미지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고대국가 성립기에는 始祖母와 始祖妃에 대한 숭배 그리고 왕비의 司祭的 역할 등을 통하여 정치와 종교의 중심에 여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7세기까지도 어린 왕에 대한 王母의 섭정은 공인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정치적인 흐름은 신라에 여왕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이 되었다. 5세기경 신라의 적석목곽분과 백제의 목간에서 보여주듯이 국가의 수취제도와 力役동원에서 남녀의 성별분화 관념은 뚜렷하지 않았다. 종교와 생활문화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되어 한국의 고유한 포용적인 종교문화와 독창적인 생활문화를 창조하고 계승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족형태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妻處婚(婿屋制)이 이루어져 ‘母子중심의 가족’을 이루었으며, 神文王(681~692년 재위)은 왕실혼인을 유교식 男尊女卑의 형태로 과시하며 이를 주입시키려 하였지만 조선시대 전기에도 일반적으로 子女가 均分相續과 輪廻奉祀를 하였음을 볼 때 한국 고대 일반인들의 남녀 성차별관념은 뚜렷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여성사연구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사학회가 2010년 6월부터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에 참여하여 역사학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주의 시각과 이에 따른 역사 속 문제의 재발견 그리고 학제간의 연구와 다양한 자료의 활용 및 연구방법 등에 대한 모색에 있어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역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고대에서는 여성이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음을 볼 때, 한국 역사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한 고대여성사 연구는 한국 역사학계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으며 아직도 개척해야할 분야가 많고 여전히 선구적인 연구도 많이 축적되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