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7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한국학 연구동향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평화적 사회문화통합을 위한 토대로서 발전 잠재력을 내재한 이질성 김해순(전 독일 괴테대학교 한국학 학과장)남북한 통일 관련 논의에서 분단 후 서로 다른 체제의 이념으로, 남북한의 이질적 가치관이 형성되어 통일이 되면 그 차이에 의해 큰 혼란과 갈등이 부상할 수 있고 심지어 사회적 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한민족 전통적 사상과 문화에 뿌리 내린 민족동질성 강화로 보고 이에 대한 연구도 심화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질성이 평화적 통일과 사회·문화통합을 지양하는 요소로서, 극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민족 전통적 사상과 문화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사상과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화랑정신이 그 예가 되겠다. 이러한 정신은 한민족의식 발전과 민족공동체형성에 불가결한 요소로 본다. 이를 토대로 남북한의 이질성과 분단을 극복하고 서로의 장점들을 수렴하여 한민족동질성을 새로 재정립하는 데 의의를 두고 그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한민족공동체 정신은 통합이념이고 이질적 문화와 가치관을 극복하는 수단이자 남북한사회를 잇는 고리로서 평화적 통일과 사회문화적 통합에 하나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한계도 간과할 수 없다. 훌륭한 민족정신에 뿌리내린 우리 단일민족은 민족의 일원화를 깨는 6·25 동란을 스스로 치렀다. 세계적 냉전 체제하에서 대리전쟁을 한 것이다. 오늘날 ‘퍼주기’ 논쟁의 남남갈등에서 홍익사상을 찾기가 어렵다. 민족공동체 정신은 민족구성원 결합을 위한 응집력이지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한계를 직시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데는 문제접근 방법의 지평 확대가 요구된다. 남북한 평화적 사회문화 통합을 이루는 데 오히려 이질성의 잠재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질성은 전체나 집단에 상대하여 하나 이상의 낱개가 모여 구성되며, 다시 말해 다문화를 이루며, 이 낱개들은 서로의 속성이 달라서 융합하기가 어렵다. 융합이 어려운 문화가 모여 부딪히면, 거기서 혼합 또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이질성에서 파생된 창조적 문화를 민주적으로 잘 관리하면, 사회문화 통합에 좋은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사례로 우리는 유럽연합, 스위스, 이민국인 미국, 캐나다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국가들이 평화적 사회문화 통합을 위해 이질성을 어떻게 관리하는 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유럽연합은 28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했고 그들의 문화적 가치관은 다양하고 남북한 가치관보다 더 이질적이다. 회원국 중에 많은 국가는 전쟁으로 인해 서로 앙숙관계에 있었다. 그 예가, 크고 작은 수차례의 전쟁을 치렀던 프랑스와 독일이 되겠다. 그들의 역사적 동질성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 정신 및 기독교 문화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동질성은 두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치른 전쟁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두 국가는 앙숙관계를 접고 1963년에 엘리제조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민주적 평화적 협정을 다른 유럽 국가와도 맺으면서 유럽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두 국가는 오늘날 유럽연합을 함께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고, 유럽의 민주적 생활양식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여기서 유럽연합 회원국의 다양성과 이질적 가치관을 묶는 고리는 정치적 생산물(기관, 제도)이기보다는 그들의 세계주의적 정신, 국가 간의 정신적 사회적 유대관계, 서로의 다른 가치관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외심, 그들의 수평적 관계와 자유, 자율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적 가치관이자 조합적 공동체정신이다. 조합적 공동체정신은 회원국의 크기와 상관없이 평등한 관계에서 빈부차이를 초월하여 자유를 누리면서, 자체의 발전을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최대화할 수 있게 한다. 남한보다 거의 38배 이상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2.586㎢)는 오늘날 세계에서 최고의 수입(연/개인 당 113.113달라)을 누리는 회원국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내부에서는 각 국가마다 자국의 이해를 대변하지만 외부로는 초국가적인 문화공동체로서 다원화 속에서 일체감과 서로에 대한 책임감으로 공동의 목적을 지향하며 이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실행하고 있다. 이질성을 최대로 이용하여 경제적 꽃을 피우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등 이민자로 구성된 문화국가이다. 이러한 나라는 출생신분, 피부색깔, 젠더를 넘어서 민주주의 원칙을 토대로 개인의 창의성을 꽃피우게 한다. 전통적 민족공동체 정신은 부재해도, 서로 다른 종교, 가치관, 정체성에 뿌리내린 이질성을 민주적 질서 아래 잘 관리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잠재력으로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어, 레토 로만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네 개의 종족으로 구성되었고, 삶의 양식도 다원화된, 이질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문화국가이다. 이질성은 서로에게 위협, 갈등 또는 전쟁을 부추기는 잠재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평화적 수평적 관계의 발전을 위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한편으로는 각 종족문화의 특성을 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주민의 합의 아래 다문화를 관리하는 정치제도와 민주적 절차를 개발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을 중재하도록 하는 민주적 생활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왔다. 위에서 제시된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모든 국가는 독일 사회학자 짐멜(Simmel)이 제시한 조합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는 자유-민주적으로 동동하게 자리매김 되었고, 그들의 사회적 위치나 권력은 비등하게 분배되었으며, 개인의 계층상승이나 하락은 투과적이다. 그들의 다원화적 가치관과 규범은 전통적·사회적 규칙에 의해 조절되기보다는 민주적 합의와 협력에 의해 규정되고 조절된다. 이러한 공동체를 문화공동체로 볼 수 있다. 둘째, 이질성이 존재한 다원화된 사회이지만 민주적으로 공생·공존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연결고리이다. 셋째, 강국 또는 강한 종족의 문화나 가치관이 공동체의 기준이 될 수 없고 회원국은 뒤르케임(Durkeim)의 저서 “사회노동에 대한 분업”에서 볼 수 있는 기계적 유대와 유기적 유대 하에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기계적 유대는 공동체 구성원의 동등한 능력에 토대를 두고 있고 공동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우리는 노동자라는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유기적 유대 내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능력은 그들의 차이점에 기인한다. 이 연대는 공동체 내에서 일원화를 위하여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족 내에서 남녀의 역할, 국민경제 내에서는 다양한 전문영역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일치(einheit)를 이루는 것들이 그 예가 되겠다. 넷째,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동안 내재된 결속력을 볼 수 있고, 이것은 기계적 유대관계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들의 공동 작업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행위로서 공동체의 유기적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다섯째, 탈민족적 문화적 공동체정신이 뿌리내리고 있다. 서로를 보완하는 공동체정신, 나와 타인을 아우르고, 배려를 지향하며, 상호존중 정신,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볼 수 있다. 특히 비폭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신으로 이차 대전 이후 전쟁 없이 통합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는 남북한 통합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다양한 가치관, 삶의 양식, 세계관이 서로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남북한 통합을 위해 ‘함께’ 조합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민주적 관계에서 다양성을 아우르며, 서로 지켜야 할 공동체정신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만들어가면서 세계화 요구에 부합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한다. 어떤 공동체이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근간을 이룬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이다. 이러한 것들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문화적인 작품이다. 평화적 민주적 공동체형성을 위해 구성원들은 이러한 가치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