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11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한국학 연구동향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한국학연구 동향 [사진] 고찬미(연구정책실) 필자는 2014년 올해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영문학술지 The Review of Korean Studies의 담당자로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처음 연을 맺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학이라는 분야에도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원래 영문학 전공자로서 외국문학 연구에만 오랜 기간 동안 몰입해 왔던 필자에게, 한국학이라는 분야는 매우 낯설고 그 윤곽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모호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인문학도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걸맞지 않게, 한국이라는 주제어로 접점이 된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외국인보다 더 높지 않은 수준의 지식과 이해도 밖에 지니지 못했음을 고백하게 된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영문학술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관을 하게 된 세계한국학대회에서, 필자는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40여개의 분과발표 중 매 시간마다 한 개의 분과발표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한국학 연구 최신 동향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그 중 “The Twenty-first century Canon for Premodern Korean Prose”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근대) 문학의 정전 세우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는 이 발표를 필자는 자연스레 영문학의 연구사와 비교를 하게 됐다. 왜냐하면 영문학 연구에서도 정전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숱하게 이루어져 왔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에 비평가와 독자의 시선을 끌지 못했던 작품들을 세상 밖으로 발굴하고, 최근에 편집되어 출간되는 영문학 선집(anthology)에 포함시키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즉, 현재 영문학에서 정전이라는 의미는 겹겹의 시간과 절대적 권위로 수호 받는 신성한 텍스트들이 아니라 “향후 수정되어야 하고 마땅히 도전받아야 할” 문학 텍스트로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영문학이라는 것은 19세기를 기점으로 영국의 산업주의와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인해 거의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며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국가와 민족, 그리고 문화권에서 연구되어 왔으며, 그야말로 국제적 문학으로서 그 위치를 장기간 확보해 왔다. 그에 비해 현재 영문학 정전 세우기에 대한 날선 비판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유럽 중심의 백인 남성들, 특히 엘리트 층에 의해서, 영문학 정전 작업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한 줄기 방향으로 진행되어 가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 여성운동, 흑인운동, 소수민족운동 등을 통해 주변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정치화되면서 영문학계 내에서도 기존의 정전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작품들과 이론을 정전이라는 테두리 안에 추가 포함시키는 노력을 보여 온 것이다. 비단 영문학 뿐만 아니라 어떤 연구 분야에서든 정전의 권위에 도전하고 좀 더 다양한 시각을 포함하고자 하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기 때문에, 필자는 영문학의 정전 문제가 한국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된 데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이런 비슷한 현상이 한국학 분야에서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 속도 자체에 놀랐던 것이다. 한국학이라는 이름을 중심에 내세운 연구기관이 설립된 지 채 30여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국내 학자뿐 아니라 해외 학자들까지 포섭하고 신진 학자들까지 양성해내면서 한국학이 얼마나 다양하고 수많은 시각들을 수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서 감탄을 표하게 된 것이다. 장기간 엄청난 권력을 지니며 국제적으로 독주해 왔던 영문학 분야에서도 정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국외 학자들에게는 여전히 다소 낯선 분야로 머물 줄 알았던 한국학 분야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융성 과정 안에서 기존의 정전이나 정립된 이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정도로 성숙도 있는 연구 성과가 벌써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학회 현장에서 목도하니, 그 자리에서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순간적 느낌이나 판단이 아니었다는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개최한 이 세계한국학대회의 분과발표의 수많은 주제들이 담보하고 있는 다양성 그 자체에서 자신할 수 있었다.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패널들이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와 시각을 다루었으며, 그 중 필자가 직접 참관해서 들었던 “The Aesthetics of Korean Female Bodies in Wartime Koreas,” “A Cross-disciplinary Approach to Saving Jejueo Korea’s Other Language,” 그리고 K-pop과 한류에 대한 문화연구 발표들은 그 제목 자체만으로 여성주의 시각, 주변부 언어에 대한 고찰,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등을 피력하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활발한 연구와 그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세계한국학대회 현장 그 자체가 영문학술지를 홍보하러 갔던 아무것도 모르던 필자에게 오히려 한국학의 현재 위치를 제대로 효과적으로 홍보를 해 준 셈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정전에 대한 재검토로 그 기존 울타리를 부순다는 말이 이미 무색할 정도로, 유연한 자세로 폭넓고 다채로운 시각의 연구들을 처음부터 수용하면서 현재는 편협일색의 선집이 아니라 페이지 상한선이 없는 매우 두텁지만 한눈에 볼만한 한국학 총집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필자가 한국학연구의 동향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하와이 주립 대학(마노아 캠퍼스)의 한국학 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7회 세계한국학대회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한국학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던 필자가 받은 신선한 자극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감히 이 글을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