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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2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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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공동체와 <오륜가> [사진] 김백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오륜가 – 주세붕(周世鵬, 1495-1554)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삼강오륜의 말)을 들으시오, 
이 말씀이 아니면 사람이라도 사람이 아니니, 
이 말씀을 잊지 않고 배우고야 말 것입니다. (주세붕 선생의 「무릉잡고(武陵雜稿)」 중에서 [사진]「오륜행실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중국의 춘추시대에 주(周) 나라 주공(周公)이 편찬했 다는 「의례(儀禮)」라는 책에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네 가지 의례 그리고 활쏘기, 연회(宴會), 국가 사이의 상호 방문, 군왕이 사대부 관료를 대하는 예,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는 예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예의 형식들을 사회제도의 이념적 근간이 되도록 사상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공자이다. 그리고 예의 형식들이 구체적인 국가통치의 행정법전으로 정리된 것 「주례(周禮)」라는 책이다. 그리고 「예기(禮記)」라는 책은 예에 관한 의미와 가치를 철학적으로 해설한 일종의 사상서이다. 이 세 가지의 예서를 삼례(三禮)라고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유학의 예학(禮學)사상을 받아들여서 국가사회의 통치제도를 확립하는데 원용하였으며, 특히 조선시대는 성리학의 사상을 국가이념으로 채택하면서 예로써 국가사회를 운영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즉 예와 예의 정신을 기초로 국가와 백성을 다스린다는 점에서 조선시대는 예치주의(禮治主義) 사회이다.인간세상의 모든 인간관계 현장에는 그 현장에 맞는 예의(禮儀)가 있다.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 형과 동생, 친구들 관계, 나와 이웃사람, 군주와 신하, 스승과 제자 등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인간은 자신의 선한 본성을 발현시켜 친화(親和)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 때 악의적(惡意的)·파괴적(破壞的) 관계가 아니라, 상생적(相生的)·우호적(友好的)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윤리규범의 형식이 바로 예이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관례(冠禮)가 있으며,혼인할 때는 혼례가 있고, 사람이 죽으면 장사를 지내는 상례(喪禮)가 있으며, 죽은 이를 기념하는 제례가 있다. 이것은 특히 사례(四禮)라는 성리학적 핵심의례로서 유교적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예법이다. 그리고 나라와 나라사이에 국교를 맺을 때는 외교의 예의가 있으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는 상견례(相見禮)가 있으며, 활을 쏠 때는 사례(射禮)가 있고, 차를 마실 때는 다례(茶禮)가 있으며, 심지어 술 마시고 놀 때도 주례(酒禮)가 있다.인간의 모든 행위는 알맞은 예의에 맞게 시행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것이 유학 또는 성리학이 추구하는 이상적 세상의 모습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들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스스로 과거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올라서, 직접적인 교화의 정치를 시행하는 것은 백성 교화의 중요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대부 선비들이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이 거처하는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은 후학을 가르치는 강학(講學) 이외에 그 지역의 풍속을 교화(敎化)하는 일이 있었다. 즉 성리학적 규범에 입각한 교화를 통하여 사대부 선비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 모두 예에 맞게 행위 하는 예치공동체를 지향한 것이다. 이런 마을은 어느 누구든 간에 예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또 올바른 예를 모르는 이에게 예를 가르쳐 주며, 함께 아름다운 예속(禮俗)을 이루어가는 공동체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양심도 없다는 말이 있다. 본래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이 자연적 본성으로 갖추고 있는 양심의 단서이므로 인간이 부끄러움이 없다면 본성으로서의 양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래 맹자가 말하듯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양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이런 마음의 실마리가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오륜가는 성리학적 윤리의 핵심인 오륜(五倫)을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시켜 함께 향유하기 위하여 노래로 풀이한 작품이다. 즉 부자(父子)·군신(君臣)·부부(夫婦)·장유(長幼: 또는 형제)·붕우(朋友) 사이의 상호존경·상호애정·상호평등·상호존중·상호신뢰를 지향하면서도 상하(上下)·존비(尊卑)·귀천(貴賤)의 차별을 수용하도록 가르친다. 그래서 오륜가는 가부장적인 가정질서와 국가질서를 확립하고, 중세적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륜가의 내용은 대체로 수직적 인간관계를 객관화하여 윤리규범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이것이 조선시대 성리학적 이념에 입각한 공동체의 사회통합 수단의 하나인 <오륜가>의 모습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참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본래의 양심을 발휘하면서 인간답게 살도록 이끌고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사대부 선비들의 의무이며 권리이다. 이런 일환으로 사대부 선비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하여 조선 초기부터 국가적으로 백성을 교화하기 위하여 백성교화용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오륜행실도」와 「삼강행실도」 등의 교화서이다. 이제 임청각의 사람들은 500년을 지켜온 임청각과 임야 1만 2천여 평을 국가에 헌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임청각이 단지 일개 가문의 종택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소중한 건축 문화재이자 독립운동의 역사 현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산 교육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석주선생의 자손이 일제의 호적을 거부함에 따라 4인의 친족에게 명의 신탁되어 70년간 방치됨으로써 불분명해진 소유권이 발목을 잡고 있다. 비슷한 시기, 다른 한 편에서는 송병준과 이완용 등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토지환수소송을 제기하였다.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불의에 영합하고, 개인과 가문의 보존을 위하여 권력에 복무함으로써 식민지 조선의 지배층이 되고, 부와 권력을 누린 이들의 토지였다. 이제는 탐욕과 방종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 바로 석주선생과 임청각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명가로서의 가치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개인적인 교화 노력의 하나로 문학작품을 창작하여 유포함으로써 백성들이 즐겨 부르며 따르게 하였다. 예를 들면 오륜가(五倫歌)가 대표적이다. 위에 제시한 오륜가는 16세기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인 주세붕(周世鵬) 선생이 지은 것이다. 이 밖에도 송순(宋純: 1493-1583)이 지은 연시조 5수, 박인로(朴仁老: 1561-1642)가 지은 장편 연시조. 25수 등 오륜가를 남긴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들은 무수히 많다. 아버님이 날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부모님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없었을 것이다. 
이 덕을 갚고자 하니 하늘같이 끝이 없구나. 
종과 상전의 구별을 누가 만들어 내었던가? 
벌과 개미들이 이 뜻을 먼저 아는구나. 
한 마음에 두 뜻을 가지는 일이 없도록 속이지나 마시오. 남편이 밭 갈러 간 곳에 밥 담은 광주리를 이고 가서, 
밥상을 들여오되 (지아비의) 눈썹 높이까지 공손히 들어 바칩니다. 
진실로 고마우신 분이시니 손님을 대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늙은이는 부모님과 같고 어른은 형님과 같으니, 
이와 같은데 공손하지 않으면 (짐승과) 어디가 다른가. 
나로서는 (노인과 어른들을) 맞이하게 되면 절하고야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