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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그날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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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연구원

한겨울 밤의 거사

  12월의 그날 밤을 위해 그들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미국공사와 영국총영사에게는 언질을 해두었고 일본공사에게는 지원을 약속받아 놓았다. 동원할 병력도 수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대기 시켜놓았다. 다름 아닌 그날 밤을 택한 것도 국내외 유력자들이 참석하는 만찬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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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 주역들의 과거급제 기록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서광범, 홍영식은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아 조선을 개혁하고자 거사를 일으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은 박영효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통 유학을 근간으로 하는 과거급제자들이었다.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 독립콘텐츠 “한국의 과거급제자”에서 이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들이 각각 응시한 과거의 정보와 등수가 나온다. 박영효는 어려서 왕실의 사위로 들어갔기 때문에 과거를 볼 새도, 볼 필요도 없었다.


  갑신정변의 주역들이 과거급제자이거나 왕실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당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기득권층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일찍부터 서구 문물을 학습하면서 조선이 자존하며 나아갈 길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화하고 있었고, 조선의 집권세력은 청나라에 의존한 채 국정을 보수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청나라로부터의 독립과 조선의 개혁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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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 독립콘텐츠 “한국의 과거 급제자” ☞ 누리집 바로가기


갑신정변의 이상과 내용


   갑신정변 개시 후 주역들은 정부를 새롭게 조직하고 갑신혁신정강이라고도 불리는 국가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개혁 계획에서 조공허례의 폐지, 인민평등권의 제정, 국가권력구조의 개편이 눈에 띈다. 국가권력구조의 개편은 국가의사결정을 국왕 한 사람이 아닌 다수가 하는 것으로 제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했다. 오늘날 갑신정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것들에 있다. 갑신정변의 국가개혁 계획에는 자존의식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지향, 권력 비판이 담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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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신정변의 내용이 상세하게 알려진 것은 김옥균이 작성한 《갑신일록(甲申日錄)》이 전하기 때문이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사본만이 전하지만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 김옥균의 저작인 것은 신뢰할 만하다. 다만 정변 당시 기록이 아니라 시일이 지난 후 기억에 의존하여 쓴 기록이므로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을 통해 《갑신일록》의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 “갑신일록” 검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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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갑신일록》 사본 표지(좌)와 본문 첫장(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장서각)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


   갑신정변 실패 후 그 주역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청나라 군대의 개입으로 정변이 진압되는 가운데 홍영식이 사망했고, 나머지는 일본으로 도주했다. 조선 정부에서 갑신정변의 주역들을 역적으로 규정하면서 그들은 당분간 조선에 발을 붙일 수조차 없었다. 그들의 가족들은 연좌제에 따라 처형되거나 노비가 되었다.
   갑신정변은 실패했지만 한국 근대 개혁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살아남은 갑신정변 주역들과 그의 동지들은 10년 후 갑오개혁을 추진했고, 한국 최초로 의회개설 운동을 추진하는 독립협회를 창립했다. 이후 오늘날까지도 갑신정변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성공 여부도, 지속시간도 아닌, 이후 역사에 끼친 갑신정변의 가치와 영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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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제1차 갑오개혁을 주도한 군국기무처 회의 모습(좌), 독립협회가 건설한 독립문(우)
(사진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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