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지평

해외 한국학자를 만나다: 국립 칠레대학교

- University de Ch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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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밀로 아기레 또리니
국립 칠레대학교

Q1.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까밀로(이름) 아기레 또리니(성)이며, 칠레 출신이며 현재 국립 칠레대학교 한국학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한국학 석사학위를, 영국 서식스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또한, 2021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펠로우로 선정되어 한국학자로 활동하였습니다.


  역사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그리고 한국학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해 온 제 여정은 연구 주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초기에는 한국어로 된 사료에 접근할 수 없었기에 칠레 내 한인 디아스포라를 연구했으나, 이후 한국에서 학업을 수행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쌓은 후에는 중남미 국가들과 한반도 양국 간의 외교 관계로 연구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논문과 책의 챕터를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냉전기 북한의 중남미 외교를 다룬 박사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Q2. 선생님께서 칠레에서 한국학 분야 연구 및 교육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칠레 국립대학교에서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수행에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칠레 발파라이소 가톨릭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아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대학은 연세대학교와 교류 협정을 맺고 있었고, 교환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제공하여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발파라이소 가톨릭대학교에서 최초로 한국에 유학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 장학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기로 결심하였고, 장학금을 받은 후 1년동안 한국어 연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한국학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 현대사 분야의 권위자인 박태균 교수님의 지도하에 칠레-남북한 간의 삼각 외교 관계를 연구하였고, 이 논문은 학과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석사 졸업 후, 저는 칠레로 돌아와 일반 기업에서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디에고 포르탈레스대학교 세종학당에서도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운 좋게 칠레 센트럴대학교 한국학 프로그램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그곳에서 한국학 연구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수님들과 가족들의 응원과 지원을 받으며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3. 3. 최근 칠레의 한류에 대한 관심이나 한국학 연구, 교육 현황은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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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에서 한류(대중문화)와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으며, 단순한 문화적 관심을 넘어 사회운동, 문학, 개발연구 및 비교연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류가 특정 마니아층(Niche)의 관심사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한국 음악을 라디오에서 듣거나 한식당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칠레의 한국학 연구는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칠레-한국 자유무역협정(FTA, 2004) 체결이 연구의 계기가 되었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세종학당의 설립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두 개 대학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연구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면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Q4. 한국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칠레에서 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나요? 또한 졸업생들이 칠레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학 전공자들이 칠레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졸업생들이 한국 기업 및 스타트업, 그리고 칠레 내 한국 기관(KOTRA, KOMIR 등)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졸업생을 수용할 만큼 한국 기업의 일자리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학 전공자들은 칠레와 한국 간의 무역 및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양국 간 문화적 차이를 조율하는 중재자로서, 칠레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학 연구와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례적으로 개최된 해당 행사들은 역내 한국학의 자생기반 구축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됨과 동시에, 한국학 후속세대의 양성과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아울러 해당 프로그램의 연계 행사로 이스탄불대학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한국문화 공연 및 한.터 전통의상 패션쇼, 한국전통공예, 한식 소개행사 등 한국 문화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했는데, 이는 대학 현지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Q5. 2024년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선정되어 국립 칠레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시아학 석사과정에 한국학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한국학이 커리큘럼에 포함됬다고 하는데, 이런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저는 국립 칠레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시아학 석사과정 책임자인 안드레스 보르케스 교수님과 만나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을 알고 계셨고, 한국학을 아시아학 석사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이 지원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기관의 지원과 보르케스 교수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24년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의 초기단계 대학 다섯 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칠레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진정한 영예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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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첫 번째 행사는 공식 출범 행사로, 칠레 주재 한국 대사와 한국 주재 칠레 대사, 칠레 국회의원이 현장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참여해 주셨으며 한국학진흥사업단 단장께서 영상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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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행사는 한국학 워크숍으로, 앞으로 전통적인 행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국학 세미나나 학술대회와 달리, 이 워크숍은 칠레 내 한국학 연구자들이 한국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이론적·방법론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이를 바탕으로 논문이나 출판물로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아프리카 연구학회(ALADAA Chile)와 함께 협력하여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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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국학 워크숍 사진 (2024. 12. 16.)


  세 번째 행사는 우리 연구팀의 일원인 임수진 교수님이 진행한 세미나였습니다. 한국 출신으로 라틴아메리카 연구 전문가인 임 교수님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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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한국학 세미나 사진 (2025. 1. 25.)


  또한 현재 조교를 채용하여 운영 중이며, 제1차 한국 대학 교환학생 장학금 공모를 통해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칠레대 학생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아시아학 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중남미 관계에 대한 수업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Q6. 해외한국학사업을 추진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장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사업이 칠레의 한국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 장학금으로 한국에 가게 된 것을 시작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에서도 꾸준히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필드워크를 진행했으며, 여러 국가에서 발표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학문적 성장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칠레 학생들이 한국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학이 학생들에게 학문적 성장뿐만 아니라 직업적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적 경로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칠레와 한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들과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이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진흥사업단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국내외 한국학을 연구하는 모든 분들과 온라인 뉴스레터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칠레, 한국, 영국에서 생활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한국학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학 연구자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끈끈한 공동체라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및 한국학진흥사업단은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 이러한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 역시 그 혜택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한국학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