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칼럼

한국학 제3세대의 시작, 국가적 지원 마련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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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하
M이코노미뉴스
경인본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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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韓國學, 영어: Korean Studies, Koreanology)을 검색해 보니, ‘한국에 관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고유의 것을 연구·계발하는 학문’이라고 돼 있다. 분야는 언어,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 한국 사회의 문화에 대한 연구를 포함시키는 등 그 범위가 매우 넓어졌으며, 국내·외 다양한 전공의 학제 간 연구로서 각광을 받은 지도 오래된 듯 보였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세계에서 한국학을 개설한 대학이나 기관이 이미 62개국 735개였다고 하니 놀랍기까지 했다. 새삼 한국학중앙연구원 산하 한국학진흥사업단이 2021년 이래 추진해 온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느껴졌다. 한국학과 관련해 다양한 주제로, 수준별 맞춤형으로 제작된 온라인 공개 강좌(K-MOOC)를 국내·외에 서비스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동시에 객석에선 볼 수 없는 ‘백스테이지’라는 단어가 번뜩 머리를 스쳤다. 극장이나 콘서트장에서 메인 스테이지의 뒤쪽, 소위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 떠오른 것이다.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양질의 공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숨은 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들과 한국학 연구자들이 겹쳐 보였다면 설명이 될 듯하다. 전 세계가 그야말로 ‘K-culture’에 환호하고 있지만,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조명은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우선, 이 기회를 빌려 국내·외에서 한국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얼마 전 중앙일보 오피니언을 통해, 지난 40년간 하버드 대학의 한국연구소 및 한국학 프로그램을 이끌어 오며 발전시킨 한 교수의 은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카터 에커트(Carter J Eckert)란 이름의 이 교수는 세계 한국학을 중국학이나 일본학의 아류가 아닌, 국제지역학의 한 분야로 우뚝 서게 한 2세대 학자로 소개돼 있었다. 특히 세계 한국사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서구와는 다른 한국적 자본주의의 기원을 찾기 위해 식민지 시기 한국적 기업의 탄생과 활동을 분석했다고 했다. 또한 그를 중심으로 한 ‘식민지적 근대성’ 연구가 미국 등 전 세계 한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에커트를 비롯한 2세대 학자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화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억압됐던 노동의 역사도 함께 다뤘다고 한다.


   해당 글을 쓴 박태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는 “이 자리가 어찌 보면 한 교수의 은퇴를 축하하는 단순한 자리였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세계 한국학과 한국사학계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학술회의에는 조선시대 연구로부터 1980년대 비닐하우스 농법에 대한 연구까지 다양한 주제의 발표가 이어졌다.”며 “스탠퍼드 대학에서부터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 이르기까지 세계 역사학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앞으로 세계 한국사와 한국학의 제3세대를 이끌어갈 학자들”이라고 전했다. 특히 에커트 교수가 제자들에게 남겼다는 다음의 말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국을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장 한국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끝까지 자료를 포기하지 마라.”


   그런가 하면 K-컬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이지만, 한국사 연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한국사·한국문학 전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한국학’이라는 말의 개념은 아직까지도 불명확하다는 견해도 보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대와 교류,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교수신문사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를 통해 왕쓰샹 미국 UCLA 교수(동아시아 언어문화과)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지역 학자들과의 협업은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인데, 그런 점이 아쉽다. 그래도 국제학술회의나 프로젝트는 협업이 이뤄지는 중요한 통로”라면서 “북미의 한국학 연구자들은 당연히 한국 학자들과의 심도 있는 학술적 교류를 하길 원한다. 특히 최근에 한국학 분야에서 박사를 받은 젊은 학자들과의 교류가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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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대학 한국학 개설 현황 검토」에 따르면, 지역별 해외대학 한국학 현황은 다음과 같다. 남미의 경우 7개국에 34개, 대양주는 2개국에 13개, 동남아시아는 11개국에 141개, 동북아시아는 4개국에 711개, 북미는 2개국에 147개, 서남아시아는 6개국에 30개, 서유럽은 14개국에 78개, 아프리카는 8개국에 13개, 유라시아는 6개국에 89개, 중동은 12개국에 31개, 중미·카리브는 13개국에 38개, 중유럽은 22개국에 82개 등 총 107개국 1천408개 대학에 한국학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한국학 학위과정의 경우 남미 4개 대학, 대양주 9개, 동남아 57개, 동북아 259개, 북미 98개, 서남아시아 8개, 서유럽 31개, 아프리카 1개, 유라시아 39개, 중동 5개, 중미 카리브 1개, 중유럽 39개 등 총 551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고, 지역별로 한국학이 가장 많이 개설된 대표적인 국가는 남미의 아르헨티나, 대양주의 호주, 동남아시아의 태국과 베트남, 동북아시아의 일본과 중국, 북미의 미국, 서남아시아의 인도, 서유럽의 영국, 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 유라시아의 러시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와 모로코, 중미·카리브의 멕시코, 중유럽의 독일 등이었다. 재단은 또한 해외대학 한국학 확산과 진흥을 위한 4가지 방안으로 ▲지역별 거점대학 한국학연구센터 확대 ▲지역별 해외대학 한국학 석박사 학위과정 확대 개설 ▲지역별 한국학 진흥을 위한 균형 있는 중장기 로드맵 마련 ▲해외대학 한국학진흥을 위한 ‘해외기관 한국학진흥협의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


   앞서 언급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진흥사업단은 위의 여러 방안들을 구현할 다양한 사업들을 실제로 기획, 운영, 발주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깊은 관심을 한국의 과거와 현대에 대한 학술연구 및 교육으로 뒷받침하고자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을 통해 다양한 한국학 온라인 강좌들을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콘텐츠 공유 웹사이트, K-MOOC 등에 한국학 다국어 강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미 구축된 해외 한국학 기반 및 비대면·온라인 매체를 활용하거나 해외 한국학 분야 유관기관과의 협업, 해외 기관 교류 확대 등의 방법을 이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전 세계 해외대학 1천348개교(연 40만 4천 명)에 한국학 강좌를 보급함으로써 한국학 강좌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국학에 대한 체계적 이해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그간의 해외 한국학 강좌들 대부분이 기초단계 강의였을 뿐 심화학습용 강의는 거의 없었다는 점, 강좌들의 주제가 한국어교육 등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고 한국의 역사 및 전통문화에 대한 강좌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문제 등을 점진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내·외에서 한국학의 제3세대를 이끌어갈 연구자들이 글로벌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한국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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