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클럽
"학술 성과의 사회적 환원과 돈 되는 인문학을 고민하다!"
이번 ‘한국학 클럽’ 코너에서는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문종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17,000여명)을 위해 교수님을 소개해 주시고, 진행하고 계시는 연구교육 활동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 여러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강문종입니다.
  저는 2000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입학하여 고전산문(고전소설)을 전공하였고 2010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2005년 대련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 파견교수로 다녀온 후, 2006년 12월 1일부터 장서각에서 국학진흥 관련 업무를 시작으로 2017년 8월 31일까지 연구직으로 근무하였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재직하는 동안 한국학대학원 교학실, 한국학진흥사업단 사업기획실, 연구처 연구정책실, 기획처 기획조정실과 대외협력팀,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 등 국제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서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1일부터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직으로 오게 되었고 고전문학 관련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대학교로 오게 되면서 지역학 분야로 연구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었고, 주로 고전산문과 설화(신화·전설·민담)를 대상으로 제주 지역의 전통시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할애하여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연 및 방송 활동 등을 통하여 한국학의 대중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고전산문(소설), 한국 고전문학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문화 및 문화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활동(강연, 저서 발간 등)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렇듯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창의적 연구활동을 지속하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며, 이런 분야의 연구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최근에 발표하신 연구 성과나, 관심을 갖게 된 새 연구 분야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학대학원에 입학한 후 고전산문 중에서도 고전소설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학대학원은 우리 고전소설을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학대학원에서 임치균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만나게 되면서 국문 대장편 소설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마침 장서각에도 조선시대 국문 대장편 소설이 다수 소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통시대 전공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한문 관련 교육은 물론, 다양한 전공들 간의 학제적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교수진, 풍부한 원전 자료, 믿는 구석이라고는 공부 밖에 없었던 선후배 동학들은 저로 하여금 고전소설의 안과 밖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고전산문에 대한 문헌학적 연구와 서사 연구를 학문적 정체성으로 삼은 후 전통시대 생활상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사회학, 인류학, 민속학, 고문헌관리학 등을 전공하였던 동학들의 힘이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주로 공동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지도교수님께서 연구책임자를 맡아 진행했던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의 교주 및 현대어역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출판하였고, 박사학위논문 주제의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우울했던 시기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의 한글 한시집 『기각한필(綺閣閒筆)』을 발굴하여 연구한 끝에 역주집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이후 왕실 한글 소설로 알려졌던 <태원지>의 한문본을 발굴할 수 있었고 이 역시 『역주 태원지(譯註 太原誌)』로 출간하였습니다.
  이후 민음사와 함께 세 권의 책을 기획하였는데 첫 번째가 동학들과 함께 집필한 『조선잡사(朝鮮雜(job)史)』이고, 두 번째가 지도교수님 및 고전소설 전공 후배들이 함께 집필한 『조선의 걸 크러시』입니다. 이 두 저서는 언론과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특히 『조선잡사(朝鮮雜(job)史)』의 콘텐츠는 MBC ‘사색의 공동체, 스미다’, tvn ‘유퀴즈 온더 블록(89회)’, KBS1 ‘이슈 픽 쌤과 함께(39회)’, KBS2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224회 3부)’, EBS ‘평생학교’, 제주KCTV ‘석학강좌’, KBS라디오1 ‘전광용의 지금 이 사람’과 KBS라디오3 ‘명사들의 책읽기’를 비롯한 각종 라디오 방송,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의 ‘역사 읽어드립니다.(12회 제작)’ 등을 통하여 소개되면서 대중들의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의 걸 크러시』 역시 KBS라디오3 ‘명사들의 책읽기’에 소개되면서 많은 언론들이 주목하였고, 재 제주TBN ‘스튜디오 1055’의 고정 프로그램 ‘제주, 올레길 인문학코스를 걷다!’(매주 수요일)를 통하여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기획한 책은 단독 저서로 집필 중인데 ‘(가칭)조선의 동성애-퀴어들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에서 밥값을 해야 한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제주 지역 표류 관련 자료들과 제주의 신화, 그리고 <탐라순력도> 등의 텍스트로 제주의 전통시대를 연구하고 있으며, ‘문화유산채널’, ‘국립해양과학관’, ‘한국해양재단’ 등과 함께 관련 콘텐츠를 대중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3.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고전산문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요. 대학원 시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며, 교수님의 인생에는 대학원 당시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요?
  대학원 시절의 느낌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즐거운 고통’인 것 같습니다. 정말 하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공부인데도 배우고 연구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주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성인들이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세상과 고립된 지역의 기숙사에 모여 살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ㅋㅋㅋ!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마도 제 기억에 가장 남는 장면들은 바로 기숙사 생활과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다녔던 답사였던 것 같습니다. 힘든 학업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도움을 주는 많은 동학들과 직접 부딪치며 울고 웃었던 일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대학원 시절은 자아와 세계를 이어주는 단단한 다리였습니다. 한국학대학원은 저에게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을 잡아주고 인도해 주었던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Q4. 최근 글로벌 한국학, K-Culture, K-Pop 등 한국문화, 한국연구의 세계화가 화두인데요. 한국학자로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앞으로 이런 사회 변화에 발맞춰 연구자들은 어떤 자세로 연구하면 좋을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한국학을 어떻게 정의하면 될지에 대해서도 여쭙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국가의 브랜드파워가 성장하는 것은 한국학자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매우 반가운 현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무엇에 주목하는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주로 지정학, 경제, 상품화된 대중문화 콘텐츠 정도로 보입니다. 이 세 분야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보편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누구나가 자신들의 삶과 생활 양식(문화)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한국적인 것들은 아직도 전문가의 영역에 남아 있거나, 외국인들로서는 그를 좋아하고 즐기기보다는 신기하게 보는 경향이 아직 많아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세계의 젊은이들은 BTS에 열광하지만, 한국의 전통 음악은 그저 신기해 할 따름입니다. 따라서 세계인들은 여전히 한국의 본질적인 모습을 좋아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 속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이국적인 느낌과 신기한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 한국학자들은 한국 고유 정체성의 역사·문화적 양상과 특징에서 보편성을 찾아내거나 보편성을 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인문 사회 분야 한국학이란 한국의 전통과 현대의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그 속에 담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양상과 특징 그리고 한국적 의미를 보편성의 영역으로 찾아내는 학문으로 이해합니다.
Q5. 한국학 연구자로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교수님께서는 대학 교육에서는 어떤 고민을 갖고 계신지요? 향후 소속 대학에서 전개하실 연구·교육 활동 계획도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살아갈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한국학은 과연 실용적일 수 있을까? 즉, 한국학을 열심히 공부했을 때 취업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연구중심대학원과 연구기관에서 바라본 한국학과 대학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면서 바라본 한국학의 의미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따라서 연구 분야에서는 순수 학술성을 유지하되 교육 현장에서는 실용성을 확보할 시스템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소 가볍고 천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학술적 성과를 화폐로 전환시킬 수 있는 ‘돈 되는 인문학 시스템’을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Q6.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들 및 이 글을 읽으실 학계 연구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학계에 계신 분들께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구조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분야가 순수 인문학과 자연과학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더 가속화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문학은 대부분의 논리와 상상력의 원천이므로 약화될 수도 사라질 수도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학술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은 그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상품을 만들어냈을 때 인문학은 소비될 것이고 지평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연구자이자 교육자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