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철기문화 수용시기의 분묘와 매장

오강원교수
오강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학 전공 교수

   초기 철기시대의 사회문화 변동에 관해서 그동안 한국 고고학계에서 다각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철기시대 개시기를 즈음해서 물질문화의 전반적인 변동이 시작되며, 그 변화는 동북아시아 일원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철기시대는 물질자료에 나타난 변화를 기록된 역사와 맞추어 볼 수 있는 시대였다는 점에서 역사학계에서도 기록에 입각한 실질적인 연구가 풍성해지는 시기이다. 다시 말해 철기시대의 개막은 기록된 역사적 사건과 고고학 자료에 나타난 변화를 대응시켜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동연구는 철기시대를 전후하여 엘리트의 묘제에 어떤 변화가 지역적으로 전개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특히 남한 지역에서 청동기시대 말기와 초기 철기시대 이전 엘리트 묘제의 가장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는 묘역식 지석묘의 출현과정에 관한 설명으로부터 중국 동북 지역으로부터의 변화가 삼한지역 관․곽묘의 출현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선사와 역사가 물질적 양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러한 물질문화와 사회 변동이 지역적으로 여러 층차를 보이며 전개되었다는 것도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에서는 지역과 시기, 그리고 문제 의식의 성격에 따라 다섯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책임연구자와 4인의 공동연구자가 각각 5개의 소주제를 분담해 연구를 수행했다. 다섯 가지 연구주제는 첫째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춘천분지 묘역식 지석묘의 발생과 종언”, 둘째 “동북아 토착사회의 관․곽묘 수용”, 셋째 “만경강유역 송국리문화와 점토대토기문화의 공존과 변화”, 넷째 “세형동검문화기 낙동강 하구유역 무덤 연구”, 다섯째 “분묘 구조로 본 마한과 진변한 묘제의 전통과 개성”이다.


   첫째,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춘천분지 묘역식 지석묘의 발생과 종언」(오강원)에서는 춘천분지의 청동기시대~초기 철기시대의 묘제를 주구석관묘와 묘역식지석묘로 양대분한 뒤, 이 가운데 묘역식지석묘가 서북한의 대평리형과 묵방리형 묘역식지석묘가 교체되는 시기 서북한의 영향을 받되 춘천분지 집단이 지역의 문화적(묘제적) 전통과 환경에 맞추어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지역화함으로써 출현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춘천분지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점토대토기문화기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데, 기원전 1세기 중엽까지 전통적인 묘역식지석묘가 약간의 구조 변화를 보이며 그대로 지속된 것으로 보았다.


   둘째, 「동북아 토착사회의 관․곽묘 수용-한의 목관․목곽묘 수용과 그 역사적 의의-」(이성주)에서는 아시아의 관곽묘에 대해 거시적으로 조망한 뒤, 초기 철기시대~철기시대 한반도에서 확인되는 목관․곽묘의 계통과 전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세형동검 개시기의 목관묘를 요동 지배층의 여러 유형의 묘제 가운데 한 유형이 기원을 이루는 것으로 보되 유입 후 토착 묘제와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았고, 한반도 최초의 단장목곽묘가 위만조선기에 출현한 것으로 보되 이 목곽묘가 위만조선 말기와 낙랑군 초기 한강 유역과 경주로 주민 이주에 의해 일시 유입되나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위만조선의 단장목곽묘는 낙랑군의 설치 이후 낙랑군의 하위 묘제로 지속되었는데, 이 과정에 2~3세기 아산만 일대의 목곽묘와 서해 연안 내륙 지역의 주구토광묘 매장시설의 모델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달리 2세기 중엽 진․변한 지역에서 수장묘로 채택된 목곽묘는 낙랑의 중원계 합장목곽묘(귀틀무덤)를 모방하여 수용되었고, 이후 신라와 가야 수장층의 매장시설로 발전해 간 것으로 보았다. 이성주의 연구는 철기문화 수용기와 그 직후 남한 지역에서 성행한 관․곽묘의 기원, 유입, 채택, 변화, 전개 등의 문제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만경강유역 송국리문화와 점토대토기문화의 공존과 변화-중상류역 점토대토기 유적을 중심으로-」(한수영)에서는 만경강 중상류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송국리문화기부터 점토대토기문화기까지를 전체 4개기로 획기한 뒤, 이러한 획기안을 바탕으로 만경강 유역을 역사자료에서 언급되는 마한의 문화, 즉 마한문화가 시작된 곳으로 보았다. 아울러 청동기시대 중기부터 송국리문화가 조성되기 시작하여 점토대토기문화가 유입되고, 이를 기반으로 청동기 제작 기술의 발달과 초기철기로 변화하는 시점에 마한 정치체의 형성과 준왕의 남래와 같은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한수영의 연구는 최근 만경강 유역에서 집중적으로 조사된 기원전 2세기 전후의 세형동검과 초기철기 공반 유물군의 물질양상을 비교 범위를 넓혀 송국리문화 후기부터 초기철기 공반기까지의 유물유형의 변화를 통해 이 일대에 명멸했던 정치체와 신구 세력과 정치체의 변화를 조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연구자 자신도 강조하였듯이, 기원전 2세기 전반 만경강 유역에 형성되어 있던 집단의 정체성이 소량의 공구류 중심의 소형 철기의 공반 등 외에는 그 직전부터 형성된 세형동검문화집단과의 극적인 변별성이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여러 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넷째, 「세형동검문화기 낙동강 하구 유역 무덤 연구」(김일규)에서는 세형동검문화의 파급과 전개 과정의 관점에서 볼 때, 충청도 지역은 직접적․수동적․동시적인 반면, 낙동강 하구 유역은 간접작․능동적․점차적이었다고 하면서, 김해 지역의 경우 세형동검문화기까지 매우 보수적이면서도 문화 지체 현상이 심하였던 곳으로 보았다. 이러한 지체 현상은 한문화의 파급 이후 급격하게 변화되었는데, 이는 낙동강 하구 유역이 지리적 특성상 한제국의 동아시아 상호관계망에 편입되어 한(낙랑)-한반도 남부-일본열도(규슈)를 잇는 관계망의 거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촉발된 것으로 보았다.


   김일규의 연구는 그간 지나치게 단계론에 입각해 남한 지역의 물질문화를 획일적으로 단계화하는 것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연구의 주제이기도 한 김해 일원의 묘제가 상대적으로 목관묘를 이른 시기부터 수용한 주변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매우 늦은 시기까지 묘역식 지석묘로 상징되는 지석묘제와 송국리문화의 기저적 전통이 잔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부각하였고, 이러한 토착 전통의 고수와 문화 지체 현상이 극복되는 것이 기원전 1세기 전엽, 김해 일대가 새로운 상호작용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각하면서부터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섯째, 「분묘 구조로 본 마한과 진변한 묘제의 전통과 개성」(박진일)에서는 청동기시대 말기와 초기 철기시대의 남한 지역을 한과 삼한단계로 구분한 뒤, 삼한 가운데 마한은 한단계에 해당되는 괴정동유형의 군집 목관묘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반면, 진․변한의 공통 양식인 월성동유형은 괴정동유형에서 유래하였지만 문화적 계승 관계는 아직 미지수라고 보았다. 이러한 차이는 토기와 철기의 형식적인 상호 관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보았다. 아울러 팔달동 유적은 묘제에서는 괴정동유형, 토기와 철기에서는 월성동유형, 다호리 유적은 월성동유형과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보았다.


   박진일의 연구는 점토대토기기를 괴정동유형기와 그 이후로 대분한 뒤, 괴정동유형기를 삼한 이전의 한, 그 이후를 삼한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데, 그만큼 괴정동유형기와 그 이후를 같은 문화 내에서 유형적인 차이가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간 막연하게 점토대토기문화, 세형동검문화, 괴정동유형 등으로 일괄하던 지역을 지역과 시간, 그리고 구체적인 유물유형의 차이에 따라 몇 개의 유형으로 세분한 뒤, 괴정동유형과 각 유형의 상관 관계를 통해 직접적인 계승 관계, 여러 맥락에 따른 새로운 세부 유형으로의 분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공동연구에서는 초기 철기시대를 역사시대의 여명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 시기 엘리트층의 무덤, 특히 수장묘라고 하는 분묘의 출현과 전개를 지역적 특수성과 지역 간 비교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춘천분지와 낙동강 하구역, 만경강 유역의 특수한 지역적 물질문화 맥락을 충실하게 드러냈다고 자부한다. 특히 춘천분지 묘역식 지석묘와 김해 지역 지석묘와 목관묘 유적의 시기, 지역성, 유물복합 출현의 맥락과 관련하여 기존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와 해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