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슬기로운 유학생활: 깊은 지식과 경험을 쌓자

반사박 사진
반사박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정치학)

'합당한 보상'을 받자


  본인은 현재 한국학대학원에서 정치학과 박사과정 3년차(6학기)이다. 정치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광우병 시위, 촛불 혁명 등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이 신기했으며, 여당, 야당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끊임없이 이슈가 발생하는 한국 정치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공부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에서는 여성인권에 관한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정치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현재는 정치와 젠더이슈에 관련된 분야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유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언어, 문화의 장벽으로 인한 불편함은 물론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하며,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음식도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들을 감수하면서 유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견문을 넓히고 싶어할 것이고, 누군가는 한국 자체를 좋아하기에 한국에서의 유학을 선택했을 것이며, 이 외에도 수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유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힘든 고충을 견디며 유학생활을 하고 있기에 이에 걸맞는 '보상'을 생각안할 수 없다. 나는 단순히 한국학을 학술적으로 접근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한 졸업이 목적이라면 이는 '합당한 보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유학은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면서 본국에서의 관점이 아닌 최대한 한국의 관점으로 한국학 관련 이슈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관점에서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핥기식으로 지식을 쌓는 것은 시간낭비며, 잘못된 지식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하자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은 TV, 신문,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정보와 지식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게 되었다. 유학생으로서 낯선 환경과 문화를 글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하더라도 세부 분야에서는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목적없이도 TV 등을 접해보는 것도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유학생활을 한다해도 그 나라의 문화가 베여 있는 예능프로그램, 음악, 드라마,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TV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지어 단순히 광고를 보고 이해하는 것도 한국의 현재 트렌드를 읽을 수 있으니 꼭 추천하는 방법이다.

  만약 TV가 없다면 인터넷 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TV가 없어도 인터넷을 통한 뉴스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방법보다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시사,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한 뉴스는 틈틈히 읽어주는 것이 좋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의 뉴스는 한국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준다. 현재 정책이 어떤지, 한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생활지식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분포되어 있다. 인터넷 뉴스를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세히 볼 필요도 없다.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유용한 지식들을 접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접근하기 편할 것이다. 앞서 최근 본인이 젠더이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젠더관련 기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분야이었음에도 스치듯 여러번 보게 되면서 젠더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므로 틈틈히 기사를 접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어느정도 앞에서의 방법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면 유튜브(YouTube)를 통한 방법을 추천한다. 유튜브는 영상이기 때문에 글보다 접근하기도 쉽고 심화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세부 주제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반적인 한국문화에 대한 기본이 부족하면 접근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으며,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와 유튜브의 댓글을 통해 어떠한 특정 이슈에 대해 일반 한국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동일한 이슈를 바라볼 때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댓글을 꼭 읽을 필요가 있다. 본인은 댓글을 통해 한국의 최신 인터넷 용어들을 배울 때도 많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무엇이든지 스스로 경험을 해야만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를 이용해 한국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직접 겪어보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어떤 주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자국의 미디어를 통해 여러번 접하여 편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한국인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정보와 실제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것이 유학생들에게 좋은 주제이든 좋지 않은 주제이든 본인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유학생활 또는 학술연구에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기회가 될 때마다 최대한 많은 한국인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깊게 친해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친해지려 할 필요는 없다. 대화가 다소 짧아도 다수의 한국인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들이 가진 생각들을 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급적이면 세대별, 성별로 그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성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한국은 특히 세대별, 성별로 생각이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학과를 제외한 대다수의 한국학과에서 학술연구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대화들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자의 관점과 상관없이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타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함으로써 얻는 즐거움과 지식은 학술적인 측면과 상관없이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학대학원 답사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답사 사진 (박경리문학관, 2022년 8월)


슬기로운 유학생활


  한국은 아직까지도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다. 굉장히 역동적이면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나라다.
  누군가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인데 잠재력이 어디있냐고도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빠르면서도 꾸준히 발전의 상승곡선을 이어온 나라이다. 가끔씩 정체되거나 하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발전의 추세를 볼 때 미미한 수준일 뿐이다. 또한 경제수준에 맞게 인프라 구축이 잘되어 있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광역시, 지방지역 공공시설과 생활환경이 좋은 것은 물론, 소외되어 있는 지방 지역도 포장도로가 거의 깔려 있고, 살기 좋은 환경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한국 정치는 특정 세력이 계속해서 이어져 오지 않고 국민들의 관심과 의지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K-POP이나 K-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있을까?' 싶어도 기존의 강점이 있는 분야와 새로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염원인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한층 더 성장할 잠재력도 충분히 갖고 있다. 단언컨데 다양한 분야에서 이렇게 꾸준히 장기간 성장한 나라는 전세계에서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의 유학을 선택한 한국학대학원 학생들 또한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학대학원은 외국인이 유학생활하기에 최상,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국학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한국어 및 한국학에 대한 수준이 다른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러한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교육커리큘럼과 외국인에 책임감과 관심이 높은 교수진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학 연구를 도울 수 있는 환경 또한 매우 좋은 편이다. 다수의 국내, 국제학술회의, 많은 연구지원, 인프라, 답사 등은 다른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들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앞서 본인이 말한 기회들을 잡는 것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이처럼 좋은 환경과 더불어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슬기롭게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유학하는 시간이 금보다 더 귀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에서 자국을 떠나 타지에서의 오랜시간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은 학술적인 측면만이 아닌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큰 손해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미디어를 통한 이론적인 측면이나 경험적인 측면을 통해 한국에 관한 지식을 모두 익히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하나라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학대학원에 입학하는 유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모두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인 또한 부족한 부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론과 경험을 통한 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이며, 타지에서 힘든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유학생들이 스스로에게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유학생활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