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일기(日記)의 문화사 : 동서문화 융합연구의 가능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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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학 전공 부교수

   이 연구는 일기라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동서문화 융합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진행된다. 동양, 특히 한국의 일기와 서양의 일기가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또 어떤 점에서 결을 달리하는지에 대한 진단은 동서문화 비교의 초점을 설정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제적 분석을 지향하여 역사학·고전번역학·사회학·의상학·인류학·생태학·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꾸렸다. 특히 영국 연구자 2인의 참여는 동서문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어 주었으며, 유럽 학계의 연구 동향을 흡수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연구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개별 연구자 각자의 주제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되, 자신의 전공 분야인 단일 분과 학문의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문화사적 해명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 및 방법론을 공유하며 학제간 연구의 효율성을 추구하였다. 아울러 이 연구는 비교론적 고찰과 한국사의 초(超) 국가적인 요소를 확인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목표의 달성을 위해 ‘지식’, ‘가족’, ‘복식’, ‘교환’, ‘여행’, ‘환경’, ‘생태’, ‘경제’ 등 총 8개의 세부 주제를 설정하였으며, 조극선의 <인재일록> 및 <야곡일록>, 김영의 <계암일록>, 오희문의 <쇄미록>, 유희춘의 <미암일기>, 정시한의 <산중일기> 등 16-17세기 조선의 일기와 19세기 미국지식인인 존 뮤어(John Muir)일기 등이 핵심 연구 텍스트로 활용되었다. 특히 환경분야에서 조선시대 일기와 영국일기의 비교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큰 시도라 할 것이다.


  <연구의 세부 주제>

   ➀ 지식 : 인재•야곡일록을 통해 본 17세기 사대부의 지식문화인프라

   ➁ 가족 : 예안 광산김씨가 일기를 통해 본 가족의 일상과 ‘가족문화’

   ➂ 복식 : 일기에 나타난 조선중기의 복식과 유통문화

   ➃ 교환 : 쇄미록을 통해 본 전란기 교환과 호혜의 사회문화사

   ➄ 여행 : 조선시대 사대부의 유산과 여행문화

   ➅ 환경 : 환경사적 관점에서 보는 조선시대의 자연 및 물질 환경 -조선시대 일기와 영국 일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➆ 생태 : 존 뮤어(John Muir)의 일기에 나타난 산행과 생태사상 -조선시대 문인과 19세기 미국지식인의 상관성을 중심으로-

   ➇ 경제 : 동서양 경제생활사 비교를 위한 기초연구 -조선시대 일기와 영국 일기를 중심으로-


   이 연구는 개인의 일기가 한 시대의 문화적 현상과 함의를 읽어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발견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비교 연구를 통해 도출된 연구결과물은 ‘한국문화’ 또는 ‘유럽문화’, ‘미국문화’ 등이 아닌 ‘세계문화’라는 구도 속에서의 한국문화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세계사적 관점 하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