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화용 양상

이영준 사진
이영준
책임연구원

   최근 한국 사회는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의 유입, 국제결혼의 증가로 인해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들의 한국 사회 적응과 수용은 중요한 사회 문제의 하나로 대두되었으며, 이 문제에 관한 연구들이 개인과 기관의 차원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을 포함하므로, 낮은 현지어 구사력은 현지 사회에 대한 적응도를 현저히 저하시킨다. 한국 사회로의 성공적인 진입과 적응을 위해 한국어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성공적인 의사소통에서 화용적 이해가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화용적 특성과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언어 간의 규칙 대조에 집중되어 있으며, 오류 분석도 주로 형태ㆍ통사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어 능력을 유ㆍ무나 상ㆍ중ㆍ하로 평가해서 분석하는 경우, 학습자의 언어 발달에 따른 사회 적응도의 변화를 알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한국어 구사력의 변화와 이에 따른 학습자의 사회 맥락 이해도를 화용적 측면에서 통시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Habermas(1970)나 Hymes(1972)에서 등장하는데 이 능력을 문법적 능력, 사회언어학적 능력, 담화 능력, 전략적 능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회언어학적 능력이란 언어와 담화의 사회 문화적 규칙에 대한 지식으로 그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사회언어학적 능력이란 다양한 사회언어학적 맥락 속에서 소통 참여자 사이의 대인관계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며, 이에 상응하는 문법 형태를 발화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림 1]『어제 궁원식례』에 나오는 육상궁 제향 진설도  (우) [그림 2]『어제 궁원식례』 표지(한중연 장서각 소장)

   이러한 사회언어학적 능력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양적으로 계산해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의 평가에 있어 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를 위해 한국어 학습자의 화용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학습자의 한국 사회 및 언어 접촉도, 문화 간 감수성을 살피고, 학습자 변인 및 한국어 능력과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면 이를 활용해 화용 양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의 발전은 언어교육 연구 방법론의 지평을 더 확장시켜 주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 서포트벡터머신과 같은 기계학습을 활용한다면 화용적 이해도를 측정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예측을 통해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성공적인 한국 사회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도출할 수 있다. 국적과 학습기간, 거주기간, 문화 간 감수성, 한국 언어 및 사회 접촉 요인들을 독립변수로, 한국어 능력을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두 변수 사이의 회귀관계를 살핀다면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화용 능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어 학습자가 생성한 언어 자료가 추가되고, 데이터세트가 더 많아지면 예측의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