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인문정보학 : 구름 속 세계, 환상적이고 어렴풋한

지해인 사진
지해인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석사과정(인문정보학)

대체 인문정보학이 뭐길래?


  이곳 운중동(雲中洞)은 땅에도 구름이 내린다. 특히나 이른 아침에는, 이따금 선계(仙界)에 온 것 같은 감회가 일 때도 있다. 비단 주변 환경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요즘 필자는 구름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전공과 관련해서 그렇다고 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로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현재 필자는 한국학대학원에서 ‘인문정보학(cultural informatics)’을 전공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으로 소개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대화 상대가 한번에 알아듣고 이해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전공자로서도 똑 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감이 있는데 하물며 문외한이야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얼마 전, 필자는 친구에게 필자의 전공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인문정보학이란 어떤 학문이고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가? 이에 대해 필자는 무려 30분에 걸쳐 설명을 했는데도 그 의미를 명쾌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인문정보학이 무척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때 친구와의 대화에서 거론된 인문정보학의 키워드(Keyword)들은 대강 다음과 같다.

  ‘간학문’, ‘정보 기술’, ‘드론’, ‘데이터베이스’,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 처리’, ‘프로세스’, ‘재현 가능성’, ‘인문학적 해석’ 등등⋯ 한눈에 봐도 어려운 용어들이 즐비하다. 대체 인문정보학이 뭐길래 이런 키워드들이 거론되는 걸까?


  인문정보학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필자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그간 수행하기 힘들었던 인문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인문정보학은 태생적으로 다양한 방법론과 다채로운 연구 주제를 포괄할 수밖에 없다. 필자만 해도 최근 직접 소스코드를 작성(코딩)하여 특정한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작업을 수행하였고, 그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분석 방법을 시도한 바 있다. 이는 한눈에 봐도 전통적인 인문학의 접근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그저 분석에 그칠 뿐이라면, 이는 인문정보학보다는 정보공학 쪽의 연구라 하는 게 적절하겠다. 인문정보학은 단순 데이터 분석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를 파악해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컴퓨터는 사용자가 입력한 대로 데이터를 이리저리 자르고, 연결하고, 분석까지 수행해 주지만 ‘인문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까지 도출해 주지는 않으며, 그 해석은 전적으로 연구자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바보다


  흔히 컴퓨터를 통한 연구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선입견은 ‘컴퓨터가 알아서 다 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알아서’ 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컴퓨터는 계산밖에 못하는 바보에 가깝다. 가령 얼마 전 학우분과 리눅스 환경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 학우분이 명령어를 똑같이 입력했는데도 오류가 반환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허탈하게도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바로 ‘띄어쓰기’가 하나 더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사람이라면 띄어쓰기 하나 더 들어간 것이 무슨 대수겠느냐마는, 컴퓨터는 극단적 규범주의자라도 되는 것마냥 틀렸노라고 준엄히 꾸짖는 것이다. 이렇듯 컴퓨터는 융통성이 없다. 똑같이 입력했다는 것은 사람의 유연한 사고에 따른 착각일 뿐이다. 즉, 문자 그대로 완벽히 똑같지 않다면 컴퓨터가 보기에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이렇게 똑똑하지만 완고한 바보를 데리고 의도에 맞게 연구를 수행한다니! 상당한 인내심과 공부가 필요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인내심과 컴퓨터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컴퓨터가 ‘뿅!’ 하고 저절로 연구를 수행해 줄까? 만약 그랬다면 아마 필자 근심의 9할은 즉시 해결되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컴퓨터는 시키지 않은 일은 수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미의 해석 같은 작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일자무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인문학이 인문학일 수밖에 없는 것은 컴퓨터가 처리해 준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나아가 그 결과가 인문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해 내는 것은 연구자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겠다.
  최근 필자가 고심하는 것 역시 이 ‘인문학적 해석’의 문제다. 필자는 이전에 컴퓨터과학을 조금이나마 공부했기 때문에, 컴퓨터라는 도구를 다루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실 컴퓨터를 잘한다는 말까지 듣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인문정보학이 IT(Information Technology) 기술보다 인문학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무념무상하게 사용자의 지시를 기다릴 뿐, 내놓은 결과에 대해 일언반구도 덧붙이지 않는 것이다.


구름 위에서 보는 풍경


연구원 드론 촬영 장면

  이제 구름 속을 거니는 것 같다는 본고의 도입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가리라 생각한다. 이곳 운중동이 아니더라도, 필자는 이미 구름 속에 있다. 초심자로서, 이 환상적인 세계는 그 방대함으로 인해 구상이라기보다는 추상에 가까운, 어렴풋한 인상으로 다가올 때가 잦다. 물론 인문정보학 본연의 문제라기보다는 필자의 전적인 미숙함에 기인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속절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겠다. 인문정보학이 갖는 강점이 ‘기존의 인문학 연구가 하기 힘들었던 연구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할 수 있다’는 것인 만큼 그 과정에서 폭넓은 탐사를 요하는데, 지금 필자는 고작 첫 번째 학기 도중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컴퓨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필자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관심 있는 영역을 필두로 앞으로도 계속 인문학 공부에 매진해 나가리라 결심하는 바이다. 끝으로 기왕 웹진이라는 전자 매체에 기고되는 글인 만큼, 필자가 드론을 사용하여 최근 처음으로 구축을 시도해 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파빌리온(pavilion) 링크를 기재하면서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파빌리온 사진

[그림 1] 한국학중앙연구원 파빌리온(pavilion) 화면


  인문정보학의 파빌리온(pavilion)은 인문지리 정보를 시각 자료로 전환할 때 주로 활용하는 것인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였으니 직접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링크의 내용물은 실습을 위해 필자가 처음 제작한 것으로 완성된 파빌리온이라기보다는 단순 파노라마 사진(panoramic image)에 가깝다는 점만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실제 파빌리온은 단순히 공간을 조감하게 해 주는 것뿐 아니라, 공간상의 여러 콘텐츠를 이미지, 동영상 등을 통해 하나로 엮어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분과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필자의 ‘구름 속을 거니는 듯한’ 상황과는 달리 쾌청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모습을 아래 링크를 통해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