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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의 한국민주화운동과 국경을 넘는 연대의 역사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제학술회의 비대면(Zoom) 회의-

이재형 사진
이재형
한국학중앙연구원 제3기 SNS기자

  올해는 3·1 독립 만세운동 103주년이다. 실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국내에서만 벌어진 건 아니다.
  상해 임시정부(臨政)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된 독립운동의 역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뿌리며, 그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 3월 1일 개관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임정기념관)이다. 그곳을 직접 가보니 100년이 넘어서야 상해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서울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임정기념관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 역사를 후손에게 전승하게 되어 다행이다.


임시정부 청사 모습

[그림 1] 개관 기념 특별전시회에서 전시한 중국 상해 프랑스 조계 샤페이로 321호에 있던 임시정부 청사


  당시 꿈에 그리던 독립은 쟁취했지만, 민주주의에는 익숙지 않았다. 해방 후 우리는 좌·우 대립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국내 민주화운동은 기념관도 많고 사료도 많다.


  독립운동처럼 해외에서도 한국 민주화를 위한 운동이 많았다. 그럼에도 해외 한국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3월 11일(금)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주최로 ‘해외에서의 한국민주화운동과 국경을 넘는 연대의 역사’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비대면 줌(Zoom)으로 열렸다.


안병우원장 참석사진

  본격적인 학술회의에 앞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안병우원장(<= 좌측 사진)은 “한국민주화운동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지지와 연대를 통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초국가적 연대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번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한국민주화운동 연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공유하고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를 한 이삼열(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해외에서의 한국민주화운동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회의로서는 이번이 최초의 행사가 아닐까 싶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한 논문이나 회고담이 나와 해외 민주화운동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한중연이 학술회의 등을 통해 해외에서의 한국민주화운동의 전모를 밝히려고 노력한 것은 해외 독립운동만큼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술회의 포스터

국제 학술회의는 1부와 2부, 종합토론까지 7시간 넘게 진행됐다.
<1부>는 한국민주화운동과 미국, 독일에서의 연대활동이다. 황인구 보스턴칼리지 조교수는 한국민주화운동이 미국에서 초국적 인권정치로 발전한 과정과 그 과정의 중심지였던 워싱턴의 의미를 조명했다.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교수는 한국민주화운동을 위한 독일 연대세력의 활동을 고찰해 한국민주화운동의 초국가적 성격을 조명했다.


  <2부>는 한국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본 시민운동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가톨릭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 과정과 그 과정에서 김정남 이사와 재일 교포 송영순 선생 등이 주고받은 서신의 의미를 짚어본 점이 흥미롭다. 양심수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한·일 연대운동과 그 배경 또한 짚었다. 이미숙 일본 릿쿄대학 조교수,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이 각각 발표했다.

  김원 교수는 해협을 건넌 편지들을 공개하며 김정남, 송영순, 배동호 서신의 민주화운동에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황병주 편사연구관은 1970년대 양심수 석방 운동과 한·일연대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채팅창을 통해 전달되었고, PPT로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좋았다. 비대면 방식의 진행이었지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김정남이 송영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그림] (좌측) 1977년 5월경 김정남이 송영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  (우측) 1980년 6월 11일 김정남이 송영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1, 2부 발표 후 발표내용에 대한 각각의 토론이 있었다. 여기서 7시간에 걸친 발표내용을 다 소개하기 어렵지만, 학술회의를 통해 해외 한국민주화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역사를 모으고 재정립하는 것이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성공회대학교 김동춘 교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발표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은 물론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감 없이 나눴다. 비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채팅장에 질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의 토론 열기가 뜨거워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김정남 선생의 기탁자료를 2020년부터 정리하면서 1970~80년대 일본에서의 한국민주화운동 연대투쟁을 담은 미공개 희귀자료들을 새롭게 발굴했다. 김정남 선생은 영화 ‘1987’의 실존 인물이다. 이 자료 발굴을 계기로 한중연 주관으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것은 물론 한국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해외에서의 연대와 교류 과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임시정부 청사 모습폴 슈나이스 목사와 기요코 여사

[그림] 폴 슈나이스 목사 1) 와 기요코 여사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근대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상해 임시정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해외 민주화운동은 잘 모른다. 나도 그렇다. 이번에 한중연이 개최한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한국의 해외 민주화운동에 조금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사료가 발굴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처럼 해외 민주화운동 기념관도 건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해외에 알리고 지원했던 폴 슈나이스 목사가 11일 독일에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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