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지방자치사에 새로운 발자욱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번 한중연 사람들 코너는 지방자치와 대전광역시의 발전을 위해 힘써 일하시는 대전광역시 황인호 동구청장을 만나보았다.


황인호 동구청장 사진

한국학대학원 및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익사이팅!’동구청장 황인호입니다.


한국학대학원을 졸업하셨죠? 대전 동구청을 위해 일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저는 한국학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꾸준히 ‘역사의 변환’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학문을 통해서 할 것인지 아니면 더 효율적인 수단을 통해서 할 것인지 모색하던 중 정치행정력이라는 수단을 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제가 어려서부터 존경해왔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도 큰 몪을 했습니다.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10여년간 고향인 대전의 여러 대학에 출강하면서 지역의 현안 문제 해결에 나서다 보니 주변의 천거로 지방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2001년 초 한밭대학교가 동구에서 유성구로 이전하면서 7000여명의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는데 아무도 해결하는 사람이 없어 제가 주민들 400여명을 저녁에 소방서 강당에 모시고 해결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4년 정도를 고생한 끝에 대학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게 됐습니다.

용전동 주민자치회 발대식1

용전동 주민자치회 발대식1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대전시청에 대항해 주민들을 3개월간 모시고 가 시위한 끝에 성사된 것이어서 한밭자이아파트는 주민자치의 산물이 됐습니다. 당시 분양가를 3.3㎡ 당 100만 원씩 싸게 만든건 덤이구요

이후 주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 잠시 정치를 한다는 것이 대전 동구의회 의원 4선과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등 내리 5선으로 20년간 지방정치 생활을 했습니다. 지방의회의원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만드는 등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원이 아닌 지방정부의 단체장인 대전 동구청장을 하게되었습니다. 집행부의 수장은 뜻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위치기 때문입니다.

대전 동구는 어떤 곳인가요?


전국의 지방정부 중에서 동구나 중구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곳은 모두 원도심입니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매우 낙후된 곳입니다. 대전 동구는 1905년 경부선과 대전역이 생기면서 72년 전에는 대전시를 32년 전에는 대전광역시를 만든 모태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16년간의 영예가 신도심의 팽창으로 지난 반세기동안 꾸준히 추락일로에 놓여 어느덧 전국의 광역시 역세권 중에 가장 낙후된 오명을 갖게 됐습니다. 대전역세권과 함께 동구는 전체적으로 낙후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청사 건립 등 무리한 행정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10여년간 530억 원에 달하는 부채에 시달려 빚을 갚느라 10여년간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의 수당은 물론 주민들의 민원처리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지방자치의 실종 상태였습니다.

2018년 7월 1일 동구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20여년의 지방정치 생활의 노하우를 발휘해 ‘돈버는 동구, 잘사는 동구’로의 부흥과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제가 동구청장이 된지 2년 6개월 만에 천지개벽시대를 열고 동구의 비상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남아있던 지방채 110억 원을 모두 상환했고, 가장 시급한 해결문제였던 대전역세권이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인 혁신도시로 지정됨은 물론, 복합2구역 민자개발사업, 쪽방촌 도시재생사업 등을 발판으로 대전시 역사상 유례 없는 천지개벽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전역세권이 혁신도시 지정과 함께 무려 2조 3200억 원의 투입으로 2025년까지 전면 개발하게 되었죠.

그리고 무려 20곳에 이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영개발 방식의 달동네 없애기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봇물이 터졌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민영개발도 활발해져 동구 전체지역에 30개 단지의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가 20여년 간 추진했던 대전의료원 건립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면서 마침내 확정되었고요. 이러한 5복(福)으로 더 이상 동구는 반세기 동안의 낙후된 도시가 아니라 대전시민의 초미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핵심도시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동구 8경 선포식』

동구 8경 선포식

또, 저의 4대 비전대로 대청호반-식장산-만인산 등 관광휴양벨트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인 오동선 벚꽃길과 동구 8경을 품은 “관광 1번지”, 2019년 행정안전부 혁신챔피언에 등극한 나눔냉장고와 전국에 유명세를 탄 동구 대표 복지브랜드인 '천사의 손길'로 대표되는 “복지 1번지”, 여섯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일곱 건의 재개발 사업, 아홉 군데의 재건축 사업 등 도시 재정비가 가장 활발한 “도시혁신 1번지”, 코로나19의 선제적 대응으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자연 재난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안전 1번지”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신축년인 2021년에는 동구의 올해 사자성어인 여민유지(與民由志: 뜻을 얻으면 주민과 더불어 그 뜻을 행하며 옳은 길을 가도록 힘써야 한다)의 뜻대로 구정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한국학대학원에 재학할 당시 특별히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무엇보다 한국학대학원이 ‘인문사회과학의 카이스트’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자긍심이 있었습니다. 국비장학생에게 전액 무료로 공부하고 재워주고 먹여주니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전공의 대학원생들이 공동 기숙사 생활을 하고있어 학제간 연구에도 도움이 컸습니다.

여러 좋은 기억 중에 기억나는 몇 가지로는, 밤늦게 공부하는 야행성 대학원생들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출출하면 자정쯤 삼삼오오 함께 안양 공동묘지 앞에 있는 포창마차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칼국수에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의 관심사와 연구논문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일생에 참 그러한 시공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동료들, 미국교수와 일본교수도 있었는데,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는 한국학중앙연구원답게 영화 스토리같은 시기였죠.

특히, 원효대사를 연구했던 후쿠시 지닌이라는 일본인 교수가 기억이 납니다. 저와의 친교로 대전 배재대학교에 적을 둘 정도였고, 일본에 있는 가족까지 대전에 데려와 자주 만날 정도 였으니까요.

대학원 전공 공부가 구정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한국학대학원 재학 시절, 학제 간 연구는 요즘 흔한 용어로 전공들의 울타리를 벗긴 '융‧복합 아고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매일 만나고 1년에 두 차례 백제와 신라 유적을 따라 하는 대학원생 전체 학술답사는 각기 다른 전공들이 모여 심도 있는 학제 간 연구를 펼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학제 간 연구와 도서관의 24시간 개방은 지방행정을 하는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사회학 외에 민속학을 공부하다 보니 대전 동구의 역사와 유래를 살린 관광자원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구청장을 하면서 미래의 먹거리로 제시한 관광산업은 동구를 관광 1번지로 만드는데 주효하여 이제 우리 동구가 대전을 대표하는 꿀잼도시가 되었습니다.

드라이브스루 벚꽃길

드라이브스루 벚꽃길

대청호 명상정원과 효평마루-식장산 한옥전망대-상소산림욕장과 오토캠핑장-만인산자연휴양림 등 으로 이어지는 “자연생태자원”을 한 축으로 관광휴양벨트를 조성하고, 우암사적공원과 송자고택-박팽년유허지-철도관사촌-대동하늘공원-이사동민속문화마을-산내 곤룡골 평화공원 등을 잇는 “역사문화자원”을 또다른 축으로 해 연간 5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실상부한 관광 동구로 급신장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시절 민속학과 예술학에 힘입어, 대청호반의 효평마루에서는 상시적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전통 매사냥 시연과 정크아트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유학년제 시대인 만큼 지방정부에서 차별 있는 체험학습장을 선제적으로 선보이는 것이죠.

또, 한국학대학원 시절 마음껏 이용했던 도서관을 생각하면 주민들, 특히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과 체육관 같은 것을 동구에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습니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벗어난 학교 밖 아이들에게 이러한 공간은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천사친구 효돌이 효순이 전달식2

천사친구 효돌이 효순이 전달식

제가 좋아하는 표어 중에 “실천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목민관이셨던 부친을 바라보고, 자신 역시 목민관과 암행어사를 경험하며, 뜻을 같이 한 정조 임금과 조선을 개혁하려고 했습니다. 그 분이 집필한 500여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는 방대한 학문적 성과는 물론, 어릴 적부터 조선의 현실정치와 행정을 목도하며 역사를 변환시키려는 웅지가 깃들어 있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지나온 역사를 바라보며 즐기기 보다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며 역사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투구하는 정치인, 존경받지 못하는 정치인보다는 존경받는 행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이 하지 못하는 것, 밤새 내린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공금에 대한 외경의식으로 의원시절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20년간 공금으로 한번도 해외연수를 가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가장 많은 조례를 만들었으며, 최고의원상-최고의장상-최고의회상을 석권한 것도 지방자치사에 새로운 발자욱을 남기고자 한 것입니다.

혹시, 지방정치에 뜻이 있는 독자 혹은 한국학대학원 후배님이 있다면, 제가 쓴 『엘리트 지방의원 되는 길』, 『황인호의 행복한 지방자치만들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