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해외 한국학 연구 동향 (2) :최근 시기(2015~2019)

-2019년 연구정책실 보고서

지난 2월호 <한국학 포럼>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된 해외 한국학 연구 동향을 파악해 보았다. 이어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해외에서 진행된 한국학 연구 동향을 살펴보겠다.

최근 6종류의 대표적인 한국학 관련 해외 전문 학술지에 수록된 한국관련 글(논문, 리뷰, 서평 등)은 총 451편이 된다. 이는 지난 시기 6년간(2007년~2012년) 해외 주요 영문학술지 4종에 실린 논문 수가 총 95편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비록 학술지 수가 2종류 많기는 해도 논문의 수적 상승세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표1] 해외전문학술지(6종)의 한국학 논문(서평, 논문 및 영화리뷰) 수록 현황

구분

논문(서평, 논문 및 영화리뷰)

·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29(서평 5, 논문리뷰 1)

· Cross Currents

48(서평 12, 논문리뷰 4)

· Pacific Affairs

145(서평 114, 논문리뷰 1, 영화리뷰 1)

· Journal of Korean Studies

61(서평 21, 영화리뷰 2)

· Journal of Asian Studies

115(서평 74)

· Korean Studies

53(서평 16)

합계

451


1. 최근 한국학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6종의 해외 한국학 학술지를 전수 조사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표 2] 한국학 연구분야

분야

논문 수

비율

역 사

59

29.5%

사회과학

57

28.5%

문 화

21

10.5%

문 학

34

17.0%

영 화

13

6.5%

인류학

6

3.0%

종교사상

4

2.0%

음 악

1

0.5%

언어학

2

1.0%

미술사

1

0.5%

합 계

198

99.0%


위 [표2]는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가 각각 29.5%와 28.5%로, 최근 한국학 연구 분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 분야가 17.%로 뒤를 따르고 있고, 문화 분야도 10.5%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10% 미만에 해당하는 분야는 영화, 인류학, 종교사상 등이며, 1%미만에 속하는 음악, 언어학, 미술사 분야는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합계 비율이 99.0%에서 1%에 속하는 분야는 ‘기타 분야’에 해당하며, 이는 언론과 종교의 사회적 교육에 관련된 두 편의 논문이다.

최근 한국학 연구 분야는 이전 시기와 관련해서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가 여전히 주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학 분야가 이전보다 늘어났고, 종교사상과 음악, 인류학 분야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주며, 다른 분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학 연구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구 분야의 다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최근 한국학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가?


1) 일반적 흐름

역사 분야에서 전근대를 다룬 논문들은 비교적 원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인 주제를 살펴보자면, 조선시대를 다룬 논문이 많은 편이다. 중국 중심의 화이관과 조선 및 여진족의 문화적 갈등과 우열에 대한 담론 분석, 조선 전기 청원제도와 여론에 대한 조명, 임진왜란 이후의 산림녹화를 분석하고 있는 연구 등이 주목을 끈다. 이 외에도 여말선초의 역사적 인물의 활동, 조선 후기 이인좌의 난, 유교 국가에서 호국불교의 위상과 정치적 의미,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문학, 다산 정약용의 일본에 대한 비판적 관점 등을 다루고 있는 연구들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전근대 한국학의 주제는 그 수에 있어서 근현대 한국학에 크게 못 미친다. 근현대 역사학 분야는 고정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편이다. 예컨대, 식민지 근대성과 식민지정책, 한국전쟁, 독재시대의 권위주의 등을 중심으로 여러 개별적 주제들이 다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사분야와 함께 한국학 연구의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회과학 분야는 이전과 같이 한국과 관련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 등 현실적인 주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테면, 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 산업 발전 및 성장, 노등 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정치학의 주요 관심은 정치현상, 선거, 군사전략 등이었다. 사회학은 시민권, 공동체, 이주민 등에 주목하고 있다.


[표 3] 사회과학 분야 연구주제

구분

주제

사회과학

⸰ 한국 등 아시아의 경제적 위상 | 신노동운동 | 북한에 대한 인식 | 외환보유고의 현실 | 한국 등 아시아 시장 | 공안정치 | 휴대폰 제조산업 발전 | 근로노동시간 | 환경정책 | 노무현 현상 | 군복무와 시민권 | 박정희와 토지개혁 | 한국 등 아시아 경제와 무역 역학 | 중국ㆍ북한의 관계 | 투자 중심 성장 위기 | 미군 철수 및 재배치의 정치동학 | 노년층 노동자의 위치 |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와 신우익 | 재벌의 조직문화와 중국의 고용 불평등 | 노동시장 개혁과 노동조합 전략 | 조건적 시민권의 정치 | 도시공동체 | 탈북자에 대한 인식 | 서울의 도시재생 과정 | 선거 규제 정치 | 한국 등 러시아의 아시아 전략적 재편 | 정당과 성 할당제 및 후보자 선택 | 일본 여자정신대 문제의 정치경제 | 도시와 불법 이주민(조선족) 수용 등


북한 관련 논문도 다소간 양적 상승이 발견되며, 11편은 사회과학 분야(현대)에 해당하며, 나머지 6편은 음악(현대)과 문화(현대), 문학(현대), 역사분야에 속한다.

한국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비교 연구의 방법을 통해서 계속 진전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경제 발전과 아시아권 나라들의 비교, 일본과 한국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와 신우익(New Right)의 문제 비교, 아시아의 관점에서 한국과 주변 나라들의 결혼 풍속과 문화 비교, 대만, 한국,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성 개혁(gender reform)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문제, 한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영화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영향을 분석한 영화분야의 논문 등이 눈에 띈다.

문학 분야의 주제는 근현대 한국문학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근대 문학을 다룬 논문도 약간 늘어났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이 향유한 한글 문학의 특징, 조선시대 서신을 통한 선비들의 자기 수양과 정치적 교류의 일화와 특징, 조선시대 여류 서화가들의 행적과 사대부의 문화적 소양을 고찰한 글이 있다.

문화 분야에는 한류라는 고정적 주제에 덧붙여,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아래 [표4]에서는 문화와 영화 분야의 연구주제를 간추린 것이다.


[표 4] 문화 및 영화분야 연구주제

구분

주제

문 화

⸰ 한국의 여성 근대성 | 식민지 한국의 무정부주의와 문화 | 한국의 사회적 변화와 비주얼 컬처(visual culture) | 한류와 서울의 문화 | 한류의 단계적 발전 양상 | 베니스건축비엔날레(2014)한반도| 한국 여성 무당의 사회적 지위와 미디어의 관계 | 한국 드리마와 정의 및 신자유주의 문제 | 한국의 대중 폭력 문제 등

영 화

⸰ 미군정 및 미군과 한국의 자동차 문화 | 식민지 한국의 무정부주의와 문화 | 이영일(李英一)의 한국영화사 리뷰와 의의 | 일제 강점기 서양 영화와 한국의 적용 과정 | 한국 영화와 식민지 농촌의 미학 | 1980년대 민족주의 에로 영화와 여성의 민족문화적 위기 | 1950년대 아시아재단과 한국의 영화 흐름 | 냉전시대와 영화 작가주의 | 1960년대 한국 첩보 영화와 홍콩의 지정학 | 한국문서자료집과 디아스포라 | 1960년대 한국 괴수 영화와 냉전시대의 인식 등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들보다 한국학 연구 주제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한국학의 주변부에 위치해 왔던 분과 학문 분야들이다. 예를 들면, 결혼, 민족 정체성, 한국의 입양 등의 주제를 연구하는 인류학, 영성과 한국의 지역적 특성을 주제로 삼는 한국의 종교사상, 한국의 음악, 언어학(한글), 한국 미술사 분야들에서 다채로운 주제를 살필 수 있다. 그러나 주제의 다양성에 비해 연구의 수가 매우 적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와 관련된 주제는 전과 달리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수가 적은 가운데서도, 북한의 음악을 주제로 다루거나, 최근 한국의 세월호 참사(Sewol Ferry Disaster)를 표현한 작품을 미술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연구 주제도 눈이 띤다.

2) ‘한국학’ 기획의 주제

대표적인 학문 분야를 활용한 주제별 변화 못지않게 한국학 연구의 최근 흐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술지의 기획 특집을 주목할 수 있다. 이는 한국학과 관련한 해외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는 연구 주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6종류의 해외 전문학술지에서는 모두 한국을 대상으로 한 특집 논문들을 기획했다. [표 5]를 보면 한국학 연구 주제들이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표 5] 기획 특집 주제

구분

주제

내용

1

·이동성, 창의성 및 집단성 : 현대 한국 시각문화의 현장”/ “현대 한국에서의 창조성의 의미

⸰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변화에 동반되는 시각 문화 매체 사이의 관련성 고찰

2

· 인터미디얼 미학(Intermedial Aesthetics) : 국문학, 영화, 예술

미디어 간 경계 침범의 관점에서 새로운 전자매체가 제기하는 정체성 문제, 북한문제, 일제강점기의 영화와 문학, 한국의 기록문화 등에 대한 고찰

3

· 낸시 아벨만을 추모하며

⸰ 한국학 발전에 이바지한 낸시 업적을 기념하여 한국 여성 무당들의 사회적 지위, 영화에 담긴 여성들의 위험, 17세기 문헌 속 여성 등 성 문제와 최근 한국의 국제문제에 대한 통시적 고찰

4

· 한국 인류학의 다양한 역사

⸰ 서양 인류학자들이 개척한 한국 관련 연구에 대한 객관적 조명

5

· 한국 영화 속 냉전

⸰ 냉전시대를 반영하는 한국 영화의 다양한 면모와 냉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조명

6

· 남북의 과학과 문학

⸰ 과학과 문학의 다층적 관계와 문학과 과학이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는지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


기획 특집 가운데 다소 의미 있는 것은 2018년 고려(918~1392) 건국 1100주년에 즈음하여 10편의 특집 논문들을 게재한 것이다. 이 기획은 한국의 중세시대를 보여주는 고려에 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환기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Korean Studies, Volume 41, 2017)

이 특집호에서는 고려와 관련된 중국 당나라 및 송나라와 고려의 국제관계, 11~12세기 고려시대 의약(醫藥) 교류사, 고려시대 군현제도, 불교국가에서 고려시대 왕들의 위상과 성격, 고려시대 과거제도, 고려시대 귀족, 고려의 다원화 사회, 고려의 차완(茶碗)과 일본의 와비차(わび茶)를 비교 분석해 양국 다기(茶器)의 미학적 특성 고찰 등 다양한 연구주제들이 실렸다.


3. 최근 한국학 연구의 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학술지 6종의 논문 저자들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이 전체 213명의 저자 가운데 42.8%인 91명으로 한국학과 관련한 연구자들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어 한국(58명, 27.3%), 호주(13명, 6.1%), 캐나다(11명, 5.1%) 순으로 나타났다. 예상과는 달리 일본이나 중국, 아시아권에서는 한국학을 연구하는 층이 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독일, 뉴질랜드, 중국, 상가포르, 네덜란드 등의 대학 및 연구소에 적을 둔 저자들이 11.3%였다.

그런데 소속 국가가 아닌 저자의 성명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 저자 수가 늘어난다. 이는 국외 연구현장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한국학 연구 분야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세계 공인 언어인 영어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와 관련된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아마도 이는 한국학 영역에서 해외 유학을 체험한 연구자의 증가, 이와 관련해서 해외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지면서 한국학을 연구 발표하는 사례가 증가하거나,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 평가에 있어서 해외 학술지 게재를 우대하는 평가 제도의 영향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4. 최근 한국학의 연구방법론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최근 5년간의 연구방법의 변화를 살펴보면, 연구방법의 획일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 [표 6]은 각 논문의 분석방법을 기준으로 연구방법을 구분한 것이다. 역사분야는 57편의 논문 가운데 86%가 역사적 접근방식에 입각한 문헌 분석에 의존해 있다. 6편 정도만이 인터뷰, 작품 분석 등의 연구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나 사회과학 분야와 중첩되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하고 있고, 문헌 분석도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표 6] 분야별 연구방법 유형

구분

연구방법 유형

양적 방법

질적 방법

통계분석

문헌 분석

작품 분석

현장 및 인터뷰 분석

역 사

 

51

1

5

사회과학

1

41

1

11

문 화

 

13

5

3

문 학

 

20

13

1

영 화

 

9

4

 

인류학

 

6

 

 

종교사상

 

4

 

 

음 악

 

1

 

 

언어학

 

2

 

 

미술사

 

 

1

 

합계

193


사회과학 분야는 역사적 접근방법과 국가 간 비교방식에 기반을 둔 다양한 연구방법이 활용되고 있는 편이다. 전체 논문 54편 가운데 적은 수의 논문 리뷰 형태의 연구를 제외하고 10편 이상이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질적 방법으로는 드라마 작품 분석을 비롯해 사례 분석과 현장조사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질적 방법에 의존해 있는 논문들 역시 문헌 분석을 함께 활용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고, 전적으로 문헌 분석에 기초해 있는 논문 수도 거의 40편 이상에 달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와 비교적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문학 분야 또한 주로 문헌 분석에 주로 의존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의 분야에서도 문헌 분석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연구방법이 연구주제의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연구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 최근 한국학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고, 제언이 필요하다면 무엇일까?


최근 한국학은 양적 성장과 다양한 주제의 개발이 두드러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는 주로 눈에 띠는 문제점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연구 분야의 편중이다. 한국학 연구의 양적 성장 추세와는 달리 분야별 편중은 지난 시기와 변함이 없다. 역사, 사회과학, 문화, 문학 분야가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고, 인류학, 종교사상, 음악, 언어학, 미술사 분야의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특히 철학사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둘째, 연구 주제가 진부한 편이다. 연구의 시기와 대상 및 연구주제가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아직도 한국학은 한국전쟁이나 식민지 근대성, 산업화 시대 등을 많이 다루고 있다. 한류의 심층적 이해나 최근 ‘candlelight revolution’과 같은 한국 현대사의 특징과 한국문화(전통과 현대 포함)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

셋째, 연구자 독점 현상이다. 수적 열세에 있는 철학, 인류학, 음악, 언어학, 미술사 분야 등의 경우에는 외국학자들과 국외에 적을 두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관련 분야 연구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단독 연구 중심이다. 한국학에 대한 폭넓은 관심사를 공유하기 어렵게 하는 단독연구가 여전히 지배적이며, 연구방법 역시 획일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해외 한국학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우리 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 개개인의 연구능력 향상 특히 외국어 능력은 지속적인 필수사항이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본원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영문학술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 Korea Journal과 the Review of Korean Studies의 기획 특집을 적극 활용해 연구가 미비한 인류학, 종교사상, 언어학, 음악, 미술사 분야에 해당하는, 전근대를 다루는 국내 한국학자들의 논문을 체계적으로 실어 분야 및 주제의 편중성과 한국학 연구자 층의 불균형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획 특집을 통해 국내 한국학자들이 중심이 된 고려시대 연구가 전보다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Korea Journal과 the Review of Korean Studies가 현재 국내ㆍ외 한국학 연구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논문의 기획 특집은 한국학 연구와 관련한 해외 학계의 관심과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국내 한국학 관련 영문학술지들과의 차별성을 도모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저널은 A&HCI와 SCOPUS에 나란히 등재되어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은 클 것으로 사료된다.

이 제안과 관련해 영어가 문제가 될 때, 이를 해결하는 데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면 본원 연구사업의 하나인 ‘한국학 기초 및 중점연구’과제를 통해 영문학술지에 실릴 논문들을 조달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학 기초 및 중점연구과제 안에 연구가 미진한 분야와 주제에 중점을 둔 소위 ‘기획과제’를 추가해 연구역량 및 영어 작문 능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연구진이 지정방식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고, 그 결과물을 기획 특집에 수록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예산의 유연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나, 이러한 조치가 영문학술지의 질적 요건인 결과물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연구에 대한 인식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와 교육을 두 축으로 하고 있는 본원의 특징을 활성화하여, 한국학대학원의 연구-교육 연계 사업을 통해 연구방법의 획일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법이 있다. 학제 간 연구방법 혹은 분야 간 연구방법을 주제로 한 연구-교육 연계 과목을 개설함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 연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