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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속 데이터로 밝혀낸 고대 한국인의 세계관
-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삼국사기 자연학〉(전7책) 완간 -
◆ 15년에 걸친 연구 성과… 총 1만 6,400매 분량의 『삼국사기』 자연학 연구 완간
◆ 일식·혜성·역법·신화 기록 총망라… 『삼국사기』 자연학 7책으로 집대성
◆ 표·그래프·연대기 대조표 활용, 『삼국사기』 자연학 데이터 체계적 검증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고려 인종 23년(1145)에 편찬된 『삼국사기』에 담긴 천문(天文)·기상(氣象)·역법(曆法)·시간·신화(神話)·영징(靈徵)·제사(祭祀) 기록을 집대성한 〈삼국사기 자연학〉 시리즈(전7책)를 완간했다.
이 시리즈는 『삼국사기』를 단순한 정치사 기록이 아니라, 고대 한국인이 자연을 관찰하고 시간을 계산하며 징조를 해석하고 국가 의례를 조직한 방식을 보여주는 종합 자료로 제시한다.
저자 김일권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전공)는 15년에 걸쳐 총 1만 6,400매(원고지 200자 기준) 분량의 원고를 집필해, 『삼국사기』 독법의 새로운 기준이 될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 『삼국사기』 자연 기록을 해석하는 새로운 틀, 역사자연학
저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역사자연학(歷史自然學)’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삼국사기』에 흩어져 있는 자연 관련 기록을 종합해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한편,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한 방식과 국가를 운영한 원리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삼는 접근법이다. 시리즈는 천문·기상의 ‘물리 자연학’과 신화·영징·제사의 ‘인문 자연학’을 함께 다루며, 파편화되고 난해한 기록을 분야별로 정리해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 일식·혜성·역법·시간, 고대의 시간을 다시 세우다
시리즈 전반부인 1~4책은 일식(日蝕), 혜성(彗星), 기상과 자연재해, 역법과 시간 기록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 연구는 한국사 2천 년에 걸친 핼리혜성 관측 기록과 고대사 1천 년간 한반도에서 발생한 개기·금환일식, 기상·기후 기록을 국내 최초로 종합·제시했다. 특히 『삼국사기』 및 고대 금석문(金石文)에 나타난 시간 기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중국 사료 20종과의 전수 대조를 통해 모든 ‘연월일’ 기록을 복원해 양력으로 환산함으로써 한국 고대사 연대기 독법의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 신화·영징·제사, 삼국의 상징 체계를 해명하다
시리즈 후반부인 5~7책은 고구려·백제·신라의 신화영징제사 기록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 연구는 『삼국사기』의 신화영징제사 기록 전모를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알리는 상서로운 징조인 ‘길험(吉驗)’, 주술적·신비적 효험을 드러내는 ‘무험(巫驗)’, 상서로운 새와 짐승을 뜻하는 ‘상금(祥禽)’·‘서수(瑞獸)’, 그리고 의례주의적 ‘제사’ 기록이라는 분류틀로 접근해 삼국별로 체계화했다.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오부 체계, 백제의 상서와 천도 기록, 신라의 신궁·시조묘·조묘와 농경 세시 제사까지 한 흐름 안에서 정리함으로써 신화와 제사를 고대 국가 질서의 한 축으로 해석해냈다.
□ 자연 기록 너머, 고대 한국인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다
이 시리즈의 의의는 자연 기록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록을 남긴 고대 한국인의 세계관까지 함께 드러낸다는 점에 있다. 고대인에게 하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고, 일식과 혜성, 가뭄과 홍수, 상서와 흉조 역시 단순한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라의 앞날을 헤아리고, 왕권의 정당성을 확인하며, 공동체의 불안과 희망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시리즈는 신화와 징조, 제사와 시간 기록을 함께 놓고 봄으로써, 자연과 인간, 정치와 의례, 상상력과 질서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던 고대인의 세계 이해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 표·그래프·도면으로 검증한 『삼국사기』 자연학 데이터
이 시리즈의 강점은 방대한 자료를 표, 그래프, 도면, 목록표, 연대기 대조표로 정리하고 비교·검증했다는 데 있다. 『삼국사기』의 시간 기록은 연월 기록 2,570건, 연월일 기록 201건, 간지일(干支日) 기록 83건으로 전수 조사되었고, 그 유형과 시기별 분포가 구체적으로 분석됐다. 또 고구려의 대중국 외교 기록은 통합 392건으로 정리됐으며, 그 가운데 연월일 기록 307건이 복원됐다. 이처럼 시리즈는 막대한 양의 『삼국사기』 자연학 자료를 단순한 해석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차원에서 다시 정리하고 검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 연오랑 세오녀·첨성대·취리산 회맹기, 새로운 독법을 제시하다
시리즈는 개별 주제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다. 저자는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를 신라인의 실제 개기일식 경험과 연결해 해석하고, 첨성대의 실체를 신라 최고 국가제천례의 신궁(神宮) 건축물로 파악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또한 『천지서상지』의 <취리산 회맹기> 전문을 교감·번역하고 회맹기 연대기를 재구성했고,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날짜를 612년 7월 24일(양력 8월 26일)로 처음 밝혀 전쟁 기록과 기상 조건의 관련성도 함께 설명했다. 이는 『삼국사기』의 자연 기록이 단순한 부가 정보가 아니라, 사건과 시대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임을 보여준다.
□ 『삼국사기』 연구의 기초를 새로 놓다
〈삼국사기 자연학〉 시리즈는 『삼국사기』를 처음 접하거나 연구할 때 필수 참고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천문·역법·기상·시간처럼 해석하기 어려운 자료부터 신화·영징·제사처럼 분산된 자료까지 분야별로 정리하여 고대 문화사의 여러 층위를 보다 정확하게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실증적 검증과 체계적 분류를 바탕으로 한 이 시리즈는, 『삼국사기』 연구는 물론 한국 고대 문화사, 문학, 종교, 의례를 함께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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