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커피 수용과 변천
  • 저자 이완범·권오헌·이창호·박건·홍장선·김원
  • 발행일 2022-12-20
  • 판형 신국판
  • 쪽수 300쪽
  • ISBN 979-11-5866-689-7, 94300
  • 정가 18,000원
  • 분류 AKS총서  >  사회총서
    문화  >  인류•민속학 
  • 구입처 e-book 교보문고 예스24  

도서 소개

한국에는 언제 처음 커피가 등장했을까? 그동안은 1896년 고종이 마신 커피가 한국 최초의 커피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베르뇌 신부가 작성한 서한에 따르면, 커피의 한반도 상륙은 이미 최소 1861년에 이루어졌다. 이는 기존의 정설보다 커피의 한국 유입 시기를 35년 앞당기는 기록이다. 이후 커피는 1884년 조선 상류층에서 ‘최신 유행품’이 되었다. 커피는 외래문화로서 조선에 전래되었지만 식후에 숭늉과 차를 마시던 한국의 음용문화와 맞아떨어져 결국 한국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한국 커피사에서 1945년 광복과 1950년 전쟁 시기에 미군에게서 유입된 인스턴트커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공화국이 근대사회에서 신분제의 봉건국가를 무너트리고 등장함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권리를 부여했다면, 인스턴트커피는 가히 1970년대 한국을 커피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인스턴트커피는 특정 인구만 즐기던 커피 문화를 대중화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원두커피 열풍이 불면서 인스턴트커피의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저가 커피 향유도 사그라들었다. 현재 한국사회의 커피 소비는 원두커피를 중심으로 한 커피 전문점의 활성화, 기존 인스턴트커피의 고급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커피문화의 고급화는 일상생활의 미학화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도 했지만, 여기에 진입할 비용이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문화적 구별 짓기와 과시, 차별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한국 사회를 읽는 하나의 지표이자 키워드가 되었다. 커피는 한국사의 흐름과 맞물려 한국사회의 변화를 드러내는 창이 되기도 하고,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커피가 한국에 전래하여 한국인의 삶에 녹아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커피가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인 젠더, 다문화, 인권 유린 등과 연결되어 어떻게 사회 모습을 투영하는지 추적하였다. 

 

동아일보 "‘다방 레지’-‘된장녀’… 커피로 본 젠더 불평등"

저자 소개

이완범. 정치외교학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교수. 『한반도 분할의 역사』, 『한국 해방 3년사 (1945~1948)』, 『해방전후사의 인식 3·4·6』(공저) 등의 논저가 있다. 
권오헌. 사회학 전공, 고려대학교 강사. 「역사영웅의 기념문화와 신자유주의 주체화 프로젝트」, 『탈사회의 사회학』(공저), 「조선왕조실록 번역사업과 남북한 체제경쟁」 등의 논저가 있다. 
이창호. 문화인류학 전공,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향수 속의 한국 사회』(공저), 『디아스포라와 초국가주의의 이론과 실태』(2017), 『동아시아 관광의 상호시선』(2016) 등의 논저가 있다. 
박건. 사회학 전공,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의 감정노동경험」,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무시와 모욕의 인정이론 해석을 통하여」, 「청춘 밖의 청춘, 그들의 성인기 이행과 자아 정체성」(공저) 등의 논저가 있다. 
홍장선. 커뮤니케이션 전공,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메가 이벤트 개막식 퍼포먼스의 도상학적 분석」,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미디어 채널 선호특성을 위한 Q 방법론적 접근」,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전략적 관리를 위한 비주얼 아이덴티티에 관한 연구」(공저) 등의 논저가 있다. 
김원. 근현대구술사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교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 『87년 6월 항쟁』, 『여공 1970, 그녀들의 반역사』 등의 논저가 있다. 

 

 

목차

제1부 한국, 커피 향에 물들다
커피의 한국 전래와 한국인의 향유: 프랑스 신부의 커피 전파, 유행, 고종 음용 3자의 연결_이완범
  1. 머리말: 커피의 한국 전래와 시기
  2. 1837~1866년 프랑스 신부의 커피 전파와 천주교 신자의 커피 음용
  3. 1880년대 상류층이 향유한 커피
  4. 1896년 고종이 사랑한 커피
  5. 맺음말: 커피 도입설과 한국 유행

인스턴트커피의 일상화와 대중적 커피문화의 전개_권오헌
  1. 머리말
  2. 수입 대체 산업의 육성과 커피의 국산화
  3. 인스턴트커피 확산과 한국적 커피문화
  4. 맺음말: 커피 공화국의 전개와 몰락

2000년대 다문화사회의 등장과 커피문화의 혼종_이창호
  1. 외국인의 이주와 커피문화의 변화
  2. 커피문화의 수용과 다양한 맥락화
  3. 한국사회 이주 및 이주민의 역사
  4. 근대 이주사가 빚은 차이나타운의 커피
  5. 다문화사회의 등장과 글로컬 커피문화
  6. 커피와 이주민의 정체성

제2부 커피로 한국사회를 읽다
민주화 이후 커피의 젠더화: 여성주체의 재현과 변주_박건
  1. 커피는 기호식품?: 갈색 액체를 둘러싼 해석 투쟁
  2. 다방의 식민화: 여성성의 확장과 커피의 젠더화
  3. 다방에서 사무실로: 미스 김을 호명하라
  4. 작은 풀에도 이름이 있으니: 미스 김이 아니라 여성노동자! 성차별 No!
  5. 커피의 젠더화는 멈추지 않는다: 된장녀와 별·콩 다방, 남성 독점적인 커피산업

2000년대 이후 커피광고를 통한 커피 이미지의 대중화_홍장선 
  1. 머리말
  2. 광고 이미지의 문화투영
  3. 투영된 이미지의 해석
  4. 맺음말

티켓다방과 이주여성의 주변화: 이주여성의 성매매 사례를 중심으로_김원
  1. 머리말
  2. 커피, 다방 그리고 성매매: 묵인과 금지 사이에서
  3. 인권·난민, 탈북·이주 그리고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의 함의
  4. 맺음말

서평 및 출판사 리뷰

* 이 서평은 제2회 AKS 우수도서 서평 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작성자 강다현) *

 

무더운 여름 매일같이 뜨거운 커피를 시키던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아이스 라테를 제안하자 차갑게도 마실 수 있느냐는 되물음을 받은 어떤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다. 사연을 읽으며 카페에서 “어떤 원두로 해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당황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커피가 몸에 맞지 않아 잘 마시지 않는데, 어쩌다 다른 사람들과 카페에 가게 되는 날엔 혼자서 딸기 스무디나 초코 라테 같은 것을 시키기가 민망해서 동행인과 똑같은 커피를 주문하곤 한다. 종종 어떤 카페에서는 원두를 고를 선택권을 주기도 하는데, 달달한 커피조차 마시지 않는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신 맛이 강한 걸로 드릴까요, 약한 걸로 드릴까요?”라고 재차 물어봐주는 날에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하루는 그런 카페에 갔는데 원두에 대한 정보가 적힌 깨알같은 글씨를 뒤로 하고 동행인이 너무나도 능숙하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로, 물은 반만 넣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짙은 도시 여성의 향기를 맡았다. 그날 밤 나는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해 생각했다. 원두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은 나에게 친절일까 불친절일까. 그리고 내가 맡은 그 향기는 무엇이었을까. 커피를 소비하지 않고, 원두 선택권이 주는 친절을 만끽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도시 여성의 향기가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의문점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1부의 ‘인스턴트 커피의 일상화와 대중적 커피문화의 전개’에서 ‘커피문화의 고급화는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에 진입할 비용이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라고 하였다. 진입장벽이 생기는 이유는 비단 경제적인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끝없는 순환 관계에 빠져 있는 대중화와 고급화의 이면에는 언제나 다양한 형태의 소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원두로 해 드릴까요?’라는 말에 난감해하는 내 모습은 고급 커피를 소비하는 누군가에게는 키오스크 앞에서 현금을 들고 망설이는 어떤 어르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겪은 것은 친절함이 주는 불친절이었고 어떤 어르신이 겪은 것은 편리함이 주는 불편함이었을 것이다. 대중화와 고급화의 굴레가 만들어 내는 소외는 불친절과 불편함을 수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에서 커피라는 존재가 어떤 담론으로까지 확장이 가능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에서 커피가 산업이 되고, 문화가 되고, 정치가 되어 특정한 의미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노출되고 인식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모두 다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프랑스 선교사들에게는 향수(鄕愁)였을 것이고, 커피 심부름을 하던 70년대 ‘미스 김’에게는 거부감을 자아내는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안산시 원곡동의 베트남 이주민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함께 나누는 장이었을 것이다. 사회는 사람과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커피는 언제나 사회 속에서 소비된다. 따라서 커피는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공간에 따라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커피가 제공하는 담론의 장은 무한하다.

 

이 책은 처음 커피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커피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고 문화를 만들어 내는 여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은 식사 후 숭늉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식문화가 발달해 있었는데, 이에 커피라는 이문화가 유입되며 한국 대중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커피 수용과 변천’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한국적인’ 커피 문화를 탄생시킨 ‘한국식’ 커피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커피 시장이 성장한 방식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커피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젠더화를 바라보기도 하였다.
커피의 수용과 변천이라는 연속적인 흐름을 단편적으로 잘라서 나눌 순 없지만 지금에 이르러 주목해보아야 할 지점은 바로 한국에서 커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면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떤 단계를 겪고 있으며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어려운 이름의 원두를 능숙하게 고르는 동행인에게서 도시 여성의 향기를 맡은 것은 아마도 ‘세련, 여유, 분위기, 고급스러움, 우아함’을 가진 커피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커피의 원형적인 이미지 그 이상의 것이 있음을 느꼈다.
제품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미디어가 반드시 활용된다.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것, 즉 돈이 되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상품뿐만 아니라 제품이 가진 인상, 흔히 ‘이미지’로 일컬어지는 것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에 대해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을 만들어 내고, 그 인식은 소비 패턴을 형성하며 궁극적으로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제품의 이미지 메이커들은 소위 ‘잘 팔리는’ 이미지를 생산해서 미디어에 노출시켜야 한다. 그러한 요구에 따라, 2부의 ‘2000년대 이후 커피광고를 통한 커피 이미지의 대중화’를 보면 알 수 있듯 광고 속에서 커피의 잘 팔리는 이미지로는 2000년대 초반에는 사랑이나 질투와 같은 감정의 매개물로서, 2000년대 중반에는 센스 있는 인간상의 상징물로서, 2000년대 후반에는 풍미가 좋고 피로 회복이 가능한 기능성 음료로서 각각의 이미지가 선택되었다. 최근의 광고에서는 여러 가지 맛의 커피를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다변화된 입맛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커피의 이미지가 감정에 호소하여 만들어진 이미지에서 이성적 설득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로 방향이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대중들이 이성적 설득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인스턴트커피의 편리함이나 원두커피의 도회적인 이미지로는 대중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한국이라는 공간 안에서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자극하며 커피라는 존재를 끊임없이 재구조화시킨다. 이제부터는 ‘앞으로 한국 사람들이 어떤 커피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약간의 추측을 해 보자면, 지금 대중들은 또 다른 설득 전략을 필요로 하는 듯하다. 커피를 링거처럼 달고 있는 어떤 사람의 사진을 보고 ‘커피 수혈’이라는 제목을 붙인 요즘 사람들의 언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카페인 함량이 상당히 높은 한 제품을 두고 ‘커피 포장지에 그려진 강아지 캐릭터가 잠을 못 자게 머리를 때려주는 것 같다’라는 후기가 많은 공감을 받으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커피가 주는 여유로움이나 세련됨보다는 각성 효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고충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앞으로 커피와 커피 이미지의 소비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흥미롭게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던 또 다른 부분은 한국의 커피 문화와 사회적 흐름의 관계를 이해하고 커피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골고루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커피는 한국의 많은 사회 현상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의 젠더화이다.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커피와 여성의 관계 맺기를 잘 살펴보면 저임금 여성노동자로서의 다방 레지,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커피 노동자가 된 미스 김, 밥값보다 커피 값을 더 썼다는 이유로 ‘된장녀’가 되어버린 2030 여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수많은 ‘미스 김’들이 커피 타기가 아닌 기업의 생산력 강화에 쓰이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경제 논리에 의해 그 부당함이 제기되고 설명된 것에 다행 중 불행을 느낀다. 사회적으로 마이너(minor) 중 마이너인 미성년자와 이주여성의 생존이 커피와 얽혀 성산업에서 활용된 방식을 알게 된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어야 할 감정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커피가 커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는 달라지고 있다. 커피는 이제 여유롭지 않고,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종족을 만들어냈다. 커피의 판타지적 이미지가 한 겹씩 벗겨지고,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고, 커피가 소비되는 공간의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톺아보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커피 담론이 어떠한 방향으로 확장되어갈지 예측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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