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
  • 저자 주영하·양미경·조희진·김혜숙·정헌목·양영균
  • 발행일 2021-12-10
  • 판형 신국판
  • 쪽수 280쪽
  • ISBN 979-11-5866-672-9
  • 정가 16,000원
  • 분류 AKS총서  >  사회총서
  • 구입처 e-book 교보문고  

도서 소개

오늘날 ‘결혼식’ 하면, 화려한 결혼예식장에서 서양식 예복을 입은 두 사람이 주례자 앞에서 본식을 치르고 난 뒤에 온돌방에서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해 있는 묘하고 특이한 광경이다. 이러한 ‘동서양 결혼식 문화의 융합체’인 한국 결혼식은 19세기 말부터 서양식 생활 방식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문화적 진화를 거듭한 결과이다. 특히 한국의 결혼식 문화는 시대마다 그 의미가 많이 변화하였고, 점차 성스러운 의례라기보다 이벤트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례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치르는 일생의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에 지난 100여 년 사이에 정착된 한국 결혼식의 변화 양상과 형식, 혼례를 둘러싼 논의 과정과 결과, 혼례 복식과 음식 등 혼례와 관련된 중요 지점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 의미를 분석한 이 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퍼플릭뉴스 "[신간]『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 한국학중앙연구원 발간"

내외일보 "전통·현대, ·서양이 공존하는 한국 결혼식 변천사"

교수신문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

 

 

Korean Weddings in the 2010s are mixed with traditional and modern as well as Korean and Western elements, and this book examines Korean weddings from the perspective of anthropology, ethnic studies, and sociology.   
 
The book introduces wedding culture in Korea in the 2010s from an ethnographical perspective and examines the past one hundred years of transformation and issues concerning the wedding ritual, including types and significance of wedding dresses and food used in ceremonies. The book also delves into current problems and issues concerning wedding culture and suggests possible alternative forms of weddings from the perspectives of anthropology, ethnic studies, and sociology.   
A typical Korean wedding begins with a bride in a wedding gown and a groom in a tuxedo, standing side by side in a wedding hall in front of a presider. When this main part of the wedding ceremony is over, the couple change into traditional hanbok, and then pay their respects and offer wedding gifts to their parents in an ondol room. This mixture of traditional and modern elements has been in practice since the Western wedding ceremony was introduced to Koreans by a missionary in the late 19th century. 
Instead of being sacred rites of passage, weddings in Korea have been reduced to one-time ostentatious events, which are more like a commercial commodity than a ceremony. Since rapid industrialization and urbanization from the 1980s, wedding planning companies have reshaped wedding culture with an emphasis on the ceremony being convenient, time-efficient, and lavish. A wedding is still an important rite of passage in one’s life, and this book is a reminder that we need to restore its religious, symbolic, and traditional meaning. 

저자 소개

주영하. 민속학·음식문화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 『음식을 공부합니다』(2021), 『백년식사』(2020), 『조선의 미식가들』(2019) 등의 논저가 있다.
양미경. 민속학 전공,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강사. 『종가제례음식: 충청편』(2020), 『음식구술사』(공저, 2019), 『한국인, 무엇을 먹고 살 았나』(공저, 2017) 등의 논저가 있다.
조희진. 사회학(사회사) 및 민속학 전공, 인천대학교 강사. 『한 권으로 읽는 화성시사』(2020), 『한국인, 어떤 옷을 입고 살았나』(공저, 2017), 『사물로 본 조선』(공저, 2015) 등의 논저가 있다.
김혜숙. 민속학 전공, 책과 구술의 음식사연구소 연구위원. 『음식구술사』(공저, 2019), 『조선 지식인이 읽은 요리책』(공저, 2018), 『한국인, 어떤 집에서 살았나』(공저, 2017) 등의 논저가 있다.
정헌목. 인류학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2017), 『마르크 오제, 비 장소』(2016), 『백년의 변혁』(공저, 2019) 등의 논저가 있다.
양영균. 인류학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 『한국인, 어떤 집에서 살았나』(공저, 2017), 『한국의 도시 지역공동체는 어떻게 형성되는가』(공저, 2016), Re-Orienting Cuisine(공저, 2015) 등의 논저가 있다.

목차

책머리에

두 가지 스타일의 결혼식이 생기기까지_주영하
1. 두 가지 스타일의 결혼식
2. 1758년의 혼례 절차
3.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결혼식
4. 1969년 <가정의례준칙>과 그 이후의 새로운 혼례 규정
5. 결혼식의 맥도날드화

전통식 혼례의 존재 방식과 현재적 의미_양미경
1. 구식혼례의 소멸과 ‘전통혼례’의 등장
2. 21세기 전통식 혼례의 모습: 현지조사 자료를 중심으로
3. 전통식 혼례의 의례 절차: 지속과 변용
4. 전통식 혼례의 존재 방식: 상품화·규격화
5. 예식 참여자들과 전통식 혼례의 의미
6. 전통식 혼례의 전망

한국의 혼례복식: 욕망과 형식의 복합체_조희진
1. 현대식 혼례와 혼례복식의 조합: 두 가지 예식과 두 가지 복식
2. 현대식 혼례와 혼례복식의 재구성: 웨딩드레스와 한복의 혼효
3. 현대식 혼례와 혼례복식의 상품화: ‘스·드·메’ 패키지와 한복 대여
4. 혼례복식의 선택지 확대: 인식 변화와 정보 습득 통로의 다원화
5. 혼례복식의 의미 구획과 위상 변화: 필수적 낭비와 선택적 실용

한국 혼례음식에 융합된 전통과 현대_김혜숙
1. 혼례음식의 범위
2. 예식장 폐백과 폐백 음식
3. 이바지 음식과 큰상
4. 뷔페식으로 수렴된 피로연 음식
5. 혼례음식의 현재

‘작은 결혼식’의 대두와 변화: 대안의 모색과 실천_정헌목
1. 현대 한국의 혼례문화와 ‘작은 결혼식’의 대두
2. 현대식 혼례에 관한 연구 동향
3. 일반적인 예식 형태에의 순응
4. 획일적인 예식 형태를 넘어서
5. 예식의 탈정형화 추구가 갖는 의미

책을 마치며_양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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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및 출판사 리뷰

* 이 서평은 제1회 AKS 우수도서 서평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입니다.(작성자 김성준) *

 

조선의 경우 신랑이 신부의 집인 장가(丈家)에 가기 때문에 혼례의 마지막 절차인 동뢰연(同牢宴)은 신부 집에서 행할 수밖에 없었다. 신랑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기러기를 신부의 부친에게 전하는 전안(奠雁) 의식이 행해졌다. 전안(奠雁) 의식 다음에는 신부 집에서 혼인식으로 동뢰연을 마련하였다. 신부 집에서는 탁자 두 개를 마당인 중당(中堂)에 동서(東西)로 서로 마주보도록 설치하고, 떡, 국수, 수저, 잔반(盞盤)을 앞쪽 첫줄에 놓는다. 신랑 자리에는 떡을 북쪽에, 국수를 남쪽에 놓고, 신부 자리에는 그 반대로 차린다. 생선과 육류 혹은 탕이나 구이를 중간에 놓는다. 생선은 북쪽에, 육류는 남쪽에 차린다. 닭은 통째로 생선과 육류 사이에 놓는다. 식해, 김치, 대추, 밤을 각각 한 접시씩 바깥 줄에 차린다. 따로 남쪽에 탁자 하나를 설치하고 합근배(合巹杯)와 술 주전자를 놓는다. 또 남쪽과 북쪽에 두 개의 손 씻을 물그릇을 놓고 그 밑에 대(臺)를 받친다. 물그릇 옆에는 수건걸이를 설치하고 수건을 걸어둔다. (책 23쪽)

 

이 책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에 묘사된 18세기 조선 혼례 장면을 상세히 인용해보았다. 독서의 목표 중 하나가 책을 통해 캄캄했던 분야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있다면, 18세기 조선의 혼례 장면은 내게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주자가례』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게 변화한 저 혼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970대 초반의 시골이 대개 그렇듯, 전통 혼례로 식을 치르신 우리 부모님의 혼례 사진 속 장면 같아 친근감마저 든다.
우리의 옛 결혼식 절차를 보면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보는 듯하다. 요즘처럼 30분 단위로 한 쌍이 결혼식을 치르고, 그 다음에 또 한 쌍이 같은 웨딩홀, 같은 호실에서 공장처럼 찍어내는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나 역시 지난해 ‘공장식’ 결혼을 치렀다. 이 책이 ‘맥드날드화’라고 꼬집는 천편일률적인 상업적 결혼식 말이다. 작은 결혼식을 기획해보자니 골치가 아픈 데다 양가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게 녹록치 않았다. 뭔가 개성 있게 치러보자니 직장에 치이는 데다 웨딩 촬영이다 뭐다 온갖 일에 불려나가 피곤해 그마저 귀찮아졌다. 결국 이 책이 지적하는 그대로,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을 의례의 맥도날드화를 택했다. 즉 상업주의에 의한 편리성과 전통성에 항복하여 전문장소에서 일생의례업체가 주도하는 ’공장식‘ 30분짜리 결혼식을 치르고 만 것이다. 다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준비하지만 결국 우리 대부분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업체가 정해주는 방식에 따라 결혼식을 마친다.
결혼식 자체가 옛 사람들에 비해 성의 없이 혹은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지다 보니 행사에 참석하러 온 하객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보다는 형식적인 ‘얼굴 비침’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랑 혹은 신부 또는 그 부모에게 “나 왔소.”라고 얼굴 도장을 찍고는 곧장 뷔페 입장권을 받아 밥 먹으러 간다.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여하는 하객들은 일가친척이나 친한 친구 외에는 드문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하루에 결혼식이 두 군데 있으면 바쁘게 얼굴 도장 찍고 다음 결혼식장으로 이동하기 일쑤다. 이런 게 지금 우리네 결혼식의 풍경이다. 온갖 허례허식과 과다한 비용이 범벅이 되었으면서도 너무 간소하여 본질을 놓친 것, 이런 게 지금 우리가 치르는 결혼식이 아닐까.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일제 강점기 때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결혼식은 조선총독부의 <의례준칙>으로 간소해진다. 정동예배당 혹은 공원에서 치러졌던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서도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하여 청첩장 인쇄 및 배포 금지, 약혼식 폐지, 축사, 축전 등의 낭독 금지, 답례품 및 피로연 금지, 화환, 테이프 사용 금지 등을 권유했다. 왜 그랬을까. 왜 조선총독부와 박정희 정권에서는 각기 혼인에 관한 준칙까지 제정하여 민간의 행사에까지 관여했을까. 그 취지를 보면 지나치게 과도한 혼례 의식 탓에 일반인의 재정적 부담이 커서였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준칙들이 나오기 이전, 즉 전통적인 혼례는 그 식을 치르는 데 있어 가정/마을이 하나가 되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실제 책 41쪽에 나오는 <그림 6 한국 일생의례의 통시적 변용 과정>을 보면, 주자가례의 관혼상제 의례를 따르던 전통 혼인은 가정과 마을 주도했다고 나온다. 그러던 것이 국가 개입에 의한 간소화와 기독교의 영향으로 예식장에서 주도하게 되었고, 그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의례의 맥도날드화, 즉 상업주의에 의한 편리성과 전통성을 추구하며 전문장소에서 일생의례업체가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 통시적 변화는, 어찌 보면 우리가 혼례에 진심을 덜어내고, 온 정성을 덜 쏟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주자가례>의 영향을 받은 조선식 혼례가 전적으로 옳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혼례는 형식의 복잡화로 인해 혼인 주체인 신랑 신부에게 혼인의 진중함을 느끼게 했을 것이고, 마을 전체의 참여로 인해 혼인 주체에게 책임감을 강하게 부여했을 것이다. 즉 일생을 함께할 한 쌍이 탄생하는, 생애 가장 큰 의례에 걸맞은 양식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정책적으로 간섭되고, 침해되어 점점 혼인의 장중함이 축소된다. 그렇다고 비용이 절감된 것도 아니다. 비용적인 면에서는 되레 전통 혼례가 훨씬 저렴하다. 전문 업체의 일사분란한 지휘 하에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와 장신구 대여에 값비싼 웨딩홀 대여에, 어느 웨딩홀이나 비슷한 뷔페식까지. 비용은 오히려 올라갔으면서 성의는 없고 형식은 천편일률적이다.
이러한 오늘날 결혼 문화에는 어쩌면 ‘보여주기식’ 체면치레가 있지는 않을까. “혼례는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대 한국사회의 혼례는 과도한 상업화와 획일화로 인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젊은 신혼부부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 그리고 획일적인 형식 탓에 대다수 한국인들은 결혼식을 치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책 215쪽) 본질에서 벗어나 보여주기로 흐르는 데다 비용까지 과도하니 결혼식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치닫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언젠가 작은 결혼식을 치른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금요일 저녁, 작은 레스토랑의 안뜰을 빌려 치른 결혼식에는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만이 참석했다. 부담스러운 축의금 대신 신랑(나는 신랑 친구였다)이 요구하는 결혼식 선물인 책을 주면 그만이었다. 예식은 신랑 지인의 축하 시 낭송, 신부 지인들의 자발적인 합주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짧은 예식이 끝난 후 우리 하객들은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피로연을 즐겼다. 일률적인 웨딩홀 결혼식에서는 다음 차례 결혼식 하객들이 뷔페로 몰려오면 자리다툼이 일어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게다가 그런 웨딩홀 결혼식은 주차권이 대게 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다른 하객들과 여유 있게 어울리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작은 결혼식, 개성 넘치는 결혼식을 보여준 내 친구가 부럽기까지 하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랑하는 한 쌍이 연을 맺는 혼인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퇴색한 게 없다. 다만 이 책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이 꼬집듯 오늘날 결혼식은 지나치게 형식화, 고비용화, 무개성화, 산업화 되어 있다. 각 시대, 각 사회의 혼인 방식이 민속학, 인류학, 사회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매주 치러내는 판에 박은 결혼식은 어떤 민속한, 인류학, 사회학적 의미를 띨 수 있을까. ‘성스러운 의례에서 세속적 이벤트’로 전락한 우리의 결혼식은 우리의 어떤 풍경화를 묘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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