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만난 원제국 법률문서
  • 저자 조원
  • 발행일 2021-05-20
  • 판형 국판
  • 쪽수 140쪽
  • ISBN 979-11-5866-644-6
  • 정가 12,000원
  • 분류 AKS총서  >  조선의 사대부
    역사  >  동양사
  • 구입처 e-book 교보문고  

도서 소개

□ 기울어가는 원제국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된 『지정조격』
『지정조격』이 편찬될 당시 원제국은 정치권력의 무능과 부패, 경제적 위기 등으로 농민들의 삶은 파탄에 이르렀고, 변경 각지에서는 봉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원나라 혜종은 국정쇄신의 일환으로 과거제도와 국가의례를 복원하고, 백성들에 대한 수탈을 금지하는 등 일련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원제국의 ‘정치 부패’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거듭된 자연재해는 백성들은 도탄에 빠뜨렸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속에서 편찬된 법전이 바로 『지정조격』이다. 『지정조격』은 1338년 3월 편찬이 시작되어 1345년에 완성되었다.

 

□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세계 유일본 원제국 법률문서 『지정조격』
『지정조격』의 세계 유일본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남아있고, 2021년 2월에 보물 제2118호로 지정되었다. 13~14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통치하의 중국 지역에서 반포되었던 『지정조격』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었을까. 『지정조격』은 아주 극적인 계기를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났다. 2002년 경주 양동마을 경주 손씨 종가에서 자신들이 보유하던 전적(典籍)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했다. 이때 고택 한편에 폐기처분하려고 따로 모아둔 라면 상자 안을 연구진들이 우연히 들여다보았고, 그 안에는 복원 불가한 고문서들이 쌓여 있었다. 이 자료들을 조사하기 위해 종가의 허락을 받아 상자째 가져왔는데, 이 가운데 관련 기록은 있었지만 그 이후 종적을 감췄던 원제국 최후의 법전인 『지정조격』의 잔본이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글자들이 떨어져 나가려 할 정도로 법전의 상태가 열악했지만, 지금의 복원 과정을 거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 『지정조격』이 한반도 남부의 경주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정조격』이 한반도에 들어온 과정은 명확하지 않지만, 경주 손씨의 조상인 손사성(孫士晟, 1396~1477)에 의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손사성은 조선 세종 때 중국과의 외교를 담당할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논의에서 거론되었던 자 중 한 명이다. 세종 5년(1423) 승문원에서는 『지정조격』, 『이학지남(吏學指南)』, 『어제대고(御製大誥)』 50부를 간행했는데, 이는 손사성 등 승문원 관원들이 북경에 파견됐을 때 구입한 원대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 인쇄한 것이다. 승문원 교리였던 손사성은 한어 및 이문 전공자로서 외교 업무의 일환으로 자주 북경에 파견되었고, 이때 『지정조격』을 구입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지정조격』은 이미 고려시대 때 소개되어 우왕 3년(1377) “전국의 옥사를 『지정조격』에 따라 판결하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공양왕 4년(1392)에 정몽주는 새로운 법전을 지어 왕에게 바쳤는데, 이때 원의 법전 『지정조격』과 명의 법전 『대명률(大明律)』을 참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지정조격』은 이미 고려 말에 한반도에 들어와 고려 형사법의 근간이 되었고, 조선 역관 시험의 주요 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 『지정조격』으로 본 원제국
국내에서 발견된 세계 유일본 『지정조격』은 잔본으로서 전권의 7분의 1 정도만 남아 있어 원제국에서 법전을 편찬할 당시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13~14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통치하의 중국 지역에서 반포되었던 만큼 『지정조격』은 원말에 편찬된 법률문서로서 사회․문화․경제․군사․지방행정 등 원제국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법제사적으로 중요하다.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제국은 유목적 방식인 분봉과 회의제의 의사결정 방식인 쿠릴타이, 몽골의 감독관 파견 전통인 다루가치 제도 등을 활용했고, 다른 한편으로 피정복 지역의 제도와 전통을 수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정조격』의 편찬은 원 정부가 방대한 중국 지역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관리하기 위한 현실적인 필요에서 논의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법조문의 적용 대상은 한인들이었으며, 몽골인들은 법 적용에서 예외적인 존재였다. 『지정조격』은 원제국 후반기 중국 사회에서 나타난 다방면의 제도적 한계에 직면한 관료들의 절박함이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제국 질서의 유지를 모색했던 몽골 카안의 의지의 산물이었다.
이번에 나온 『조선에서 만난 원제국 법률문서』를 통해 13~14세기 원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봄으로써 몽골이 통치하던 당시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이해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또한 국가와 민족의 관점을 벗어나 몽골, 중국, 조선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텍스트로서 『지정조격』의 가치와 의미를 살필 수 있다.

저자 소개

조원.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민족대학에서 석사학위, 베이징대학교에서 『蒙元時期達魯花赤制度硏究』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몽골의 동아시아 통치제도와 법제사 및 교류사이다. 논저로는 「大元제국 다루가치체제와 지방통치-다루가치의 掌印權과 職任을 중심으로」, 「『飮膳正要』와 大元제국 음식문화의 동아시아 전파」, 『유라시아로의 시간 여행』, 『몽골 평화시대 동서문명의 교류』 등이 있다.

목차

 

 

1. 원제국과 『지정조격』
유라시아 대륙의 정복자 몽골
『지정조격』과 원제국의 법제
2. 원제국의 가정과 혼인
원의 혼인제도
수계혼과 약탈혼
양민과 천민의 혼인
3. 원제국의 관료 행정
몽골의 제국적 행정질서 정비
원제국의 관리 선발과 관리 규정제국의 부패방지법
4. 원제국의 투하와 지방 사회
원제국 내 몽골 제왕 분봉령, 투하
원제국의 유랑민들과 정부의 관리정책
5. 원제국의 경제와 사회
원제국의 화폐경제
원제국의 해외무역과 관리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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