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논쟁』은 한국 사상가와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여 우리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발간한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호락논쟁(湖洛論爭)은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조선 성리학에서 벌어진 중요한 학술 논쟁으로, 본연지성(本然之性), 미발(未發), 지각(知覺), 명덕(明德) 등 주자학의 주요 개념과 관련된 심성(心性)과 본성(本性), 기질(氣質) 등에 대한 이해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충청도 지역의 호학(湖學)은 인간과 사물의 본성이 다르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서울 지역의 낙학(洛學)은 인간과 사물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같다고 보았다. 호학은 권상하를 중심으로, 낙학은 김창협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가 이후 이간과 한원진을 포함한 후학들 사이에서 논쟁이 더욱 깊어졌다. 호락논쟁은 조선 후기 성리학의 두 주류 학파 간의 학문적 차이와 정치적 배경을 드러내며, 당시 성리학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조선 철학사에서 성리학의 발전 양상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논쟁이다. 이 논쟁은 성리학 내부에서 이성과 기질의 관계, 인간과 사물의 본성 문제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이후 한국 유학의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락논쟁은 정치적 당파성과 결부되면서 조선 사회의 철학적 논의가 학문적 논쟁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또한, 이를 둘러싼 논의가 현대의 철학적 사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교수신문 "마음과 본성, 그 끝없는 질문...조선을 움직인 철학자들"
대학지성 "호락논쟁, 조선 성리학의 한 탁월한 성취"
문석윤. 한국 유가철학 전공. 1963년생으로, 1985년 2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1987년 2월 석사학위(「韓非子의 法思想」), 1995년 8월 박사학위(「朝鮮 後期 湖洛論辨의 成立史 硏究」)를 받았다. 199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명지대학교 철학과에 재직하였으며,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1장 서론: 호락논쟁의 정의와 연구사 검토
1. 호락논쟁의 정의
2. 호락논쟁 연구사 검토
2장 호락논쟁의 시기 구분과 주요 쟁점
1. 호락논쟁의 시기 구분
2. 호락논쟁의 쟁점에 대해
3장 호락논쟁의 배경
1. 정치 사회적 배경
2. 조선 성리학의 전개와 호락논쟁
4장 기본 개념과 명제들
1. 리와 기
2. 본성과 마음
3. 성인
5장 호락논쟁의 태동: 호학과 낙학 종지의 형성
1. 호락논쟁의 서곡: 태극 논변
2. 충막무짐 논변
3. 김창협의 본성[性]에 대한 초기의 두 견해
4. 김창협의 낙학적 사유 형성
5. 호학과 낙학의 정신과 지향의 차이
6장 호학과 낙학의 성립: 주요 논점의 형성
1. 지각 논변
2. 인물성동이 논변
3. 미발 논변
4. 성범심동이 논변
7장 호락논쟁의 성립
1. 심조의 김창흡 비판과 그에 대한 한원진의 평
2. 심조와 한원진 사이의 허령·명덕에 대한 논란
3. 심조와 이재 사이의 심순선 논변
4. 이재와 윤봉구 사이의 심설 논변
5. 이재의 「한천시」와 한원진의 「제한천시후」
6. 한원진의 「제한천시후」에 대한 이재 문하의 대응
7. 낙학의 동향에 대한 호학 측의 대응
8장 호락논쟁의 종장
1. 김원행의 낙론 이해
2. 황윤석의 호락논쟁에 대한 역사적 기술
3. 강정환의 한원진 비판
4. 녹문 임성주
5. 노주 오희상
6. 매산 홍직필
7. 노사 기정진
9장 결론: 논쟁의 정리와 의의
1. 주자학: 위기의 시대, 희망의 철학
2. 사대부의 철학
3. 도덕적 우주론
4. 이상과 현실: 리와 기
5. 호락논쟁의 주제: 인간, 그 마음과 본성
6. 호학과 낙학의 정신
7. 호락논쟁의 의의: 18세기의 지평에서
8. 동아시아 전통 주자학의 최종적 성취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자연을 주재할 수 있는 것은 리에 대한 인지를 통해 리의 담지자 혹은 수행자로서 자신을 리와 동일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실천의 주체로서의 마음은 활동하는 능동자로서 기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또한 신체를 주재하는 주재적 존재라는 점에 서 주재자로서의 태극-리와 유비적으로 동일시된다. 인간은 바로 그러한 마음을 가진 자로서, 리에 대한 인식과 실천, 그를 통한 자연에 대한 주재 그리고 그것의 전제로서의 자유야말로—물론 그것은 제한적이다—여타 존재에 구별되는 인간의 탁월성, 존엄성의 이유이다. 낙학 측에서 호학과는 달리 본성이 아니라 마음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이야기했던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였다.” - 본문 164쪽
“사단과 칠정은 모두 본성이 현실화한 현실 세계의 현상으로서, ‘외물의 자극을 받음에, 기기가 발동하고 리는 그것을 탄’ 것 곧, 이이가 말한 바와 같이 ‘기발이승(氣發理乘)’의 것이다. 하지만 사단은 ‘그 도리가 드러나는 것을 곧바로 가리킨 것’으로서, ‘기기가 발동하는 데 나아가 개념을 세운’ 칠정과는 구별된다. 곧 본성의 순선함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해주는 마음의 특별한 사실로서, 순선한 본성의 실재를 확인하는 통로가 된다. 사단은 곧 우리 마음을 통한 ‘본체-리’의 발현에 초점을 맞추어 말한 것이라는 독특성을 지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단은 칠정으로 환원될 수 없고, 칠정 역시 사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 본문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