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적 및 배경 |
○ 연구목적
본 연구는 4 · 19 혁명 이후 1960년 4월 27일부터 8월 17일 장면정부 출범까지의 약 4개월간의 과도기를 관리하였던 허정내각기와 1979년 10 · 26 사건 이후 1981년 2월 25일 제5공화국 출범까지의 1년 3개월간의 과도기를 관리하였던 최규하 정부기의 정치과정을 비교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두 기간은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가 급작스럽게 붕괴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분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체제와 권력의 구성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두 기간은 하나는 민주체제로의 이양으로,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체제복원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서로 상이한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결과는 과도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에 따른 차이이기보다는 새로운 체제의 수립을 둘러싼 권력구조의 분포와 역학관계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변동은 궁극적으로 주어진 정치사회적 구조의 특징과 한계 내에서 권력엘리트들의 '선택'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두 과도정부 기간 동안의 정치과정을 정치사회적 구조의 한계 내에서 정치세력들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권력역학관계의 산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크게 1) 정치변동과 과도정부 성립과정의 비교, 2) 과도정부기 사회 · 경제적 갈등 구조와 양상의 비교, 3) 과도정부기 정치 지형의 변화와 체제변이 과정의 비교로 구성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이같은 과도정부기간 정치의 비교연구는 이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점에서 한국현대정치사 및 정치변동론 연구의 새로운 주제의 개발이란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한국현대정치의 전개과정에서 결정적 전환기적 기간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기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연구배경
1945년 8월 해방 이후 한국현대정치사는 4번의 과도정부기를 경험하였다. 해방이후 정부수립까지의 미군정기, 1960년 4 · 19 혁명 이후 제2공화국 출범까지의 허정내각, 1961년 5 · 16 쿠데타 이후 제3공화국 출범까지의 군사정부기, 그리고 1979년 10 · 26 사건 이후 제5공화국 출범까지의 최규하 정부기가 그것이다. 하나의 정치체제로부터 다른 체제로의 변이과정의 중간기간을 의미하는 과도기는 기존 정권의 붕괴로 나타난 짧은 기간 동안의 정치적 공백기이긴 하나, 새로운 체제와 권력의 성격과 구조를 결정하는 결정적 기간이다. 그만큼 과도기는 정치사회적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그 기간을 관리하는 과도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이 등장한 체제와 정권하에서의 정치적 전개과정은 기존 체제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체제의 유산적 산물일 수 있으며, 또한 그 위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기 정치에 대한 연구는 기존 체제와 새로운 체제간 체제변이 과정의 중계적 정치를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도기 정치에 관한 연구는 한국현대정치사에 대한 연속적 이해와 설명을 위해 매우 긴요한 연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현대정치사에 나타나는 이같은 과도기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과도기 자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연구성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드물다. 과도기 정치에 관한 이러한 연구성과의 공백상태는 한국현대정치사의 전개에 대한 연속적 이해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선 권위주의 체제붕괴 직후에 성립되었던 허정내각기와 최규하 정부기를 비교분석함으로써 과도기 정치에 대한 새로운 연구지평을 열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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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및 내용 |
○ 연구방법
본 연구는 구조론에 대한 분석 위에서 주요 정치행위자들간의 상호작용으로 체제 이양과정을 설명하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기존 연구성과, 각종 통계자료 및 추세분석 등을 활용하여 주요한 정치적, 사회경제적 구조의 특징을 도출하고, 그러한 분석에 기반하여 과도기간 동안의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전략적 선택과 그 정치적 결과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분석은 물론 선거 및 정당관계 자료, 신문자료, 그리고 회고록 등의 분석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 연구내용
본 연구는 과도정부기의 체제 및 권력 이행과정은 기존 체제의 붕괴양식, 과도정부기를 지배하는 사회 · 경제적 갈등구조와 양상이라는 정치환경적, 사회구조적 제약 속에서 괃정부와 각 정치세력들간의 역학관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가설 위에서 출발한다. 정치환경과 사회구조가 과도기 정치 자체를 규정하지는 못하지만, 과도기의 주요 정치행위자들은 구조적 차원의 '진공상태'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환경적, 구조적 제약 내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선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과도기의 체제이양 양식은 주어진 공간과 구조 내에서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결과한 역학관계에 의해 규정된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주어진 사회적, 정치적 구조 속에서 나타난 주요 정치행위자들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체제 이양의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설 위에서 본 연구는 총 3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그 각각의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정치변동과 과도정부 성립과정의 비교
(1) 서론
(2) 정치변동의 양상
(3) 과도정부 수립과정과 인적 구성의 특징
(4) 과도정부의 정치적 기반과 위상
(5) 결론
2. 과도정부 시기의 사회경제적 갈등구조와 양상의 비교
(1) 서론
(2) 산업화와 사회경제적 갈등구조
(3) 사회경제적 갈등구조의 전개양상
(4) 과도정부의 대응
(5) 결론
3. 과도정부기 정치지형의 변화와 체제변이 과정의 비교
(1) 서론
(2) 정치세력의 분포구조와 역학관계
(3) 헌법개정 과정
(4) 선거와 권력이양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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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
(1) 정치변동과 과도정부 성립과정의 비교: 두 과도정부의 성립을 비교할 때, 두 정부는 다같이 독재자의 급작스런 퇴진에 따라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기존 체제 내의 인사들로 구성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과도정부의 인적 구성이나 정치적 위상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이 나타난다. 즉, 허정내각은 자유당 정권의 완전한 붕괴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최규하 정부는 여전히 제도화된 유신 권위주의 체제와 그 세력의 영향력하에 놓여있었다.
(2) 과도정부시기의 사회경제적 갈등구조와 양상의 비교: 허정과도정부기에는 정치적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세력이 부재하였고, 4 · 19를 주도한 학생세력조차도 하나의 견고한 정치적 사회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 운동과정을 거친 최규하 정부하에서는 견고하게 조직화되지는 못했지만 세력, 학생세력 및 재야세력 등이 형성되어 있었고, 이들에 의한 사회적 갈등의 분출과 함께 신군부의 집권에 대한 저항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차이를 보인다.
(3) 과도정부기 정치지형의 변화와 체제변이 과정의 비교: 허정내각시기는 기존의 자유당 정권이 완전히 붕괴되어 사실상 ‘대죄집단’으로 전락하였고, 유일한 대안정당인 민주당 또한 내각제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체제변이 과정을 보여주었으나, 최규하 정부하에서는 유신체제 세력, 즉, 신군부세력의 존재로 말미암아 최 정부가 체제변이과정의 주도권을 행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세력이 단일화되어 있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체제변이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고 불안정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으며, 궁극적으로 체제유지세력의 물리적 강제력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정치세력 및 사회세력의 역량이 성숙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체제로의 복귀로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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