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적 및 배경 |
○ 연구목적
21세기를 앞두고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사실에 입각한 예측만도 아니고 또한 단순히 주관적 희망사항의 진술에 그쳐서도 안 된다. 현실의 추세를 객관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인류와 민족의 보편적 이상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견지에서 미래를 조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전망은 과거의 전통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비판적으로 넘어서는 온고지신의 방법이 요구된다. '민본주의 전통과 21세기 새로운 공동체 모색'은 과거 우리 민족의 오랜 민본주의적 사상을 적극적으로 재조명하여 이러한 전통을 21세기 한국사회 지향이념으로 재구성하는 문제를 연구함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전통사회의 민본주의 사상이 현대 민주주의에 비해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통사회의 시대적 제약을 감안한다면 물리적 힘이 아니라 이성적 언어의 힘으로, 유력한 개인의 주관적 의지가 아니라 공동체의 공론에 의해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갔던 전통적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
○ 연구배경
근대화가 서구화와 동일시되던 시대에 우리는 민주주의는 서구에서만 있는 것이고 전통 사상 특히 유교는 봉건적 권위주의 사상의 표본으로서 시급히 청산해야 하는 잔재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구의 근대성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일면서 동아시아 전통문화를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학계에서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유교적 전통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여 근대 서구문명의 모순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 문명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유교의 민본주의는 단순히 민주주의의 미성숙한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델로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민본주의는 유교사상의 근본 원리인 동시에 한국 전통사회의 정치철학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현상적인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는 민본주의의 이념을 시대적 한계 속에서 줄기차게 추구해 왔다. 현대 한국사회는 과거의 정치사상을 성급하게 부정적으로 폄하하고 그것과 단절함으로써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을 파생시키고 있다.
이 과제는 민본주의 사상을 철학,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등 학제적 접근을 통해 총체적으로 새롭게 재검토하여 21세기 한국사회의 지향 이념으로 전향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크게 여섯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상호 유기적으로 연구한다.
첫째, 민의 철학적 의미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정의한다. 이 작업은 동서양의 역사에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민본 사상을 비교하고 대조시키는 일을 포함한다.
둘째, 民本主義 사상이 유교적 맥락 속에서 언제 어떤 의미로 정립되었으며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해 왔고, 현대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원론적으로 구명한다.
셋째, 민본주의 이념이 전통사회 속에서 어떻게 제도화되어서 민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가져왔는지를 정치조직, 언관제도, 의사결정과정, 사법제도, 복지제도 등의 측면에서 연구한다.
넷째, 동아시아의 전통적 민본주의 사상은 서구의 민주주의와 어떻게 같고 다르며 또한 그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비교정치사상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다섯째, 전통은 무조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현대사회에 있어서 어떤 질서를 형성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열린 경제질서의 측면에서 민본주의를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여섯째, 근대 서구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정치철학은 자유주의이다. 이러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창의력을 발전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로 광범위한 소외현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공동체의식의 붕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모순에 대한 공동체주의자들의 비판은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유교의 민본주의에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중용사상에 입각해 유기적 조화를 추구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자유주의자(Rorty, Raz)와 공동체주의자(Sandel, MacIntyre, Taylor) 사이의 최근 논쟁을 검토하면서 민본주의 사상에 근거하여 21세기 사회에서의 바람직한 공동체 모형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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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및 내용 |
○ 연구방법
(1) '민본주의 전통과 21세기 한국사회의 비전'이라는 과제를 놓고 한국철학 · 정치학 · 경제학 · 행정학 · 서양철학 · 동양철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토론을 통해 공동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관심을 서로 조정하면서 전통사상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학제간 협동연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소주제의 특성에 맞는 각각의 방법을 서로 존중하여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
(2) 본 과제는 학제간 연구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에 연구참여자들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하여 공통의 문제의식을 조성하여 각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유기적 전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연구자들은 본 연구가 우리의 전통사회, 가치,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오늘날 우리의 삶과 현실에 역동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치열한 학문적 고뇌의 산물이 되도록 할 것이다.
○ 연구내용
✳ 세상을 읽는 두 가지 사상과 새로운 길의 모색 (김형효)
✳ 유교의 민본주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장승구)
✳ 민본사상의 이상과 그 현실 (최진덕)
✳ 민본주의와 민주주의: 비교 · 분석을 통한 개념적 접근 (김석근)
✳ 전통과 질서 : 민본주의 전통과 열린 경제질서의 형성 (박흥기)
✳ 자유와 이상적 공동체 (정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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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
民本主義의 民은 현대 民主主義에서 말하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개인이 아니다. 오히려 家族이라는 보편적 共同體에서 구성원의 위치, 역할 등이 규정되는 씨족집단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된 民을 위한 정치사상으로서 民本主義가 理想的 共同體 구성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共同善의 적극적 계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民本主義 사상은 예컨대, 自由主義와 公同體主義 논쟁과 같은 싸움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共同體主義 편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極端的” 共同體主義를 지향할 것이다. 自由主義-共同體主義 논쟁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극단적 입장을 피하고 상대방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家族 共同體를 기본으로 하는 民本主義는 처음부터 끝까지 共同體 우선이다. 共同體의 구성원인 개인은 전체로서의 共同體가 추구하는 共同善을 수용해야 하는 존재이다. 개인적 자율성, 자유라는 관념은 사실상 民本主義 사상에서 낯선 것이지만,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관심을 서로 조정하면서 전통사상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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