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적 및 배경 |
○ 연구목적
주자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의 생활과 사회윤리는 주자(1130-1200)의 『가례』를 기준으로 삼아 왔다. 이 『가례』에는 모든 일상사를 조상에게 고하도록 사당의 건립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당은 일상생활 공간 가운데에서 아주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조상숭배와 사당은 조선시대 이후로 한국의 생활과 의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문화 요소의 하나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러한 사당의 기능에 관해서는 본격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 따라서 1997년도에 우선 『가례』에 나타난 사당의 기능을 관례와 혼례를 중심으로 밝혔으며, 이어서 1998년도에는 상례와 제례를 중심으로 밝혀, 주자학이라는 지배이념이 일상생활에 끼친 영향을 밝히고자 한다.
○ 연구배경
생활사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활문화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이론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연구자는 생활문화의 구성요소인 인간 · 공간 · 시간이 지배이념 · 기술 · 역사적 사건과의 관계에 의해서 기능적으로 변한다는 '삼간구성체계'를 제시한 바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 연구자는 그동안 우선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지배이념이었던 주자학에 의한 생활문화의 형성과 변화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서 관혼상제와 사당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이미 『한국전통사회의 관혼상제』 『한국의 관혼상제』와 같은 단행본을 위시하여 「사당의 역사와 위치에 대한 연구」 「경북지역 예서의 저술과 의의」 「주자 〈가례〉에 나타난 사당의 구조에 관한 연구」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들 연구가 예서와 사당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이 공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가 하는 의례의 행위측면에 대한 연구로서, 위의 연구들을 보완해줄 것이다.
연구자료는 현재까지 『주자가례』라고 알려진 다음의 3자료를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주자(1130-1200)의 정본이라고 전하는 『가례』, 둘째 『성리대전서』에 수록된 『가례』, 셋째 명 구준(1418-1495)에 의해 편찬된 『가례의절』을 기본 자료로 삼고, 그밖에 우리나라의 예서를 참고자료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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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및 내용 |
○ 연구방법
주자의 『가례』에 나타나 있는 의례절차 가운데에서 지난 연구에 이어 금년도에는 상례와 제례의 과정에서 사당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여 그 의미를 밝히고, 그와 함께 다른 의례와의 관계를 밝혀 사당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 연구내용
주자의 『가례』에 사당을 반드시 살림공간인 집안에 건립하여, 4대조의 신주를 모시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4대조까지의 조상을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당은 집안의 다른 공간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어느 부문에서 사당이 언제,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서 활용되는가에 대한 해명은 바로 유학, 더 좁게는 주자학의 생활관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하겠다.
이 생활은 일상생활과 의례생활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본 연구에서는 앞서의 연구에 이어서 의례생활 가운데에서 상례와 제례에서 사당을 이용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사당의 기능을 밝히고, 더 나아가서 조선시대의 실제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의 근거를 확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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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
주자의 『가례』에 의하면, 사당은 죽은 가족 구성원의 신주를 모시는 과거의 살림공간으로서, 관례와 혼례에 나타난 사당은 집안에서 새로운 일이 발생하리라는 것과 함께 일이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주인의 독점적인 공간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상례에서는 시신이 묻힌 뒤에 죽은 사람은 신주로 전환되고, 이 신주에 대한 의례는 주인이 독점적으로 거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제례에서의 사당은 의례를 정침에서 행할 때 신주를 내모시고 다시 보관하는 공간으로서만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당은 과거의 삶과 가족 구성원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사당은 가족 구성원의 신분이 달라졌을 때, 죽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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