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적 및 배경 |
○ 연구목적
이 연구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지식인의 비판적 광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획된 본원 “학술담론”의 2차년도 4차 담론으로 추진되는 과제이다. 우리의 오랜 전통문화가 서구 제국주의와 산업화 도시화에 의해 급격히 근대로 재편되기 시작한 지 겨우 한 세기, 아직 우리는 두 문명의 충돌과 재편이 개인이나 가정, 사회, 국가의 전 부면에서 일으킨 변모의 양상과 갈등의 의미를 자각적 비판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전지구적 체계의 정보화 탈근대의 징후는 새로운 문명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와 함께 근대 이데올로기 대치의 산물인 분단은 서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통일에의 전망을 현실로 감각하게 해 주고 있다. 유례없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비상한 기회인 지금, 우리는 민족의 역량을 모아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대처를 하지 않으면 아니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선두에 선 인문사회과학의 지성은 현실을 이해하고 위기를 진단하며, 미래적 전망을 확보하여 사회적 동의를 결집해나갈 본분의 책임을 갖고 있다. 이 연구는 오늘날의 대학이 자체의 관습적 논리와 실용적 요청에 걸려 시도하지 못하는 이같은 거시적 문명론적 작업을 본 연구원이 맡으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목적에서 1996년에 시작한 본원 학술담론의 2차년도 제4차 담론으로, 이번 담론에서는 『삼국지연의』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학술적 분석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 연구배경
개인의 차원에서든 사회의 차원에서든 사태를 인지하고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유전적 성장기적 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식인들 또한 이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안정된 사회는 사회적 코드의 묵시적 합의에서 그리 일탈하지 않으므로 대개 논의의 초점이 일정한 담론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앞에서 지적한 환경의 편차가 너무나 커서 가치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논의에 있어서조차 일정한 담론의 틀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전공 학문의 벽보다 더 원론적인 장애로 기능하고 있다. 전통적 관행과 문법에 서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구의 문물과 문법에 절대적이고 보편적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바, 그 사이에 있는 편차의 스펙트럼은 분열되어 있고 다각적이다. 또한 한 개인에 있어서조차 극단적인 코드의 혼재 혹은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혼재와 갈등의 심층적 맥락이 충분히 자각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있고, 아울러 그것을 편견 없이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전통에 서 있는 사람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변화에 익숙한 사람은 변화의 기저를 모른다. 전통에 익숙한 사람은 근대적 가치에 대한 원론적 피해의식이 있고, 서구의 관행에 익숙한 사람은 전통을 말살되어야 할 비합리성의 징표로만 인식한다. 둘다 현실을 〈그 자체에 즉해〉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현실은 학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특정 진영에 서 있으므로 〈변화된 현실〉은 언제나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 혹은 그리고 있는 이념태의 불완전한 기형으로만 드러난다. 그 결과는 현실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부정이고 존재하지 않은 이념태의 찬양이다. 이 폐단은 전통적 가치와 관행에 젖어 있는 사람이거나, 근대식 서구 교육을 받은 사람이거나, 양진영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어떤 세미나를 보아도 원론적 틀은 매양 비슷하다. 서구에 의해 타락된 가치를 전통의 그것에 의해 회복해야 한다는 근엄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면, 민주와 자유와 평등의 절대적 보편적 가치에 장해가 되는 전통적 질곡을 과감히 벗어 던져야만 새 세상이 온다는 말끔한 신사의 목소리였다. 세미나는 겉돌기 십상이었다. 담론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기획은 당위를 말하기보다 담론의 공간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당위〉의 제창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전혀 다른 배경의 사람을 설득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선입견과 지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그 자체에 대해 비판적 인식과 안목을 확보할 때 담론 공간의 초석이 마련될 것이다. 담론의 공간은 현실을 떠난 당위나 이념에서는 기대할 수 없고, 오직 〈변화된 그리고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역동적 관심과 긴장 위에서만 유효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적 전망의 합의 또한 이 연장선에서 기대할 수 있다. 금번 기획은 이같은 인문학의 원론적 초석을 다시금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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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및 내용 |
○ 연구방법
가. 추진방식
1) 본 연구의 기획과 추진은 기획과제 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한다.
2) 과제수행을 돕기 위하여 연구간사를 둔다.
3) 1년에 4회의 포럼을 연다. 각각의 주제에 3개의 소주제를 설정하고 각 소주제별로 책임자를 선정한다. 이들이 연구책임자와 함께 해당 포럼을 주관하고 결과를 채록, 정돈, 편집, 발간하는 종합적 책임을 진다.
4) 이를 위해 상시 조교를 둔다.
5) 책임자와 사회자는 연구기획위원에 한정하지 않고 각 주제별 적임에게 개방한다.
나. 진행
1) 개략적인 항목을 세분, 조정, 확정한다.
2) 발제 인물을 설정하여 해당 문제의 아우트라인을 작성, 송부한다.
3) 발제문의 양은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아주도록 주문한다. 원고량 100매를 기준으로 한다.
4) 토론자는 4인 이내로 하되, 지정(원내 인사는 2인 이상을 넘지 않는다)은 발제자 선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사회자는 소과제별 책임자가 담당함을 원칙으로 하며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다.
5) 토론자들은 발제 원고를 포럼 행사 전에 숙지하고 개략적 비평과 논쟁점 제기, 그리고 자신의 대안적 견해를 적기한 노트를 20매 작성하여 운영팀에게 보낸다. 이 노트는 토론자 각자는 물론, 발제자에게도 송부된다.
6) 한편으로 행사 당일의 사회를 맡은 사람은 토론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발표문과 토론 노트를 보면서 대강의 플랜을 짜 둔다. 미진한 부분은 끌어내고 군더더기는 과감하게 자르며, 의견은 적극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한다.
7) 행사가 끝나면 발제와 토론문, 그리고 실제 진행 과정에서 제기되고 토론된 문제들을 무크형식으로 담아 공간한다. 필요하다면 실제 토론을 〈정돈〉해서 낼 수도 있다.
○ 연구내용
소설 『三國志演義』는 약칭 『삼국지』로서 한국인이 가장 애독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지』는 애독의 차원을 넘어 수차례 반복해서 읽어도 물리지 않게 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며, 동시에 그 책은 간단없이 세대에서 세대에로 이러지는 독서의 계주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봐도 좋으리라. 소설 『삼국지』가 이토록 전 국민의 애독의 書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의 재미 속에 담긴 종합적 의미에 관하여 한 번도 제대로 학계에서 담론의 주제로 삼지 않았던 것 같이 보이는 것은 그 책이 人口에 회자되는 빈도수에 비하여 놀라운 희소성의 역설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간에 학계에서 정치학적 접근이 서울대학교 崔明 교수에 의하여 연구시도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삼국지연의』가 작가 李文烈 교수에 의하여 새롭게 번역되어 성공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즈음에 본 韓國精神文化硏究院에서 『삼국지연의』에 관한 학제간적인 학술담론을 시도해보는 것은 晩時之嘆이 있지만, 유의미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런 담론을 가지려고 하는 까닭은 소설 『삼국지』가 안고 있는 표면적인 사건의 전개과정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불멸의 영구적인 주제가 깃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은닉된 깊은 동기가 없이는 이렇게 대대손손으로 그 책이 읽혀질 수 없을 것이리라. 통속적인 흥미위주의 소설은 한 번 읽으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 벗인데, 소설 『삼국지』만은 그런 싫증이 생기지 않으니 그 까닭을 우리가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 문화적 사건의 의미는 별로 눈여겨 보지 않고, 외국(특히 선진)에서 일어나 일을 유달리 주목하고 그것을 즉각 수입해서 논의하다가 또 쉽게 버리는 문화적 선진추종 작태를 가볍게 흉내내어 온 폐단이 결코 없다고 말하기가 어려우리라.
본원에서 『삼국지연의』를 정치학적, 역사적,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제간적 담론을 시도해 보려고 하는 이유는 다음의 생각으로 설명될 수 있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첫째로 『삼국지연의』가 인간세상의 정치권력의 본질적 의미와 그 정치권력과 국가사회의 경영간의 현상적 상관관계를 조명해 주는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 같고, 또 둘째로 『삼국지연의』가 동양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羅貫中의 역사소설이기에 원저자가 역사와 역사의 흥망성쇄를 어떻게 생각하였는가를 우리가 음미해 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사료되며, 셋째로 수많은 사람이 명멸하는 大河소설의 파노라마 속에서 과연 인간의 존재와 그 운명이 무엇일까 하는 문학적 상상력을 그리기에 충분한 소재를 그 소설이 공급해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추측은 우리가 소박하게 생각해본 담론의 이유이므로 발표자들이 그 점들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발표자들은 각자의 학문적 특장의 영역 안에서 자유스럽게 그 대하소설 속에 담긴 주제의 의미를 소담스럽게 밝혀 주시기를 기대할 뿐이다. 우리가 이런 종류의 담론을 갖는 가장 큰 까닭은 『삼국지』가 죽은 역사소설이 아니듯이, 우리의 이 담론도 오늘날에도 내일에도 살아 있는, 그리고 살아 있을 소설 『삼국지』의 평설을 오늘의 현재적 시점에서 생생하게 재음미해 보려는 데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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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
대주제 : 『三國志演義』의 학술적 분석
∘ 제1주제 : 삼국지의 정치 · 전략론
- 발표자 : 최 명(서울대)
- 사회자 : 강광식(본 원)
- 논평자 : 김양명(본 원), 온창일(육 사), 이영조(경희대)
∘ 제2주제 : 관우의 인물조형을 통해 본 중국인의 역사인식
- 발표자 : 전인초(연세대)
- 사회자 : 권희영(본 원)
- 논평자 : 박영재(연세대), 박병련(본 원), 성태용(건 대)
∘ 제3주제 : 삼국지의 인간론
- 발표자 : 홍순효(충남대)
- 사회자 : 오만석(본 원)
- 논평자 : 최용철(고려대), 함은선(숙명여대), 허창무(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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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
이 연구는 본원이 “형성과 창조 : 21세기 통일한국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대주제하에 추진하고 있는 학술담론의 제2차년도 제4차 담론으로서 이번 담론의 내용은 “『삼국지연의』의 학술적 분석”의 주제 아래 세 소주제로 나누어진다. 제1주제는 “삼국지의 정치, 전략론”으로 최명 교수의 발제와 온창일, 이영조, 김양명 교수의 논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2주제는 “관우의 인물조형을 통해 본 중국인의 역사인식”으로 전인초 교수의 발표와 박영재, 박병련, 성태용 교수의 논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주제는 “삼국지의 인간론”으로 홍순효 교수의 발표와 최용철, 함은선, 허창무 교수의 논평이 있었으며, 각 주제에 따른 자유토론이 첨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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