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구분 | 한국학 기초연구/단독논문게재형과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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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코드 | 2008-20 | ||
연구과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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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책임자 | 김일권 | ||
공동연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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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간 | 2008-04-15 ~ 2008-11-30 | 연구형태 | 개인연구 |
연구목적 및 배경 |
기왕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세시기의 체제적 특성이 시간의 인식 기반 위에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도 전통 사회의 시간관을 분석하기 위하여 요청되는 역법학적 기반의 연구가 소홀히 다루어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예컨대, 동지를 아세(亞歲) 곧 작은설로 보고, 입춘을 맞이하여 각종 길상어로 구서된 입춘첩을 만드는 행위 등의 이면에는 동지와 입춘을 1년 시간 단위의 시작점으로 인식하던 전통 역법학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24절기를 흔히 농경사회에서 농사의 절기를 맞추기 위해 도입한 농사력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대부분인데, 역법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응용의 현장이지 시간학의 토대 입장에서 말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24절기는 단순히 농사를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라 태음력과 태양력을 조화시키려던 고심의 산물로 우선적으로 조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24절기가 지니는 역법학적 시간이식의 측면을 다양하게 다루어내고, 또 동지와 구정 그리고 입춘이 모두 1년의 기점이 될 수 있는 역법학적 관점을 살펴보았다.
또다른 측면에서 세시기 자료에 나타난 많은 부분의 세시 현상들이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상징행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종교적 실천의례의 구조를 표방하고 있으며, 각 세시 풍속의 연원적 동기나 행위적 특징 등에서 특히 도교와 불교에서 기반하여 민속화된 현상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종교적 민속현상들을 주목하여 분석하되, 본 연구에서는 특히 다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교민속학적인 측면을 분석함으로써, 세시기 자료의 원전적 이해 정도를 더욱 확대한다. 조선조 후기의 사회 문화에서 도불의 교섭문화 기반이 중요한 연구 관점이 됨에도 불구하고 도교학적인 분석의 연구는 많지 않아 본 연구가 가지는 학술적 의의가 일정 부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 연구에서는 조선 후기 세시기 자료에 나타난 역법학적 시간 인식의 측면과 도교민속학적인 분석 연구를 진행하며, 이를 통하여 세시기 원전의 민속학적 연구 기반을 심화시키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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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 및 내용 |
본 연구는 첫째, 세시기의 역법학적 시간 요소를 추출하여 천문학적인 연원이 있는 것과 사회관습적인 상징이 반영된 것들을 분리하여 접근하였다. 동지와 입춘, 한식 등은 모두 태양력과 관련된 절기 민속이며, 설날, 대보름, 추석 등은 태음력과 관련된 절기 민속이다. 삼짇날, 단오날, 중구절 등은 음양오행사상에서 기반한 절일이며, 상자일(上子日), 묘일(卯日), 오일(午日) 등은 십이지사상에서 비롯된 절일이다. 정월 7일을 인일(人日)이라 하여 기리는 것은 초하루 1일을 닭, 2일은 개, 3일은 양, 4일은 돼지, 5일은 소, 6일은 말, 7일은 사람, 8일은 곡식의 날이라 하였던 고대 중국의 주술적 유습이 전해진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 달력이 지니는 음력과 양력의 문제를 24절기와 절월력이라는 관점으로 재조명하여 그 속에 담겨있는 역법적 원리와 태양력 측면을 분석하였다.
둘째는 천문학적 현상과 관련이 있는 절일에 대한 고찰이다. 2월 6일이나 7일경에 좀생이 별이라 불리는 묘성(昴星)과 달의 근접 관계를 따져서 한해의 풍흉을 점친다고 믿었는데, 세시기에 따라서 묘성이 아니라 삼성(參星), 소성(小星), 모두성(旄頭星), 낭위성(郎位星) 등 여러 별자리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들 각각의 별자리들을 검토하여 이 절일에 깔려있는 천문학적 관점을 심화시킨다. 정월 대보름 전날인 14일 풍속에서 남녀의 나이에 따라 명운을 담당하고 있다는 나후(羅睺) 직성(直星)과 같은 요소가 천문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셋째는 4월 초파일, 7월 15일 백중날의 우란분재 등이 불교 풍속에 연원을 둔 절일이라면, 정초 원일에 문재로 진숙보와 울루공이라는 장군신의 형상을 그려 붙인다거나 세화로 신도와 울루, 종규 등을 그리는 것 등은 모두 도교 풍속과 관련이 깊다. 칠월칠석, 삼복일, 삼재 등의 절일에도 천문과 도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단오날에 왕이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는 옥추단(玉樞丹)이라는 구급약 이름은 도교신학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렇게 세시기 속의 여러 풍속에 반영된 도교민속학적 요소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도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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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 |||
연구결과 |
세시기는 1년의 시간 주기 속에 이루어지는 민관의 각종 시속(시속)과 풍습을 관찰 체록한 기록물 성격을 지닌다. 1년이라는 시간 인식 속에서 관찰하는 까닭에, 세시기에 담겨진 시간 인식 측면은 세시기의 이해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세시기의 시간 측면을 해와 달의 요소 측면에서 분류하면, (1) 동지, 입춘, 한식, 청명 절일은 순전히 태양의 주기에 따른 태양력 절일이며, (2) 달의 삭과 망을 절일로 삼는 정월 원일, 상원, 2월 중화절, 6월 유두절, 7월 중원절, 8월 추석, 12월 제석은 달의 삭망 절일로 부를 수 있다. (3) 다음 삼월 삼일, 단오, 칠석, 중구일은 해와 달의 요소가 아닌 상수의 음양설을 좇아 양수가 중복되는 상수학적 중양 절일, (4) 정월 상해, 상자, 묘일, 사일 10월 오일은 12지적 간지 절일, (5) 삼복일과 납일은 태양 주기에 따른 간지 절일 (6) 정월 인일과 4월 등석절은 시간 요소와 상관 없는 기념 절일로 정리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각기의 절속에 부여된 성스러운 측면을 어떻게 속화(俗化)시킬 것인가 하는 행위적 실천론이 세시기에는 다양한 방식의 의례와 놀이, 주술과 상징, 행위와 절식 등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론 중에서 도교적 주술과 상징 행위에 대한 측면을 살펴보면, 첫째, 도교 신화적인 문식 세화 절속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각족 재액을 물리치려는 축귀와 구나 풍속에서 도교 신화적인 이미지가 읽힌다. 각종 문신으로 등장하는 신귀 인물 도상 중에 무고을 상징하는 진숙보와 울지공, 문을 상징하는 위징, 귀신을 잡는 종규, 산해경의 신화적 배경으로 입론된 신도와 울루 등이 대표적인 도교적 세화 내지 문배신으로 애용되었다.
둘째, 길상 제액 초복의 주련 절속이 있다. 축귀 신장 측면보다 초복을 기원하는 수성 노인도, 수성 선녀도 등도 도교 신학 관점에서 입론되는 세화들이다. 정월 원일에 조선조 서화 임무를 맡고 있는 도화서에서 수성선녀도와 직일 신장도 그림을 그려 임금에게 바라고 또 서로 선물하는데 이를 세화라 하며 축하하는 뜻을 나타내는 풍습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입춘절에는 당시 집안 기둥이나 문 상방에 붙이던 춘첩이나 주련에 쓰이는 구절들을 살펴보면, 재복과 장수를 추구하는 내용이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도교적 관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셋째, 도교적 점성과 천문사상 관련 절속이 상당한 수량으로 전한다. 상원절에 제웅치기로 알려진 나후 직성은 구요 천문을 점성적인 직성행년법으로 운영하는 것의 일종이며, 삼재법도 12년 주기의 간지기년법과 관련된 일종의 점성술이다. 또한 2월 초순인 6~7월경 초저녁 밤에 반달 앞뒤로 위치한 밝은 별자리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거리 관계에 따라 한 해 농사와 풍흉을 점치는 속신을 말하고 있는데, 어미를 좇아 밥 달라고 뒤따르는 아이 모습을 상상하거나 흰옷 입은 무리 혹은 털 달린 관모를 쓴 병사들 형상을 떠올리면서 달과의 거리를 재어 기풍을 기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되는 별자리가 상성 곧 오리온 별자리, 묘성 곧 모두성, 낭위성 등 여러 가지이어서, 동일한 달과의 상대 관계도 상당히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풍 해석은 다분히 자의적이 되기 마련이나, 이 때쯤 봄농사를 시작해야하는 민가 입장에서는 간절히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하나의 풍습으로 전승된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조선 세시기를 검토하여, 속신적인 도교민속 측면과 세시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시간의 만속학이라는 측면을 고찰하였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그동안 행해진 세시기 연구를 놓고 볼 때 이러한 측면의 연구가 더욱 필요한 것임을 역설하면서 세시기 전반적인 흐름과 자료 구성을 살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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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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