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자로서의 균여 사상
고려 초기의 승려이자 사상가인 균여(均如, 923~973)는 시인이나 정치가, 혹은 신비한 영험의 주인공으로 주로 다뤄져 왔다. 이 책은 균여를 불교의 출가 수행자라는 정체성에 기초해 그가 평생에 걸쳐 무엇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는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했는지, 그리고 그 사유의 핵심은 무엇이었는지를 통합적으로 규명한다. 균여 사상의 핵심은 화엄사상에 기반한 열반과 그에 이르는 길, 다시 말해 자신을 포함한 일체 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실현하려는 수행자의 서원에 있다. 균여는 의상이 정초한 한국 화엄사상을 고려 초의 현실 속에서 재정립한 화엄학의 거장인 동시에 그 사유를 향가 「보현십원가」로 풀어내어 대중에게 전하고자 했던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나’라는 존재의 참모습을 어떻게 인식하고[境], 그 인식을 어떻게 수행으로 전환하며[行], 그 결과를 삶 속에서 증명할 것인가[證]라는 물음을 일관되게 추구했다. 이 책은 이러한 사유 구조를 중심으로 균여의 교리 이해와 수행관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사상이 개인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삶과 연결되었음을 밝힌다.
문헌으로 본 균여 사유와 고려 불교의 현재성
이 책은 『균여전』을 비롯한 균여 전기 자료와 그가 남긴 화엄 관련 저술, 향가 자료를 기본 사료로 삼아, 개별 주제에 집중해 온 기준 연구의 한계를 넘어 균여 사상의 총체적 윤곽을 제시한다. 국어학·국문학, 역사학, 불교학에 걸쳐 축적된 선행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되, 불교 교학을 내적 기준으로 삼아 균여의 삶과 사유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균여의 사유는 고려라는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불교가 사회 공동체의 통합 원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갈등과 분열이 일상화된 오늘의 현실에서, 수행과 사유, 개인의 깨달음과 사회적 실천을 분리하지 않았던 균여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현재적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은 한국 사유 전통이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삶을 성찰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균여라는 인물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박보람. 화엄학 전공, 충북대학교 철학과 부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등지에서 저술·편찬된 화엄부 경론과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화엄교학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저로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2023), 『대승불교개론』(2023), 『지론종 연구』(2017), 『화엄교의 일체지 연구』(2016), 「『대방광불화엄경』은 7처설인가?: 보광법당의 정체와 의미」(2024), 「의상(義相) 이이상즉설(理理相卽說) 논의의 비판적 고찰」(2022), 「『십지경』의 “非初非中後” 게송에 대한 지엄(智儼)의 논의 고찰」(2021) 등이 있다.
1부 균여 사상 이해의 기초
1장 균여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려 했는가
1. 균여의 정체성과 생애
2. 『균여전』을 통해 살펴본 균여의 삶
3. 균여와 관련된 인물
2장 균여의 저술
1. 균여 저술의 수집과 정리, 그리고 전승의 과정
2. 『일승법계도원통기』
3. 『십구장원통기』
4. 『석화엄교분기원통초』
5. 『석화엄지귀장원통초』
6. 『화엄경삼보장원통기』
7. 「보현십원가」
8. 현존 균여 저술의 편찬 순서
2부 균여 사상의 이해
3장 균여 사상 이해의 관점
1. 균여 사상 이해를 위한 전제
2. 균여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
4장 경(境)_‘나’는 무엇인가?
1. 초기 화엄교학 이전의 ‘나’ 이해
2. 초기 화엄교학의 ‘나’ 이해
3. 균여의 ‘나’ 이해
5장 행(行)_‘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수행론의 두 관점: 여래장 사상과 여래출현 사상의 수행
2. 수십전법으로 보는 ‘나’
3. 십현문으로 보는 ‘나’
4. 육상설로 보는 ‘나’
5. 균여 수행론의 특징
6장 증(證)_‘나’를 바로 봄이란 무엇인가?
1. 초발심에 예로부터 문득 깨달은 ‘나’
2. 단혹은 처음도 아니고 중간도 나중도 아니다
7장 교(敎)_‘불교’란 무엇인가?
1. 인도와 중국 불교의 교체설
2. 초기 화엄교학의 ‘불교’
3. 균여의 ‘불교’관과 교판 사상
8장 균여 사상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