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여행은 오늘날의 여행보다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우가 많았다. 과거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생에 하기 힘든 경험 중 하나였고, 이러한 경험은 낯선 세계와 사람을 이해하고 교류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내면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사람과 지역 간의 편견을 없애고 사상과 문물을 교환할 수 있었다. 특히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조선 시대의 사대부들은 다양한 이유로 여행길에 올랐고, 유산기(遊山記)를 비롯한 각종 기행문학을 남겼다. 이 책은 유산기를 비롯한 과거에 남긴 여행 기록을 통해 조선 사대부들이 유람하면서 견문한 과정과 당시 여행지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600여 편의 작품 중 북한산, 금강산, 속리산, 청량산, 가야산, 지리산, 백두산 7개의 산을 대상으로 개개인이 남긴 기행문 형식의 일기를 통해 평생의 꿈인 유람길에 나선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여행 과정은 물론 준비 과정과 여행 중 숙식, 교통수단과 길, 여행 중 사대부들의 다양한 활동까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조선 시대의 ‘유산(遊山)’이 오늘날의 여행이나 등산(登山)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치영.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오카야마(岡山)대학교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지리학’인 역사지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과거의 경관이나 지리적 상황을 복원하는 작업과 함께,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지역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프롤로그 |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하다
첫 번째 장 | 산수 유람에 나선 사대부들
가는 곳도 다르고, 사연도 다르고
일생의 숙원, 유람길에 오르다
두 번째 장 | 여행을 준비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무엇을 챙겨 누구랑 떠날까
세 번째 | 장 탈것과 여행길
걷는 것보다야 말이 편하지
굽이굽이 고갯길 지나 뱃길로
유람이냐, 공무냐
네 번째 장 | 사대부들이 유람한 산
한양의 진산, 북한산
조선 제일의 명승지, 금강산
충청도 노론의 심신 수련장, 속리산
이황을 닮고 싶은 후학들이 찾은 청량산
경상도 사대부가 사랑한 가야산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오른 지리산
쉽게 여행하기 힘들었던 민족의 성산, 백두산
다섯 번째 장 | 긴 유람길, 잘 자고 잘 먹어야
역원에서 묵을까, 민가에서 묵을까
금강산도 식후경
여섯 번째 장 | 유람의 또 다른 즐거움
풍류를 즐기다
공부를 하다
그 밖의 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