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과제구분,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연구책임자, 공동연구자, 연구기간, 연구형태, 연구목적 및 배경, 연구방법 및 내용,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연구결과, 참고문헌, 로 구성
과제구분 한국학기초연구 / 공동연구과제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 국문 : (AKSR2023-C17) 고대 한반도 군집묘와 혼계(heterarchy)
  • 영문 : (AKSR2023-C17) Clustered Burials and Heterarchy in Ancient Korea
연구책임자 우정연
공동연구자 최종택, 서현주, 이기성, 하대룡
연구기간 20230101 ~ 20231216 연구형태 공동연구
연구목적 및 배경 근대 민족-국가 형성 이전의 사회에서 한 사람은 개체적 존재이기 이전에 주어진 사회적 관계망 안에 놓인 관계적 존재로서 보다 큰 의미를 지녔다. 그러한 사회적 관계망 중에서도 혈연관계는 친족 기반의 고대사회에서 “물적 거래, 혼인, 정치적 결속, 관습법의 운영, 놀이 모임 등등의 사회생활 전반에서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본질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었다(盧泰敦 1978: 1). 이러한 사회에서 집단묘지는 시신의 물리적 처리를 위한 장소일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관계와 질서가 확인되고 협상되는 정치적 장이 된다.
국내외 고고학계에서 무덤의 공간적 군집은 일반적으로 혈연적 또는 사회적으로 관련된 집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된다(金承玉 2001: 62; 이성주 1998: 159; 이희준 2007: 224; Barrett 1994; Goldstein 1981; Kent 1990). 그러한 공간적 근접성을 통해 정의되는 군집묘로 고대 한반도에서는 단순히 공간적으로 밀집해 있는 복수의 무덤에서부터 수평적으로 이어진 연접묘, 수평·수직적으로 증축된 분구묘 등이 확인된다. 그중에는 무덤 구조와 규모 그리고 출토품의 질과 양에서 대체로 비슷한 종류와 수준의 무덤끼리 모여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서로 다른 종류나 수준의 무덤이 함께 배치된 경우도 있다. 대개 전자에 대해서는 ‘친연관계’, 후자에 대해서는 ‘위계관계’가 상정된다. 군집되어 있는 무덤 간 관계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본 공동연구에서는 고대 한반도 군집묘에서 관찰되는 속성 변이를 보다 포괄적이고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자 모델로 ‘혼계(heterarchy)’를 적용할 것이다.
혼계 개념을 고고학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학자인 크럼리(Crumley 1979: 144)는 혼계를 “각각의 구성 요소가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서열화될 수 없거나 여러 상이한 방식으로 서열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조직적 구조로 정의한다. 이에는 서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가치와 운영 원리를 지닌 위계, 즉 성층화된 종적 관계의 공존도 포함되므로 혼계는 위계와 대립되기 보다는 위계를 아우르는 보다 폭 넓은 개념이다(Brumfiel 1995: 125). 혼계는 기존의 위계 개념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종적 관계와 함께 횡적 관계를 포함하여 여러 상이한 기준에 의해 여러 수준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서열화 또는 성층화될 수 있는 관계를 ‘다르게’, 즉 보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보기 위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본 공동연구에서는 기존에 막연하게 ‘친연적’ 또는 ‘위계적’ 관계로 보는 것에 그쳤던 군집묘 피장자 간 관계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연구방법 및 내용 고대 한반도에서 정형화된 집단묘역과 군집묘가 본격적으로 조영되는 것은 청동기시대이고, 이후 초기철기시대와 원삼국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새롭게 활성화된다. 남한지역에서 정형화된 집단묘역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기원전 10세기 전후는 농경 집약화와 함께 가구(household) 중심에서 지역 공동체(community) 중심 사회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며, 각지에서 인구의 이합집산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이다(김세진 2021, 우정연 2016).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공동 투자와 관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던 초기 집약적 농경사회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 내 노동력의 상실이자 그 개인이 지니고 있었던 능력, 경험, 위신, 사회적 관계망의 상실을 의미한다(平郡達哉 2011: 3). 집단묘지는 그러한 상실을 메꾸고 집단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사자의 생전 지위, 재산,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해 서로 다른 개인과 집단간 협상이 이루어졌던 장인 것이다(김권구 2017, 안재호 2012, 윤호필 2012, 이상길 2000).
삼국시대 고구려, 마한-백제, 신라-가야 지역에서 대규모 집단묘역과 군집묘가 유행한 시기는 부체제를 통한 이른바 ‘간접지배’가 이루어지던 시기로서, 생산기술의 발달에 따라 계층 분화가 진전되고 읍락공동체가 해체되어 4-6세기 중앙집권적 지배체제가 성립될 때까지 지속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김낙중 2009, 박형열 2021, 홍정우 2020).
혼계에 대한 연구는 위와 같은 거시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 변동 과정이나 그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위계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종적 관계와 함께 작용했던, 같은 사회적 계층 내 구성원들 간의 횡적 관계, 그리고 그 종적·횡적 관계를 가로질러 개인, 가구, 친족, 공동체, 정치체 간에 이루어진 경쟁, 갈등, 협상 방식과 과정을 보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보기 위한 것이다(Brumfiel 1995: 128). 만(Mann 1986: 1-3)이 강조한 것처럼 이념, 경제, 정치, 군사에 기반한 권력은 서로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는데, 혼계 개념을 통해 종교적 권위, 경제적 부, 정치적 통제력, 군사 동원력 등이 특정 무덤이나 무덤군에 위계적으로 중첩되어 표현되기보다 병렬적으로 분산되어 표상되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미시적 수준에서의 혼계적 조직과 유동성이 거시적 수준에서의 위계적 조직 및 통제와 공존하며 전반적인 사회적 불평등과 지배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Brumfiel 1995: 129).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청동기시대 군집묘와 혼계>
Ⅰ. 들어가며
Ⅱ. 청동기시대 무덤 연구에서의 혼계
Ⅲ. 청동기시대 군집묘 사례 분석
Ⅳ. 청동기시대 무덤에서 보이는 혼계
Ⅴ. 맺음말

<고구려 적석총 군집묘 축조와 혼계>
Ⅰ. 머리말
Ⅱ. 적석총의 구조형식과 변천
Ⅲ. 적석총의 분포와 군집묘
Ⅳ. 맺음말

<고대 영산강유역 분구묘와 혼계>
I. 머리말
II. 연구사 검토
III. 고대 분묘 성별 분석 사례
IV. 고대 영산강유역 분구묘 자료 분석
V. 고대 영산강유역 분구묘 피장자의‘친연관계’와 사회구조
Ⅵ. 맺음말

<적석목곽묘 연접분을 통해 본 신라사회와 혼계>
Ⅰ. 서론
Ⅱ. 분석의 관점과 대상 : 피장자 집단의 횡적, 종적 관계
Ⅲ. 피장자 혼계와 적석목곽묘의 연접현상
Ⅳ. 결론

<경주지역 신라 적석목곽분체제와 혼계>
Ⅰ. 들어가며
Ⅱ. 군집묘와 출토품
III. 혈연과 위계
IV. 나가며
연구결과 본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 청동기시대 무덤의 군집 양상에 대한 통시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청동기시대에 시작된 사회 계층화의 출현과 변화 양상을 구명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또한 특정 묘제에 대한 개별적인 검토가 아닌 종합적이고 통시적인 검토를 통해 한국고고학의 청동기시대 무덤 연구, 사회상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간 편년의 수단으로 한정되거나, 선험적인 추측이 반복되어 온 종래의 군집묘, 연접분, 분구묘 연구와는 다른 관점에서 현존 조사 사례를 최대한 활용하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피장자 간 관계를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고고학적 추론이 어떠한 형태로든 모델을 쓰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고, 그 모델의 타당성 여부는 주어진 자료를 얼마나 포괄적이고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때(이희준 2007: 377), 본 공동연구에서 처음으로 한국고고학 자료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혼계 개념은 사회복합화와 고대국가 형성과정 연구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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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요약문

연구요약문: 전체 연구결과 요약, 세부과제별 요약로 구성
전체 연구결과 요약
본 공동연구를 통해 고대 한반도 무덤의 다양한 군집 양상과 사회적 의미에 대한 통시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편년의 수단으로 한정되거나 선험적인 추측이 반복되어 온 종래의 단순군집묘, 연접묘, 분구묘 연구와는 다른 관점에서 현존 조사 사례를 최대한 활용하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군집묘 피장자 간 관계를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부과제별 요약
1장에서는 혼계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남한지역 청동기시대 군집묘를 검토하였다. 남한지역 청동기시대를 이해하는 여러 시각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청동기시대는 위계화된 사회이며, 많은 고고학적 중거, 예를 들어 취락 내 주거지의 규모 및 출토 유물의 차이, 무덤의 규모와 부장품의 차이 등은 그러한 사회적 위계를 반영한다고 보는 인식이다. 그러나 청동기시대 사회는 종적인 위계 질서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며, 다양한 방식의 횡적인 연계가 동시에 존재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다양한 관계는 어떠한 방식이든 물질 자료에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종적인 위계 구분 없이, 아마도 출자의 차이를 반영하는 두 가지 형식의 무덤이 합장되어 있는 횡적 연계가 확인되는 사례, 석관묘와 석개토광묘가 동일한 위계에 있으면서 횡적 연계를 기준으로 선택적으로 축조된 무덤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사례, 종적 위계보다 횡적 연계가 우선시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례, 매장자세의 차이를 횡적 연계의 반영으로 볼 수 있는 사례 등, 종적 위계 외에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군집묘 등을 확인하였다.
2장에서는 공동연구자B는 고구려 적석총 군집묘 축조집단을 ‘친연적’ 또는 ‘위계적’ 관계로 구분하고 마는 기존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혼계 개념을 통해 군집묘 피장자 간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고구려 고분의 군집 현상과 열상배치에 대해서는 가족 또는 혈연을 기반으로 하는 친족집단의 집단묘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고분의 규모의 차이는 신분이나 위계를 반영한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열상으로 배치된 고분의 경우 규모와 형식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으며, 최상위 신분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일부 초대형 또는 대형 고분도 열상배치 내부에 포함된 것이 확인된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열상으로 배치된 단위 고분군을 혈연집단의 무덤이거나 피장자들의 신분에 따른 위계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열상배치와 연접묘 등 군집묘의 특징이 강하게 보이는 적석총, 그중에서도 비교적 많은 조사가 이루어진 통구분지 고분군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혼계 개념을 통해 혈연관계 뿐만이 아니라 고구려의 국가형성과 성장과정에 수반되는 개인 및 집단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과 신분 및 계층적 차이 등이 적석총 군집묘 축조 과정에 복합적으로 반영된 양상을 볼 수 있었다.
3장에서는 혼계 개념을 마한-백제 분구묘에 적용하여 마한-백제의 분구묘에 나타난 위계나 사회적 계층 내 구성원 간의 횡적 관계, 이로 이루어진 구성원 간의 다양한 관계에 접근해 보았다. 영산강유역의 분구묘에서 인골 등 자료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 김해 예안리고분군의 분석 결과 등을 참고하면 영산강유역 분구묘사회도 3~4세기부터 세대 계승에서 부계가 좀 더 우세하지만 모계도 있었던 양계 사회였을 가능성이 있고, 나주, 영암 일부 지역에서는 5~6세기 이후 모계가 좀 더 우세했을 가능성이 있다. 동일 분구묘에서 지위나 권력 계승 양상은 5세기 후엽 내동리 쌍무덤과 신촌리 9호분 상·하층 무덤의 양상, 복암리 3호분의 석실묘들에서 뚜렷하고, 이 중에는 여성-여성으로 추정되는 자료도 포함되어 좀더 넓은 친족관계 내에서 계승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영산강유역의 분구묘는 위계 외에도 시기에 따라 성별에 따른 분묘 차이도 다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장에서는 혼계 개념을 통해 적석목곽묘 연접분과 그 사회적 의미를 재해석하였다. 현존 자료의 제한으로 인해 피장자의 성별이나 연령을 직접적으로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현존 연구는 가설단계에서 적석목곽묘 피장자의 성별에 대한 접근 경로를 제공하며, 또한 착장위세품을 중심으로 피장자 집단의 수평적, 수직적 구분에 대한 정보 또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었다. 이를 토대로 연접분 피장자의 사회적 정체성의 일단을 파악하여 연접현상의 내용을 밝히고 그 사회적 의미에 접근하였다. 이를 통해 적석목곽묘의 연접분이 부부관계, 핵가족적 가족구성만을 의미하지 않고, 하위 계층의 고분에서 연접이 더 활발한 점, 동일 계서 피장자간의 연접이 대부분인 점, 소수의 피장자가 단기간 연접되는 점 등의 정황은, 유사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중위-하위 엘리트의 횡적 연대를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연대는 기본적으로 혈연관계를 포함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범주의 것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5장에서는 경주 월성북고분군을 중심으로 한 위계 구분 기준을 경주 주변부 고분군에 그대로 적용할 때의 한계를 혼계 개념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선 묘곽면적과 출토품을 중심으로 경주 중심지와 주변부에서 쓰인 여러 묘제들 사이의 관계를 재검토하였다. 다음 최병현(2017)이 ‘집단복합묘군’으로 명명한 무덤의 군집화 양상이 경주지역 주변부에서도 관찰되는지, 그렇다면 어떠한 무덤을 통해 어떠한 측면에서 그러한지를 분석하였다. 위 최병현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복합묘군을 이루는 무덤 중에는 출토품 질과 양에서 무덤간 현저한 랭크 차이가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최병현은 집단복합묘군 피장자 모두가 서로 혈연관계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고, 그처럼 랭크 차이가 현저한 경우는 랭크가 높은 무덤 피장자 및 그 가족, 그리고 그들과 주종관계를 이루었던 낮은 랭크의 ‘소속인’들로 구성된 무덤군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연구책임자는 그러한 ‘주종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관계가 형성되는 배경 및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교문화적 개념으로 ‘가공된 친족’, ‘의제적 혈연’, ‘파벌’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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