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과제구분,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연구책임자, 공동연구자, 연구기간, 연구형태, 연구목적 및 배경, 연구방법 및 내용,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연구결과, 참고문헌, 로 구성
과제구분 한국학중점연구 /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 국문 : (AKSR2021-RC02) 호혜와 협동의 이론적 기반 연구 Ⅱ: 개념과 이론의 전개에 관한 심층 분석
  • 영문 : Critical Reflections on the Theoretical Basis of Reciprocity and Cooperation
연구책임자 정헌목
공동연구자 양영균, 오창현, 박세진, 이경묵
연구기간 20210312 ~ 20231216 연구형태 공동연구
연구목적 및 배경 본 연구는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1단계 연구과제(2018~2020)에 이어 진행한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2단계 연구과제(2021~2023)의 일환으로, 과거와 현대사회에 걸쳐 작동하는 ‘호혜와 협동’의 원리에 관한 이론 및 개념의 심층 분석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호혜성과 나눔, 선물교환, 공동체 등의 주요 추상적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진행하고, 과거 전근대시기 한국과 현대 한국사회 각각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2단계 연구과제 진행에서 주안점을 두는 지점은 다년차 연구로서 본 과제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연구과제는 1단계와 2단계를 통틀어 총 6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연구과제인 만큼,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매년 진행되는 연차평가에 맞춘 개별적인 연구성과 도출에만 집중할 경우 이 같은 장기 연구가 갖는 의미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1단계 연구 진행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그동안 얻은 노하우를 살리기 위해 2단계 연구에서는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진행 가능한 연속성 있는 연구주제를 발굴하여 집중적인 분석을 수행하고자 했다.
연구방법 및 내용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기연구의 연속성을 살리는 동시에 이론적 분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단계 연구성과를 확장·심화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3년에 걸친 집중적인 연구를 보장함으로써 본 과제는 단편적인 결과물 양산을 지양하고, 장기 연구를 통해야만 도출 가능한 심도 있는 지식 생산을 지향한다. 이러한 과제의 수행을 위해 본 연구진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연구 축(대주제)을 설정하여 3년 동안 지속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전체 5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연구진은 각 연차별로 전체 연구팀의 종합적인 구도에 맞춰 연구를 수행하였고, 여기에 추가로 연구-교육 연계 차원에서 매년 1인씩의 박사과정 연구보조원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여 연구성과 도출에 기여(개별 원고 작성)하였다.

① 나눔의 원리와 사회에 대한 ‘보편체’적 상상
② 한국 공동체의 근대적 변형에 대한 이론 구축
③ 조선시대의 증여와 교환, 그리고 호혜성: 일기와 간찰을 중심으로
④ 현대국가의 윤리와 정책적 호혜성
⑤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 한국 신도시 개발사를 중심으로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Ⅰ. 1년차 연구결과물
<1부 - 이론과 개념의 전개에 관한 심층 분석>
1. 유동 수렵채집 사회의 나눔
2. 국가정책에서 호혜성의 위치: 국가영역의 확장과 조건화하는 정책
<2부 - 전근대사회 사례의 이론적 분석>
3. 한국 어촌공동체의 호혜와 협동 원리에 대한 기초 연구
4. 『쇄미록』에 나타난 16세기 양반의 선물경제
<3부 - 현대사회 사례의 이론적 분석>
5. 수도권 1기 신도시와 공급논리 속 공공이라는 이상: 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6. 도시 청년여성의 주거 현실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Ⅱ. 2년차 연구결과물
<1부 - 이론과 개념에 관한 비판적 검토>
1. 소유 형태와 사물이전 양식
2. 정책 호혜성과 국가-국민 관계: 세금, 연금, 보조금, 기본소득
3. 생활쓰레기에 관한 경제인류학적 시론: 주거공간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2부 - 사례에 대한 이론적 분석>
4. 18~20세기 충남 서천 근해 '소유권'의 성립과 변이(變移)(1): 국가적 소유의 역사적 전개 양상을 중심으로
5. 『묵재일기』를 통해 본 증여, 교환, 그리고 호혜성
6.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Ⅲ. 3년차 연구결과물
<1부 - 이론과 개념에 관한 비판적 검토>
1. 나눔과 보편체
2. 국가의 윤리와 국가의 책무: 국가-국민의 호혜성과 미래
3. 근대 부엌과 음식물찌꺼기 길들이기: 1960~1980년대 가내 음식물찌꺼기의 ‘오염화’ 과정을 중심으로
<2부 - 사례에 대한 이론적 분석>
4. 17~19세기 충남 어장(漁場) 지배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대한 연구: 국가적 소유와 사적 소유 사이에서
5. 『묵재일기』를 통해 본 증여, 교환, 그리고 호혜성
6. 공공성의 공간적 구현: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을 중심으로
연구결과 3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5인의 공동연구진과 1인의 박사과정 연구보조원이 매년 6편씩, 총 18편의 연구논문을 완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는 공동연구진이 각각 “나눔의 원리와 사회에 대한 ‘보편체’적 상상”, “한국 공동체의 근대적 변형에 대한 이론 구축”, “조선시대의 증여와 교환, 그리고 호혜성”, “현대국가의 윤리와 정책적 호혜성”,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이라는 대주제 아래 연속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이다. 박사과정생 연구보조원 역시 본 연구팀의 주제 아래 자신의 관심사에 맞춘 연구를 수행하여 성공적인 연구-교육 연계라는 성과를 추가로 얻었다.
참고문헌 (3년에 걸친 연구결과의 참고문헌을 모두 기재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생략함)

연구요약문

연구요약문: 전체 연구결과 요약, 세부과제별 요약로 구성
전체 연구결과 요약
본 연구는 2018년부터 1~2단계에 걸쳐 진행 중인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과제의 2단계 연구이다. 5인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 각자가 설정한 대주제에 맞춰 3년 동안 연속적인 연구를 진행한 결과, 크게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얻었다.

Ⅰ. 나눔의 원리와 사회에 대한 ‘보편체’적 상상
Ⅱ. 한국 공동체의 근대적 변형에 대한 이론 구축
Ⅲ. 조선시대의 증여와 교환, 그리고 호혜성: 일기와 간찰을 중심으로
Ⅳ. 현대국가의 윤리와 정책적 호혜성
Ⅴ.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 한국 신도시 개발사를 중심으로

본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공동체와 사회라는 기존의 집단 범주를 넘어선 ‘보편체’에 관한 논의를 필두로, 한국 전통사회에서 소유권의 문제, 조선시대 일기에 관한 경제인류학적 분석, 국가 정책을 호혜성으로 이론화하는 작업과 신도시 개발사 전반에 관한 고찰에 이르는 이론적 분석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과제별 요약
3년 동안 각 연구자가 진행한 연차별 연구 성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나눔의 원리와 사회에 대한 ‘보편체’적 상상

① 유동 수렵채집 사회의 나눔
1년차 연구는 우선 호혜성과 나눔에 대한 이론 및 개념을 검토하고 인류학적 사회이론의 확장과 재구성을 모색한다. 특히 증여/교환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나눔(sharing)이라는 이전양식(mode of transfer)의 변별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유동 수렵채집 사회(nomadic hunter-gatherers societies)의 나눔에 대한 민족지적 기술들과 기존의 이론적 분석들을 참조하면서, 나눔을 독자적 이전양식으로 정의하게끔 만드는 특성들을 파악한다. 이 글은 나눔을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것을 가지고 하는 보통의 일’로 규정한다. 이어 ‘보통의 보편성’, ‘나눔을-통한-존재’, 나눔의 요구와 나눔의 기회가 보여주는 동치(equivalence), 나눔의 정언명령과 같은 개념들을 통해 위와 같은 규정이 지니는 의미를 탐색한다.

② 소유 형태와 사물이전 양식
2년차 연구에서는 소유(property)의 형태와 사물이전(transfer of things)의 양식 사이의 연결에 대해 분석하였다. 일단 논리적인 수준에서 연결은 자명하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을 이런저런 식으로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예컨대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거기서 노동하고 그 산물과 때로는 토지 자체를 특정한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먼저 사적 소유와 공동체적 소유를 대비해서 논한 뒤 유동 수렵채집 사회를 준거로 보편적 소유라는 제3의 소유형태를 제안하며, 그 가운데 교환과 사적 소유, 증여와 공동체적 소유, 나눔과 보편적 소유 사이의 연결을 검토한다.

③ 나눔과 보편체
3년차 연구에서는 유동 수렵채집 사회의 지배적 사물이전(transfer of things) 양식인 나눔(sharing)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논하고, 그것이 사회적 삶과 관련해 갖는 함의를 ‘보편체’라는 개념을 매개로 간략하게 검토한다. 여기서 나눔을 ‘보통의 사람’이 ‘보통의 것’을 가지고 행하는 보통의 일로 규정하는데, 이때 보통은 특별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서 보통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치이다. 즉 모든 것, 모든 사람, 모든 일은 서로 다르지 않은 것, 사람, 일이라는 의미에서 보통이며, 나눔은 바로 이 같은 ‘보통화’를 이뤄내는 작동이다. 따라서 나눔이 지배적 사물이전 양식인 곳에서 관찰되는 집합적 질서는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모두와 모두를 잇는 보편체로 파악된다.

2. 한국 공동체의 근대적 변형에 대한 이론 구축

① 한국 어촌공동체의 호혜와 협동 원리에 대한 기초 연구
1년차 연구는 한국 어촌공동체의 조직 방식과 성격을 통해, 해당 공동체가 지니는 호혜성과 협동의 원리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어촌에서 농촌보다 견고한 공동체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권리와 의무를 수반하는 성원권을 바탕으로 마을 내외부의 경계가 뚜렷이 형성되었으므로, 한국 어촌공동체는 비교적 견고한 공동체로 간주된다. 이는 이러한 성원권이 마을어장, 특히 갯바위에 대한 접근권, 즉 그에 자생하는 해조류의 채취와 분배라는 경제적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는 점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한반도 거주민은 매우 오래전부터 일부 해조류와 패류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일상적, 의례적으로 소비해 왔고, 이로 인해 해조류와 패류가 자생하는 갯바위는 연안 주민들에게 주요한 재원(財源)이 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이 글은 한국에서 지역 공동체가 거주지 주변에 존재하는 재원인 갯바위를 관리하는 현상, 다시 말해 공동체적 소유의 존재방식을 추적한다. 나아가 이를 자연의 영유, 구체적으로는 집합적 영유와 개인적 영유의 중층성이라는 인류학적 개념을 통해 포착하려고 시도한다.

② 18~20세기 충남 서천 근해 소유권의 성립과 변이(變移)(1): 국가적 소유의 역사적 전개 양상을 중심으로
2년차 연구는 조선 후기 바다에 대한 권리가 성립하는 과정과 그 변이를 검토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다. 이 연구는 구체적인 분석에 앞서 공유(共有)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서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성의 문제가 간과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배타성 100%, 경합성 0%로 정의되는 왕권재가 조선에서는 영토를 영유하는 유일한 권원으로서의 왕권과 친족집단으로서의 왕실의 분리에 따라 오히려 배타성과 경합성이 높은 재화였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이어 이 연구는 과거 충남 서천군에 속했던 개야도와 죽도 주변 해역에 대한 소유권이 성립되고 변이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왕토사상이라는 국가적 소유 관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 속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규명하고자 한다. 즉, 조선시대 바다는 여민공지의 대상으로써 왕권재로서의 속성을 가장 잘 반영된 자연이었다. 조선 후기 수세 항목인 어장(漁場)도 원칙적으로 사적 전유를 배제하고 왕토사상에 근거해 모든 백성과의 공유(共有)를 지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공공성을 규정하는 당대의 논리에 따라 그 구체적인 내용이 설정되거나 권리 행사권이 이전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점을 보인다.

③ 17~19세기 충남 어장(漁場) 지배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대한 연구: 국가적 소유와 사적 소유 사이에서
3년차 연구는 조선후기 어장(漁場)에 대한 지배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이 연구는 구체적인 분석에 앞서 공유(共有)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서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성의 문제가 간과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공공성은 사적 권리를 포괄하면서도 뛰어넘는 전체를 누가 표상할 것인가를 문제를 내포하기에 조선시대 왕토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왕권은 한편으로 조선 전체를 표상함으로써 모든 권리의 권원, 즉 소위 왕토사상의 근간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친족집단인 왕실이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적 권리와 경합하게 되는 원천이기도 하였다.
이어 이 연구는 동서로는 현재 충남 보령시로부터 어청도에서 개야도까지, 남북으로는 (내외)파수도에서 십이동파도까지에 이르는 방대한 해역에 대한 지배가 변이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왕토사상이라는 국가적 소유 관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 속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수세범주로서 어장(漁場)은 여민공지(與民共之)라는 왕권재로서의 속성을 가장 잘 반영하였다. 즉, 어장은 원칙적으로 사적 전유를 완전히 배제하고 왕토사상에 근거한 공유(共有)를 지향하는 해세 범주이면서도, 공공성을 규정하는 당대의 논리에 따라 어장 지배의 구체적인 권한이 위임되어 배타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충남 어장과 관련한 분쟁을 기록한 자료는 <均役廳事目>(1750)이 반포되기 이전인 17세기 후반부터 식민지기인 20세기 전반기까지 장기시계열적으로 존재한다. 이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조선후기부터 근대까지 어장 지배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3. 조선시대의 증여와 교환, 그리고 호혜성: 일기와 간찰을 중심으로

① 『쇄미록』에 나타난 16세기 양반의 선물경제
1년차 연구는 『쇄미록』의 특성, 『쇄미록』에 나타난 오희문의 피난 생활의 양상, 그리고 『쇄미록』에서 볼 수 있는 물자의 수증 양상과 그 성격에 대해 분석한다. 오희문이 수증한 선물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시장교환과 대립된다. 그런데 이러한 선물들이 오희문의 생활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은 매우 명확하지만, 사회적 측면 특히 동기의 측면에서는 선행 연구들이 제시한 주장과는 상이한 결과가 확인된다. 즉 일부 증여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지만, 또 다른 증여는 기존의 인간관계 때문에 이루어졌다. 여기서 모스(Mauss)의 정의에 따른 증여의 성격(호혜성)이 완성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데스콜라(Descola)의 정의에 따르면 절대다수의 선물은 증여로 끝나거나 역증여가 뒤따랐으나, 교환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이 글은 호혜성, 증여, 교환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기반으로 삼아 『쇄미록』을 토대로 16세기 양반사족층의 선물 증여에 대해 논의하였다.

② 『묵재일기』를 통해 본 증여, 교환, 그리고 호혜성 (1)
2년차 연구에서는 『묵재일기』의 특성, 『묵재일기』에 나타난 이문건이 여묘기, 사환기, 유배기에 나타나는 물자의 수증 양상과 그 성격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16세기 양반사족층의 선물 증여에 관한 기존 연구와 호혜성, 증여, 교환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기반으로 『묵재일기』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문건이 수증한 선물은 시장교환과 대립되며 그의 생활에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은 매우 명확하지만, 시장교환에도 포함되지 않고 선물증여에도 포함되지 않는 성격의 재화 이전도 있었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특히 동기의 측면에서는 선행 연구들이 제시한 주장과는 상이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일부 증여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지만, 대다수는 ‘이름의 인정’이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또한 모스의 정의에 따른 증여(호혜성)가 완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데스콜라의 정의에 따르면 절대 다수의 선물은 증여로 끝나거나 역증여가 뒤따랐으나, 교환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③ 『묵재일기』를 통해 본 증여, 교환, 그리고 호혜성 (2)
3년차 연구는 16세기 조선시대 양반의 일기인 『묵재일기』에 나타나는 수증행위의 성격을 선물과 교환에 관한 이론적 논의와 결합하여 검토한다. 증여, 교환, 호혜성 개념의 불명확함과 혼란에 대해 이제껏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이 글에서는 데스콜라의 논의를 활용하여 ‘보상의 의무’의 유무를 기준으로 교환과 증여를 구분하였다. 『묵재일기』에서 확인한바, 선물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컸으나 이문건의 생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선물교환의 동기는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인간관계의 형성·유지·강화와 더불어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4. 현대국가의 윤리와 정책적 호혜성

① 국가정책에서 호혜성의 위치: 국가영역의 확장과 조건화하는 정책
1년차 연구는 국가정책에서 호혜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와 정책 그리고 국민 간에 맺어지는 관계의 성격을 분석한다. 통상적으로 국가는 정책을 통해 그 자신의 통치대상을 관리한다. 그런데 원칙상으로는 모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복지국가의 패러다임 아래, 국가는 개인, 집단, 인구집단 혹은 국민이라는 범주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적 대상을 분류하고 나누어 일상생활에 개입한다. 여기서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호혜성은 없다.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으며 또한 확장되어야만 하는 정책의 호혜성 영역에서 국가-정책-국민(일상생활)의 관계는 이중적으로 맺어진다. 현실에서 정책은 두 방향으로 작동하므로 정책을 국가의 통치 목적(통치 이데올로기)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신 이 글은 정책이 국가-국민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사적영역의 기존 호혜적(상호적) 관계를 바꾼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책의 호혜성(reciprocity of policies)은 현대 국가에서 정책의 의미와 기능의 변화에 주목하기 위한 도구이다. 정책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교차점에 해당한다. 한편으로 정책은 ‘지배기구로서의 국가-국가의 수단으로서의 정책이라는 묶음’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국가권력과 정당성을 유지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정책은 ‘정책 대상자이자 참가자인 국민과 정책 간의 묶음’을 만들어 내어 국민들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이 같은 정책의 성격에 주목하여 이 글은 복수의 상이한 정책의 호혜성이 작동하는 양상을 행위자-연결망 국가(actor-network state)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개념을 통해 재규정하였다. 국가는 자신이 식별한 문제와 해결방식을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정책 안에서 보호하고 재구축하고자 하는 ‘호혜성’은 정책이 마련한 조건화를 통해서만 작동한다.

② 정책 호혜성과 국가-국민 관계: 세금, 연금, 보조금, 기본소득
2년차 연구에서는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토대로 정책의 호혜성을 규정하고 그 흐름이 구성되는 방식을 살펴본다. 정책의 호혜성이란 국가를 중심으로 한 재분배 체계 내의 재화와 서비스가 보이는 양방향의 흐름이며, 세금, 연금, 보조금, 기본소득 등으로 이름 붙은 활동의 무대를 구성한다. 세금, 연금, 보조금 그리고 기본소득을 규정하고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국가가 독점한 부(wealth)의 이전과 활용영역인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경우 개인, 집단, 기업 등의 활동 주체는 반드시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가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그 돈을 돌려받는다. 이 무대를 정의하고 수정하는 작업은 항상 논쟁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각기 다른 문화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베푸는 의미와 가치를 정의하는가? 누가 도움을 요청했는가? 등의 질문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계약의 내용 즉 포함과 배제의 범주와 강도를 표시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진행 중인 사회계약, 스웨덴의 세금 회피, 국가를 상대로 한 재테크 사례 등을 검토하였다. 정책의 호혜성 영역에서, 국가-정책-국민(일상생활)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정책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정책이 국가의 통치 목적(통치 이데올로기)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은 충분치 않다. 정책은 국가-국민 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사적영역의 기존의 호혜적(상호적) 관계를 바꾼다.

③ 국가의 윤리와 국가의 책무: 국가-국민의 호혜성과 미래
3년차 연구는 2년차 연구에서 다룬 바 있는 ‘정책적 호혜성’의 예를 국가와 국민 간의 근본적인 불화, 즉 타자들 사이의 ‘오해’(misunderstanding)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재조명한다. 정책 호혜성의 주요한 실천 주체인 국가와 국민은 정책이라는 어셈블리지(이질적 배치물)에 참여하는데, 양자 사이의 근본적인 ‘오해’가 뚜렷이 드러나는 분야가 ‘미래 관련’ 정책이다.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해결책을 ‘앞서’ 제시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전개와 의도치 않은 결과와 만나게 된다. 이 자리에서 국가-국민 관계에서의 불화, 규칙을 공유하고 있는 듯 보였던 타자성이 명확히 부각된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오해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오해와 같지 않음을 교차배열법의 논리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정책 호혜성이 국가의 독점보다는 오해를 통한 소통 (불)가능성의 결과이며 이질적인 행위자는 이질적인 매개를 거쳐 연결된다고 정리한다. 더 나아가 정책 호혜성을 이해하기 위해 정책연구에 다자연주의(multinaturalism)의 주장을 도입한다. 동일한 문제에 대한 국가(정권, 정당)의 상이한 관점은 정책 자체보다는 정책의 어셈블리지 자체가 ‘다른’ 정책 세계(policy world)를 구축한다. 정책 호혜성 특히 미래 정책은 국가의 특수한 활동이 특정한 국민과 만나 오해에 기반을 둔 소통을 이어감을 보여준다. 국가와 국민의 오해가 불식되지 않은 채 양자는 주고받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국가-국민 사이의 호혜성은 서로 다른 두 관점(perspectives)의―이미 항상 변화인―교환(ex-change)를 통해 만들어진다.

5.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 한국 신도시 개발사를 중심으로

① 수도권 1기 신도시와 공급논리 속 공공이라는 이상: 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1년차 연구는 1980년대 말부터 계획·건설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초 입주가 진행된 수도권 1기 신도시, 그중에서도 분당신도시에 주목하여 해당 개발계획에서 공공성과 관련한 윤리가 어느 정도 다루어졌는지 고찰한다. 우선 1기 신도시 건설을 야기한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검토한 뒤 분당신도시의 개발목적 및 성격, 개발 결과에 대한 비판과 평가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분당신도시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 계획 및 건설 과정에서는 공공에 대한 이상이나 호혜적 윤리에 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는 공급논리가 지배한 1기 신도시 개발에서는 이후의 관점에서 중시하는 공공성과 관련한 이상이 크게 고려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공공성이라는 개념 혹은 호혜적 성격을 지닌 윤리가 요구되는 방식은 당대의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도시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집단의 복합적인 욕망이 당대의 사회·정치·경제적 배경에 의해 직조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② 호혜적 윤리의 공간적 구현: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2년차 연구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호혜적 윤리가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현되는 양상을 고찰한다. 1년차 연구에서 분당신도시를 사례로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공공성과 관련한 윤리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살펴보았다면, 2년차 연구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 개발이 진행된 수도권 2기 신도시를 다룬다. 다른 무엇보다 공급논리가 우선이었던 1기 신도시 개발과 달리 2기 신도시가 개발된 2000년대 후반 한국사회는 적어도 계획과 이상의 차원에서는 이전과 다른 형태의 사회적 의제가 등장하고 강조된 시기였다. 하지만 현실의 차원에서는 2기 신도시에서도 도시개발 과정에서 결국 호혜적 윤리의 이상은 왜곡되어 결코 성공적이었다고는 볼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글에서는 2005년 처음 제정되어 이후 도시계획의 지침으로 적용된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에 주목하여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2기 신도시 개발에서 어떠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었는지 고찰한다. 그 결과,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에서 적어도 도시의 물리적 측면에서는 가시적인 ‘성공’을 거둔 반면, 여전히 물리적 환경 외에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계획기준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과거 시점에서는 시장가치 바깥의 영역에 놓여 있던 다종다양한 가치들이 결국에는 부동산 시장가치라는 현대 한국사회의 보편적 욕망으로 환원되는 현실에 대한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③ 공공성의 공간적 구현: 수도권 2기 신도시 계획을 중심으로
3년차 연구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공공성을 비롯한 호혜적 윤리가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현되는 양상을 고찰한다. 각각 수도권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를 다룬 지난 1년차, 2년차 연구에 이어 이번 3년차 연구에서는 2020년대 들어 계획·추진 중인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다룬다. 비록 2010년대 말 또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추진된 3기 신도시지만, 적어도 개발계획에서는 공존과 상생, 포용과 협력 등의 가치가 강조되며 2020년대의 사회적 의제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과거 1기와 2기 신도시 개발과 비교하여 3기 신도시 개발이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차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의 등장 배경과 특징을 살펴보고, ‘도시건축 통합계획’ 아래 진행된 개발계획 공모의 당선작이 갖는 특징을 고찰한다. 특히 당위적 차원에서는 ‘공생’이나 ‘공존’, ‘상생’과 같은 가치가 명시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 공존과 상생의 대상이 제한적임을 지적한다. 물론 3기 신도시는 아직 계획 및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완공 이후는 어떤 양상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1~2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작동해 온 선별과 배제의 기제가 3기 신도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한 분석은 향후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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