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연구결과 개요 보고서: 과제구분,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연구책임자, 공동연구자, 연구기간, 연구형태, 연구목적 및 배경, 연구방법 및 내용,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연구결과, 참고문헌, 로 구성
과제구분 한국학중점연구 /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과제코드
연구과제명
  • 국문 : (AKSR2021-RC03) 21세기 한국사회의 호혜와 협동의 연구 II
  • 영문 : research on reciprocity and cooperation in 21st Century Korea
연구책임자 한도현
공동연구자 주영하, 김철식, 윤순진, 임동균, 신효진, 임이숙, 이가람, 최종민, 성한아, Chaeyoon Lim, 하대청
연구기간 20210312 ~ 20231216 연구형태 공동연구
연구목적 및 배경 한국사회는 서양식 개인주의와 한국식 집단주의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스트레스를 양산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협동과 협력, 호혜와 신뢰에 기반 한 사회 문화적 자본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정태인·이수연, 2013; OECD, 2013; Shor, 2016). 이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호혜·협동의 계보학󰡕 연구단을 2018년에 발족시켜 2018-2020년의 1단계 3년을 끝냈다. I단계 3년에서는 역사팀 12명, 이론팀 6명, 현대사회과학팀 9명 등 약 30 명에 이르는 학자들이 모여 학제간 공동연구를 추진해 왔다.
본 연구는 II 단계 3개년 (2021-2023년)의 현대팀 연구로서 21세기 한국사회의 호혜·협동의 실천에 대해서 연구한다. 또 장기적으로 체계적 survey data를 축적하기 위해 사회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호혜와 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호혜와 협동을 개인의 특성, 개인적 특성으로, 즉 심리학 내지 윤리적 특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호혜와 협동의 사회적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으로 보면 호혜와 협동의 총체성 성격을 놓치게 된다. 이 연구는 호혜와 협력을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 즉 호혜의 규범과 구조에 의해 형성된 문화에 기초하는 것이란 관점을 견지한다.
본 연구는 I단계의 문제의식의 연장선 상에서 있으면서도 I단계 3년의 연구결과물에 대한 외부심사위원들의 지적을 적극 받아 들이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은 21세기적 사회현상 내지 과제들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라고 했다. 그래서 I단계에 있었던 협동조합역사 파트는 이번에 삭제하고, 기후변화·탄소제로, 생물다양성, IOT, 알고리즘, 공유경제, 플랫폼 협동조합, 사회적 음식 운동(Food Activism) 등의 내용을 보강하여 21세기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과제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다루었다.
연구방법 및 내용 호혜와 협동은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면서도 낯선 말이다. 최근 호혜와 협동에 대한 호명-담론 차원의 관심이 늘어난 데 비해 일상의 실천 논리로서 이 개념이 사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위치와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음식운동, 기후변화행동, 일상적 상호작용 등에서의 호혜·협동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Industry 4.0 시대의 IOT, 알고리즘, 플랫폼 등과 관련하여 호혜·협동을 분석함으로써 윤리적, 도덕적 차원을 넘어서 객관적, 학문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9명의 공동연구진이 3개년에 걸쳐 II단계에서 진행한 연구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①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로서 호혜와 협동
상부상조, 함께, 도움, 나눔이라는 말에 비해 호혜(reciprocity, 互惠)와 협동(cooperation, 協同)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협동조합에서조차 ‘협동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당위적으로 학습된 형태의 호혜와 협동이 아니라 일상 속 실천에서 드러나는 행위 양식이자 경험적인 개념으로서 갖는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호혜와 협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은 역설적으로 ‘사회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비대면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의 우려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호혜와 협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조직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 어떻게 조직화해 나갈 것인가를 상상하는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다.

② 협동의 실천: 생협과 사회적 음식운동
1980년대 후반 시작한 생협운동은 크게 성장했다. 조합원 중 일부는 생협의 조합원 활동가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지역을 기반으로 ‘호혜와 협동’의 실천을 만들어가고 있다. 본 연구는 생협 활동가들이 만들고 있는 구체적인 협동의 사례들을 구체화하고 각 유형별로 협동의 배경과 협동이 이루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 드러나는 문제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탐색하였다.
음식을 매개로 호혜·협동의 실천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음식사회운동이다. 한국에서최근에 ‘사회적 음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학계에서는 호혜와 협동의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사회적 음식운동’을 살핀 연구는 별로 없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전개된 ‘사회적 음식운동’이 지닌 거시적·미시적 맥락을 분석하였다.

③ 기후변동, 알고리즘, Industry 4.0 등과 관련한 호혜·협동
지금 21세기에서는 새로운 차원에서 호혜·협동이 호명된다. 기후 위기는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과제인 동시에 현장에서 로칼에서부터 실천 행동이 필요하므로 호혜·협동의 연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시민 참여가 중심이 되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협동조합 사례를 호혜와 협동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기후 위기와 함께 COVID19의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팬데믹과 급진전된 Untact사회는 Industry 4.0을 체감케 한다. ‘언택(untact)’이 아닌 ‘온택(ontact)’이라는 용어 사용이 보여주듯이, 정보통신기술은 사회적 연결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되고 있다(Aspen Digital, 2020). 디지털 기술의 매개와 관입이 일상화되고 ‘정상화되는’ 현실에서 기술과 물질의 매개는 인간들 사이의 호혜와 협동과 같은 사회적인 것의 구성 원리에 어떤 복잡성을 가져오는가?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환경학, 과학기술학, 경영학, 사회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와 industry 4.0의 호혜·협동의 문제를 다룬다.

④ 인간과 동물의 호혜와 연대
호혜와 협동에 대한 연구는 인간사회의 인간관계를 주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다. 현대 사회에서 생물다양성 문제와 인류세 문제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전개되어 왔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어 왔다. 2023년에 새로이 과학기술학 박사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여 인간과 철새,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다종적 접근을 통해 본 호혜와 협동 연구단의 연구대상 폭을 넓히고 학제적 연구의 지평을 확대한다.

⑤ 사회조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호혜· 협동의 실증 분석:
본 연구는 협력, 호혜, 신뢰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의식구조, 태도적 경향성, 그리고 행위양식을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한다. 호혜·협동에 대한 체계적 사회조사는 없었다.
◦ 본 사회조사의 기본적인 목표는 호혜와 협동과 관련된 다층적이고 다차원적인 주제들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생활양식을 조사하여, 관련 주제에 있어 가장 심층적이고 종합적이며 실증적인 기초자료를 매년 수집하였다.
◦ I 단계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II단계인 2021-2023년에 전국 대표 샘플에 기반한 사회조사를 지속하였다. 이를 통해 조사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양적·질적인 신뢰성 확보는 물론 연도별 비교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
연구결과물 세부 목차 1차년도
① 사회혁신, 소셜벤처, 사회적연대: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사례,
② 일상 속 도움의 기억과 경험 : 계, 경조사, 이웃돕기를 중심으로,
③ 지역으로 확장된 생협 활동 : 강서아이쿱생협 시민자산화 사례,
④ 한국사회에서의 먹거리운동 전개과정,
⑤ 서울·경기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원의 호혜와 협동 의식 연구,
⑥ ‘자동화된 호혜성’: 유튜브 알고리즘과 크리에이터의 선물주기,
⑦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의 협업·협력관계 분석,
⑧ 조세 공동체 형성을 위한 호혜와 협동의 메커니즘 : 2021년 호혜·협동의 사회조사 결과 분석을 중심으로,
⑨ ‘무해의 시대’의 호혜와 협동의 규범과 실천

2차년도

① 사회혁신, 지역사회자본, 소셜벤처: Mondragon Team Academy의 LEINN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② 사회적 위기와 자원봉사-위기 상황에서 호혜 협동의 경험과 사회적 조정,
③ 돌봄사업을 통한 지역과 생협의 만남,
④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2 : 생활협동조합의 사례연구,
⑤ 에너지협동조합과 지자체간 호혜와 협동 관계 연구,
⑥ ‘선물-상품 하이브리드’로서의 오픈 소스 : 국내 깃허브 개발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⑦ 플랫폼 협동조합 사례 연구: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
⑧ 한국 사회 상호작용의 문화적 문법과 호혜·협동,
⑨ 한국인의 친구 연결망과 호혜 및 협동의 태도와 실천 : 2018년-2022년 사회조사자료의 분석 결과

3차년도
① 사회적 희망과 호혜·협동 : 사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② 디지털 사회와 변화하는 호혜와 협동의 규범 및 실천 양식,
③ ‘작은 협동’의 경험이 가져온 개인의 변화 : 아이쿱생협의 성장과 조합원 활동가,
④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3 : 슬로푸드운동의 사례연구,
⑤ 일본 시민들의 수도권 시민발전호 운영을 통한 호혜와 협동의 실천 : 한국 에너지협동조합과의 비교,
⑥ 알아차림의 기술, 철새 모니터링 : 간척 이후 천수만의 인간-철새 호혜 관계 연구,
⑦ 플랫폼화와 호혜·협동 : 웹툰 플랫폼 사례,
⑧ Industry4.0 시대의 호혜·협동과 메이커스페이스 : 사례비교,
⑨ 선물경제 위의 인공지능 : 깃허브 코파일럿과 오픈 소스의 자산화
연구결과 본 연구는 호혜와 협동의 현대적 실천 사례를 분석하고, 호혜와 협동의 증진을 위한 사회제도적 조건을 탐색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한국사회에서의 호혜와 협동의 문화적 확산과 제도적 실천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3년간 27편의 논문을 집필하였고, 3개의 사회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본 연구는 크게 다섯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①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로서의 호혜와 협동
② 협동의 실천 : 생협과 사회적 음식운동
③ 기후변동, 알고리즘, Industry 4.0 등과 관련한 호혜·협동
④ 인간과 동물의 호혜와 연대
⑤ 사회조사를 통한 한국사회의 호혜·협동의 실증 분석

1. 최종논문 27편/3권
2. 사회조사결과물 9개
3. 구술 DB(1·2·3차년도)
참고문헌 (사)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2023 (사)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제9차 정기대의원총회 자료집》, (사)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2023.
김병수, 《사람에게 가는 길 : 팔당농부의 세계 공동체 마을 순례여행》, 마음의숲,2007.
김양수, 〈음식문화의 보편화 그리고 슬로푸드 운동〉, 《철학과 문화》 23호, 2011.
김종덕, 〈패스트푸드의 세계화와 슬로우푸드 운동〉, 경남대학교사회학과, 《지역사회학》 제4권 1호, 2002.
김종덕,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한문화, 2003.
김종덕, 〈생물다양성 위기와 슬로푸드 운동의 대응〉, 《인문논총》 37집, 2015.
김종덕, 〈2022 테라마드레 참여 후기〉, 《슬로푸드코리아》 2022년 12월 26일자,https://www.slowfood.or.kr/post/etc_37.
김흥주, 〈슬로우푸드 운동과 대안식품체제의 모색〉, 《농촌사회》 제14권 1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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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옥, 〈한국 시민운동의 현황과 과제〉, 《새로운 사회운동의 이론과 현실》, 문형,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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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하,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2: 생활협동조합의 사례연구」, 『21세기 한국사회의 호혜와 협동의 연구Ⅱ, 2단계 발표 자료집』, 한국학중앙연구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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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요약문

연구요약문: 전체 연구결과 요약, 세부과제별 요약로 구성
전체 연구결과 요약
호혜와 협동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현대사회의 소외, 극단적 이기주의, 공동체해체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나머지 호혜와 협동이 중요하다라든지, 호혜와 협동이 필요하다라는 당위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김정원2014; 이해진 2015). 본 연구는 호혜와 협동의 당위론을 넘어 사회적 실천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II단계에서는 I단계 연구결과에 대한 외부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21세기 사회와 관련된 주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기후변동, Food Activism, Industry 4.0 등의 주제를 포함하였고 이를 위해 인문사회분야 이외의 학자 즉 자연계의 과학기술 전공자를 공동연구원으로 특별히 초빙하였다. 과학기술학 분야 연구자, 소셜벤처 연구자, 협동조합 연구자, 음식연구자 등이 학제적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또 장기전망 속에서 survey data를 구축하는 계량연구를 동시에 추진하는 연구는 아마 본 연구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혜와 협동에 관한 연구는 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자장 안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이경란, 2013; 김정원, 2014; 문병기, 2020 외 다수). 대표적으로 김왕배(2011)는 상품화된 시장경제와 그 이면을 포함하여 호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삶의 영역을 ‘호혜경제’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바 있다. 김주환(2018)은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 비판과 모스의 주술 개념에 기대어 호혜경제의 실천이 국가와 기업의 위선이나 기만을 ”알면서도 행하고, 모른 척하고 인정해주는“(김주환, 2018: 68) 선물교환의 원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타임뱅크시스템을 중심으로 호혜성의 원리를 분석한 한성일(2015)의 연구 역시 기존의 경제운용 방식과 다른 의미에서 사회적경제의 현장경험에서부터 호혜의 실천원리를 발견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호혜와 협동을 명목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적 경제라는 현장이 생긴 것은 한편으로는 호혜-협동 연구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호혜와 협동을 특정 사회 영역의 담론이나 개념으로 좁혀서 사고하게 만드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호혜와 협동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보다 일상적인 차원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호혜와 협동의 실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일상 생활세계에서부터 출발하는 관점을 지향한다. 일상생활 사회학의 관점은 호혜와 협동을 내재적 관점(emic)에서 일상생활의 상식적 이해(common-sense)에서부터 출발하여 넓은 의미의 사회문화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다. 일상생활사회학의 연구방식은 단순한 분과 영역을 넘어 생활사연구, 일상개념분석 등의 연구로 확장되어 나타난다(고지현, 2010).
일상 생활에서 호혜·협동을 조직하고 제도화한 것이 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협동조합이 생활협동조합 즉 생협이다. 생협은 회원 상호간의 호혜·협력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호혜·협력 문화의 증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호혜·협동의 실천 영역 가운데 중요한 분야로 음식분야의 사회적 실천 즉 Food activism을 들 수 있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안농식품운동과 생활협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음식 사회운동에서의 호혜·협동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가치운동의 성격을 강조하는 데서(박형신, 2020) 그치는 기존 연구를 비판하고 본 연구는 민속지적,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음식사회운동에서의 호혜·협동의 구체적 모습을 밝혔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2단계에서는 호혜·협동의 21세기 맥락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변화, 탄소제로 사회, 플랫폼 사회, Industry 4.0, 생물다양성 (인간과 동물의 호혜) 등을 새로운 연구주제로 추가하였다. 기후행동이라는 당위론을 벗어나 시민들의 호혜·협동의 실천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선행연구들은 에너지협동조합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례들을 호혜와 협력의 관점에서 고찰하지 않았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사회적 실천에 이어 이번 II단계에서 의욕적으로 포함시킨 주제는 Industry 4.0, 플랫폼 경제, Connectivity 등과 관련된 기술분야이다. 자연과학자가 참여하여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관점에서 호혜·협동의 실천을 분석할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방법론, 사회적 가치와의 연루 등을 연구하면서 ‘디지털 과학기술학(digital STS)’라는 하위 분야가 형성되고 있다(Vertesi & Ribes, 2019). ‘디지털 STS’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이렇게 다양해지고 있지만, 디지털 STS가 사회적인 것의 중요한 속성인 호혜, 협동, 신뢰 연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플랫폼 협동조합 사례는 이 주제를 토론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위에서 설명한 질적 연구와 병행하여 사회조사를 실시하여 한국사회의 호혜·협동 실천들을 진단하고 호혜와 협력의 증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객관적 자료를 제공한다. 한국사회의 호혜와 협동, 신뢰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들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대규모의 사회조사는 부재하며 이것이 매우 큰 연구 공백으로 남아있다. 실증적인 자료를 마련함에 있어 그와 같은 사회조사 자료는 필수적인 것으로, 관련 연구에 있어 이러한 자료의 수집과 장기적 구축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호혜·협동을 윤리적,규범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심리적 실험, 비대면 사회의 등장, 공유경제, 기후변동 등과 관련하여 21세기의 과제와 관련된 융합적 질문항목들을 이론적으로 개발하여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사회조사는 없다. 본 II 단계에서는 I 단계와 마찬가지로 핵심 질문들(core module)과 특별 모듈(special module)을 구성하여 호혜·협동에 대한 체계적 DB를 구축하여 선행 연구들과 차별화할 것이다. 핵심모듈들은 I단계와 변화가 없다. II단계에 자료를 축적함으로써 호혜·협동에 대한 체계적 DB로서의 국내에서 유일한 것이 될 것이다.
세부과제별 요약
본 과제는 3개년으로 수행되어 매 해 연구논문을 연구자들이 작성하였다.

1차년도
① 한도현 : 사회혁신, 소셜벤처, 사회적연대: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사례
현대 한국에서 소셜,혁신 담론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으니 정치권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관심에 비해 이 지역과 기업들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소셜벤처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통치합리성, 포획된 저항이라는 시각에서의 비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본 논문은 이러한 양비론적인 비판을 넘어 소셜벤처의 내재적 관점에서 소셜벤처의 실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2021년 9월과 10월에 걸쳐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에 입주한 넥스트브리지, 천국의속삭임, 에코스모스, 새활용랩 등 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소셜벤처들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소셜벤처 기업가들이 지닌 열정을 출발점으로 혁신, 연결망, 사회적 연대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이들 소셜벤처 기업가들은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대안적 기획이 아니라 시장 기반의 경제적 접근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망과 헌신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혁신적 기업가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들은 시장의 빈틈을 혁신적 시각에서 발견하고 접근하였으며 주류 기업과는 다른 통합적 시각에서 친사회적 비용편익의 관점에서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는 사회연결망이 크게 중요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창업과 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연대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시장에 기반한 기업적 접근을 기본 지향으로 하고 있다. 대체로 소셜벤처 창업 이전에 ‘기업 경험’을 하고 있으며 아니면 험난한 창업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의 기업 경험’을 갖추게 되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이러한 소셜벤처 기업가들의 사고와 행동에서 현대 한국에서의 호혜와 협동의 실천적 사례들과 그 사회경제적 조건들을 읽어보고자 하였다.

② 이가람 : 일상 속 도움의 기억과 경험 : 계, 경조사, 이웃돕기를 중심으로
이 연구는 호혜와 협동의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파악하고, 이것이 호혜와 협동의 태도와 인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론적 연구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2021년 자체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호혜협동 설문조사와 세대별 인터뷰 결과를 교차하여 계, 경조사, 일상에서의 도움을 둘러싼 사람들의 실천과 인식의 변화를 파악하였다. 연구결과 금융제도의 변화와 계의 금융기능 소멸, 경조사가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공식적 도움의 축소, 일상에서 차등적으로 작용하는 호혜와 협동의 원(circle of reciprocity and cooperation) 등 여러 흥미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일상생활 관점에서 호혜와 협동의 실천과 인식에 있어, 일상과 사회제도의 연결고리 안에서 호혜와 협동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해준다.

③ 신효진 : 지역으로 확장된 생협 활동 : 강서아이쿱생협 시민자산화 사례
국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 생산자와 이들의 수고와 가치를 이해하고 책임 소비를 펼치는 도시 소비자들의 협동 원리에 바탕해 시작됐다. 친환경 농식품 판매와 소비자 운동을 병행하는 특징을 가진 생협은 사업체(business)이자 결사체(association)이다. 특히 결사체로서 생협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협동조합 원칙을 실천해왔다. 금전적·비금전적 자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생협은 최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공통의 이해관계를 매개로 구체적인 협동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강서아이쿱생협의 시민자산화 사례를 바탕으로 생활 속 협동을 실천해온 생협 내부의 호혜와 연대의 관계망이 지역사회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④ 주영하 : 한국사회에서의 먹거리운동 전개과정
본고는 먹거리 운동의 전개과정을 정리하여 그 안에서 펼쳐지는 호혜와 협동의 실천양상을 파악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먹거리 운동 전개과정에는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세 가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현상과 연결지을 수 있으며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전개된 먹거리 운동을 산업화 시기, 민주화 시기, 세계화 시기 세 시기로 나눠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먹거리 운동은 농민운동, 노동운동, 종교의 사회적 참여 등과 같은 사회운동과 정치 운동을 이끌었던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해왔다. 그러나 세계화 시기에 이르러 기존의 생협 운동의 이념들이 희미해지고 유통시스템과 안정성 기준에 의존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필자는 이에 직거래 운동과 유기농운동의 연장이 생협운동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으며 오히려 확장된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는 먹거리 운동으로의 전환에 관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차후 연구에서 생협운동 내부에서 호혜와 협동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⑤ 최종민 : 서울·경기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원의 호혜와 협동 의식 연구
이 연구에서는 서울과 경기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원의 호혜와 협동 의식을 주제로 심층면접을 통해 각 조합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주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 기여를 주된 동기로 조합에 참여했지만, 배당이나 펀딩과 같은 경제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조합원 확대와 활동 참여 지속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서울, 경기 지역 에너지협동조합들이 에너지자립도가 낮은 수도권 지역에서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연성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의 방향성은 조합원의 에너지 시민성 함양과도 연결되고 있었다. 세 번째, 에너지협동조합은 조합 안팎의 행위자들과 자본, 교육, 부지 확보 등의 측면에서 호혜와 협동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조합의 지속과 확대를 위해서는 조합 내외의 호혜와 협동이 중요한 요소임을 파악하였다.

⑥ 하대청 : ‘자동화된 호혜성’: 유튜브 알고리즘과 크리에이터의 선물주기
인터넷의 무상 공유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 등이 보여주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는 인류학자들이 밝혀온 오래된 선물경제가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Barbrook, 1998). 계산적이고 경제적인 등가교환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현실 세계와 달리 디지털 세계에선 선물을 주고받고 가치있는 자원을 대가 없이 나누는 호혜성(reciprocity)이 작동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호혜적 실천이 중심이 되는 선물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의해 침식당했거나 전유당해왔다는 비판이 높았다. 최근에는 시장경제에 의해 선물경제가 주변화되었다기보다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선물경제가 여전히 핵심적이고 선물과 상품의 구분이 항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선물교환과 호혜성을 본질주의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 현장에서 선물교환과 호혜성이 어떻게 정의되고 구성되는지 탐색하고자 한다. 영상을 공유하는 유튜브 플랫폼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이 글은 디지털 경제에서 어떤 선물을 주고 받는 호혜적 실천이 일어나고 있는지, 선물교환은 어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관계에 개입해서 어떻게 호혜성을 재구성하는지 조사할 것이다. 유튜브 플랫폼에는 ‘주의 호혜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물주고받기가 존재하며 알고리즘은 이런 실천에 개입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사용자 사이 상호인정이 없는 선물관계에선 ‘자동화된 호혜성’이 형성되며 알고리즘은 친밀한 존재가 되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 글은 디지털 세계 속 호혜성이 이상적 연대와 경제적 착취의 이분법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혼종적 형태로 존재하며 특히 알고리즘이라는 물질적 장치가 이런 혼종성을 새롭게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조명하였다.

⑦ 임이숙 :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의 협업·협력관계 분석
본 연구는 ‘성수동 소셜벤처밸리‘를 사례로, 사회혁신클러스터 내 조직 간의 협업관계에 대해 분석하였다.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에 위치한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커뮤니티 내의 협업관계 형성은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자본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느슨해진 환경에서 어떠한 소셜벤처들이 서로 협업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결과, 정보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내의 공식적인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조직일수록 밸리 내에서 협업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높았다. 밸리 내의 신뢰수준은 협업관계 형성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으나, 밸리 내의 협업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공식 모임 참여를 높이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즉, 공식 모임 참여를 매개로 신뢰는 협업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내의 협업관계 촉진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⑧ 임동균 : 조세 공동체 형성을 위한 호혜와 협동의 메커니즘 : 2021년 호혜·협동의 사회조사 결과 분석을 중심으로
본고에서는 2021년도 호혜/협동의 사회조사 중 핵심문항들을 분석하여, 특히 세금이 호혜성과 가지는 연관성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세금과 납세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고, 사회적으로 호혜와 협동에 기초한 ‘조세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가치관 및 태도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결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투명성과 가시성이 높을수록 호혜적 사회계약에 기초한 조세 공동체 형성 가능성이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서로가 조심하고 폐를 안끼치려 하는. ‘무해’를 추구하는 사회가 될수록, 오히려 사회적 협력에 기반한 공동체가 형성이 안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이 재확인 되었고, 고소득자들 또한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면 추가 납세 의사가 있음을 분석 결과를 통해 확인하였다.

⑨ 임채윤 : ‘무해의 시대’의 호혜와 협동의 규범과 실천
이 논문은 최근 사회학자 김홍중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관찰한 무해의 윤리를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해 그런 성향이 현대 한국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지,그리고 그런 가치관이 사회적 신뢰, 호혜, 협동의 규범과 실천과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 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다수의 응답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게 부담스럽고 가능하면 신세를 지지 않는 게 좋으며, 가까운 사이에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무해의 윤리적 성향이 폭넓게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성향은 주로 장년 및 노년층,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또 무해의 윤리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신뢰의 반경이 좁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외부 집단을 도울 의향도 낮았으며, 주변지인들에게 크고 작은 부탁을 하는 비율이 낮았고 단체나 조직을 통한 자원봉사 활동에도 소극적이었다. 이런 결과는 무해의 윤리가 한국 사회에서 폭넓은 사회적 연대의 도덕적 기반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 2차년도

1차년도에 참여했던 임이숙은 불참하게 되었으며, 본원 사회과학부 김철식 교수가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진의 총 인원은 9명으로 1차년도와 동일하며, 2차년도 연구 또한 1차년도의 연구 진행 방식과 동일하게 4개의 대주제를 기준으로 하여 각 연구진의 관심 분야에 따라 9편의 연구 논문을 제출했다. 9편의 논문은 아래와 같다.

① 한도현 : 사회혁신, 지역사회자본, 소셜벤처: Mondragon Team Academy의 LEINN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LEINN은 사회혁신, 지역사회자본, 소셜벤처를 묶어서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대상이다. LEINN은 몬드라곤 대학교 경영대학의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4년제 학위과정으로 유럽 공식인정 학위이다. 교실, 수업, 교재, 교수 등이 없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으로 ‘실천을 통한 학습’을 강조한다. 기존 대학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모험적이다. LEINN은 실천을 통한 학습의 방법에 의거하여 입학하면서부터 팀이 편성되고 팀은 4년간의 LEINN 과정을 함께 진행해 간다. 일반 경영대에서 기업가 즉 앙트레프러너를 길러낸다면 LEINN에서는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팀프러너를 길러낸다. 본 연구에서는 LEINN이라는 사례 연구를 통해 호혜·협동의 현대적 창안 및 조직화의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본고에서는 LEINN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 살펴보고 모범사례로 TAZEBAEZ라는 협동조합 기업을 살펴보았다. TAZEBAEZ 협동조합 기업은 1기생이 1학년 때 만든 회사로 2009년에 학생들이 만들어서 2013년 졸업과 함께 정식 회사가 되어 지금은 연 매출 200만 유로의 다국적 회사로 성장했다. TAZEBAEZ는 LEINN 모델이 많은 도전을 극복하고 성공적 정착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또 숫자면에서도 LEINN 과정은 스페인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LEINN에서는 전혀 모르는 낯선 대학생들이 입학하면서부터 협동조합 회사를 만들어 4년 동안 팀프러너로서 성장하게 된다. 4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졸업 시에는 실제 회사를 만들게 된다. 여기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공감,다양성,협동 등이다. 이러한 가치를 한 두 시간 배우는 것이 아니라 4년간 실천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호혜·협동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요컨대 호혜·협동은 역사문화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되고 생산될 수 있으며 호혜·협동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② 이가람 : 사회적 위기와 자원봉사-위기 상황에서 호혜 협동의 경험과 사회적 조정
자원봉사는 이타심에 기반한 대표적인 협동 행위로 손꼽히며, 위기 시기에 기존의 사회질서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 두드러진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가 경험한 다양한 위기와 재난 중 경제위기(IMF 외환위기), 생태위기(태안 기름유출사건), 사회위기(세월호 참사)의 국면에 자원봉사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자원봉사의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자원봉사 활동은 때로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고 국가의 성과(performance)를 향상시킬 질서의 틀을 잡아가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이민창, 2008). 연구결과는 법제화를 통한 사회적 조정이 자칫 자원봉사의 자발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약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를 환기하면서도 위기와 재난 발생 시 자원봉사가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구심점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새로운 새로운 사회질서와 연대 모델의 필요성을 요청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원봉사를 근간으로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할 가능성에도 시사점이 있다.

③ 신효진 : 돌봄사업을 통한 지역과 생협의 만남
이 연구는 친환경 유기농산물 공급으로 지역사회에 긴밀한 인프라를 구축하였으며, 먹거리 돌봄을 중심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생협이 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협동과 연대의 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한살림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조합원 참여에 바탕한 일상적인 서로 돌봄 모임, 자원활동 등 비공식적 돌봄에서 노인장기요양, 아이돌봄 등 공식적 돌봄으로 구체화한 생협돌봄은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조직화되었다. 생협은 돌봄을 매개로 내부에서 쌓인 신뢰를 지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두 협동조합은 돌봄을 사업화했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지역사회의 다른 조직과 연대해 돌봄의 다양한 실험을 우선 실천하거나(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연합조직의 방향성과 연계해 정책 수립 및 공론화를 통해 돌봄의 인식 조성에 집중(한살림돌봄사회적협동조합)하는 등 사업의 진행 맥락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한편, 생협과 분리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자립하려는 방안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생협과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돌봄의 공적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생협은 그동안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돌봄의 영역에서도 돌봄 노동자와 돌봄의 수혜자가 서로 돌보는 방식의 돌봄을 지향하는 생협은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돌봄 노동의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인식을 가져가는 대안적인 모색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④ 주영하 :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2 : 생활협동조합의 사례연구
필자는 2021년부터 한국의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을 연구해왔다. 특히 2021년에는 한국에서의 사회적 음식운동 전개과정을 산업화 시기(1970년대~1980년대), 민주화 시기(1990년대~2000년대 초반), 세계화 시기(2000년대 중반~2010년대)로 나누어 살폈다. 2022년 연구의 주제는 한국의 사회적 음식운동의 대표적인 조직인 생활협동조합의 사례이다.
현재 한국 생협의 조합원은 생명운동에 참여하는 조합원, 자본주의 체제에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조합원, 사회적 돌봄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 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고는 한국생협이 펼치는 생명운동 중 유기농수축산물의 생산·소비 운동, 우리 밀 살리기 운동, GMO 반대운동을, 안전한 가공식품의 합리적 소비운동으로 생산·판매하는 한식간장, 생협의 인스턴트라면, 공정무역 식품에 대해서 살폈다.
한국생협의 사회적 음식운동이 왜 일어나게 되었느냐를 따져보면,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부정식품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사례, 둘째, 자발적 운동 차원에서 전개된 사례, 셋째, 생협 물품의 확장을 위한 세계적 연대를 이룬 사례이다. 한국 생협에서 상품으로 판매하는 음식(식품)은 생명운동과 합리적 소비라는 사회적 음식운동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업’이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 생협의 사회적 음식운동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이면서 동시에 생명운동과 합리적 소비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필자는 비록 생협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조합원이라고 해도 가입비(출자금)·이용(매장)출자금·조합비 등을 내는 참여자이므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호혜와 협동의 시스템에 들어간 구매자라고 본다. 단순 구매의 목적을 지닌 생협 조합원의 증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늘어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닌 ‘무해의 윤리’를 지향하는 현상과 일정하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2023년 본 프로젝트의 3차 연구 대상 조직으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를 비롯하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우리밀살리운동본부 등을 살폈다. 이들 시민단체는 생협과 달리 조합비·출자금·선수금 등의 협동조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민단체는 회원들 내부와 다른 시민단체, 그리고 한국 생협과 연대하여 사회적 음식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음식운동이 지닌 행동 원리를 분석하였다.

⑤ 최종민 : 에너지협동조합과 지자체간 호혜와 협동 관계 연구
이 연구는 고양시의 사례를 통해 기초 지자체와 에너지협동조합의 상호작용 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고양시 환경 또는 에너지 관련 부서 공무원들과 이재준 전 고양시장, 고양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원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연구의 주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초 지자체는 중앙 정부와 광역 지자체의 환경정책을 실천하는 주체이자, 시민들의 실천을 필요로 하는데, 에너지협동조합은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 모두에 기여한다. 고양시는 이를 인식하여 행정 및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이들에게 협치의 기회를 열고 있었다. 또한 고양시는 환경정책 추진을 위해 광역 지자체, 중앙 정부, 다른 지자체와도 협력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에너지협동조합은 시민참여를 실현하면서도, 각 행정 주체들 모두와 협치를 시도하며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자체와 에너지협동조합이 각자의 목표를 위해 협동하고, 조정의 과정을 거치며, 서로 이익을 제공하는 호혜성에 바탕을 둔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갈등 발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에너지협동조합의 전기 생산과 판매는 호혜성의 회복을 통한 대안적 경제 실현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⑥ 하대청 :‘선물-상품 하이브리드’로서의 오픈 소스 : 국내 깃허브 개발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글은 오픈 소스(Open source) 개발의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인 깃허브에서 호혜적 실천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보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흩어진 개발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개발하는 오픈 소스 방식은 90년대에는 일부 급진적인 개발자들의 실험이었지만, 지금은 개발자 커뮤너티에서 평범한 일상과 표준적 실행이 되었다. 특히, 깃허브라는 온라인 플랫폼은 이런 오픈 소스 개발의 일상화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깃허브에서 오픈 소스 실천에 적극 참여하는 경험 많은 개발자들과 깃허브에 막 입문한 대학생들을 면담하면서 먼저 왜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이런 실천에 나서게 되는지 알아보려 했다. 깃허브 플랫폼에서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동기는 다양하다. 재미, 학습과 타인의 인정 때문에 시작하지만, 오픈 소스를 계속하면서 호혜적 동기가 생겨난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음 세대에 돌려주려는 이도 있고, 누군가에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노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호혜적 동기는 단지 이타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오픈 소스 참여는 평판과 경력 계발이라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픈 소스는 ‘선물-상품 하이브리드(gift-commodity hybrid)’라고 부를 만하다. 또한, 깃허브에서는 호혜적 실천이 성장하는 가운데 ‘호혜성의 역설’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일어난다. 깃허브 덕분에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이상적인 호혜적 커뮤너티가 가정하는 ‘기여자-사용자’ 외에 ‘소비자-사용자’의 정체성을 가진 참여자들이 증가하고 이들은 프로젝트 메인테이너(maintainer)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와 비난을 하면서 결국 호혜적인 메인테이너가 이 생태계를 떠나고 고용관계로 메인테이너를 쓸 수 있는 대기업이 이 빈자리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깃허브는 여러 물질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호혜적 실천을 유도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개발자의 이름과 행적을 남기는 기록과 수치화하는 계산 장치이다. 이런 계산 장치는 인류학자 마르셀 에나프가 말한 선물을 주고받는 이들이 이름을 남기고 ‘상호 인정’을 가능하게 하면서 서로에게 헌신하도록 한다. 시장경제에서처럼 거래를 종료시키는 것이 오히려 개발자들의 연결과 결합을 증식시키면서 호혜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글은 오픈 소스를 시장경제에 대항하는 대안적 커먼즈로 보는 흔한 관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며, 오픈 소스 개발을 이상화하기보다는 선물교환과 상품교환이 혼종되어 있는 물질적 실천(material practice)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였다.

⑦ 김철식 : 플랫폼 협동조합 사례 연구: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현상이 되었다. 시장 외부에 속해있던 유휴자원들을 중개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플랫폼 경제는 공유경제로 지칭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독점경제의 속성을 보여주었다. 독점경제에서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독점하며, 노동권으로부터 배제된 다양한 불안정노동을 양산한다. 이러한 독점경제로서의 상업적 플랫폼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인 라이프매직케어의 활동 사례를 분석했다. 독점경제로서의 상업적 플랫폼과 구분되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특징이 라이프매직케어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플랫폼 협동조합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라이프매직케어는 어떻게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검토했다. 라이프매직케어의 플랫폼 앱 개발 및 운영의 사례는 보킨이 지적한 플랫폼 협동조합의 중요 문제점들 즉 거버넌스와 기술, 성장, 자본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플랫폼 협동조합의 대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⑧ 임동균 : 한국 사회 상호작용의 문화적 문법과 호혜·협동
이 연구에서는 사회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 사회 시민들의 호혜와 협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특히 올해 사회조사에서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윤리 체계로 등장하고 있는 무해의 윤리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호혜, 협동, 신뢰, 연대의 태도 및 실천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있어 경험하는 심리적 부담이 가지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사회조사 자료의 분석 결과,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경우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부담이, 즉 타인들과 말을 섞기 싫거나 가급적 대면 상호작용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개인들의 타인들과 교류하는 문화적 대본을 좀 더 폐쇄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무해의 윤리를 좀 더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호혜성 관련 믿음과 태도는 더 강하지만, 실질적인 호혜적 교류의 실천에서는 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해의 윤리 변수들의 효과를 보면, 무해의 윤리(개인) 변수의 경우 가족이 아닌 그 외의 집단들에는 도움을 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무해의 윤리(평가) 변수는 가족의 경우에는 도울 의사를 높이나 이웃이나 특히 모르는 타인을 도울 의사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무해의 윤리에 모종의 원칙들이 있다면, 그것에 동의할수록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도움을 줄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무해의 윤리 원칙들은 실질적으로 상호작용에 대한 부담과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회피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 연구의 다양한 분석결과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같은 사회를 사는 타인들이 나의 삶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고 서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대상이 되고 있고, 그것은 호혜와 협동의 기반을 취약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그러한 기반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실천적 방안을 제시한다.

⑨ 임채윤 : 한국인의 친구 연결망과 호혜 및 협동의 태도와 실천 : 2018년 - 2022년 사회조사자료의 분석 결과
이 연구는 [21세기 한국사회의 호혜와 협동] 연구팀이 2018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설문조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한국인의 친구 연결망의 규모와 구성, 분포, 그리고 그 변화를 살펴 보고, 친구 연결망이 형성되는 조직적 중심점 (organizational focus) 에 따라 연결망의 성격, 사회적 교환의 내용이 어떻게 다른 지, 또 연결망의 구성과 호혜 및 협동의 태도와 실천 양식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알아 본다. 분석 결과 친구 연결망의 규모가 사회경제적 취약층에서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그 규모가 특히 노년층과 사회경제적 취약층에서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연결망의 구성에서는 학교 동문과 직장 동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특히 학교 동문의 비중이 높을 수록 내부집단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이 높은 결속형 사회자본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드물기는 하지만 이웃과 자발적 결사체에서 맺어진 친구의 비중이 높은 사람들은 외부집단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이 강했고,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 그리고 호혜적 경제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이웃과 자발적 결사체에서 형성되는 친구 연결망이 학교나 직장에서 맺어지는 관계에 비해 가교형 사회자본의 성격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다. 3차년도
1·2차년도에 참여했던 이가람은 불참하게 되었으며, KAIST 인류세 연구센터의 성한아가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진의 총 인원은 9명으로 2차년도와 동일하며, 3차년도 연구 또한 2차년도의 연구 진행 방식과 동일하게 4개의 대주제를 기준으로 하여 각 연구진의 관심 분야에 따라 9편의 연구 논문을 제출했다. 9편의 논문은 아래와 같다.

① 임동균 : 사회적 희망과 호혜·협동 : 사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2023년에 실시된 호혜·협동의 사회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바탕으로 하여 크게 두 가지 분석을 실시하였다. 하나는 사람들이 지닌 우리 사회에 대한 사회적 희망(social hope)이 호혜·협동 관련 태도와 실천에 미치는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번영(social flourishing) 개념의 구성 가능성의 탐색이다. 먼저 개인들이 가지는 사회적 희망이 호혜 및 협동 관련 태도 및 실천에 대해 가지는 효과는 기존의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양가적 속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사회적 희망감은 ‘조건적 친사회성’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발견하였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을 도와줄 혹은 도와주어야 하는 확실한 조건이나 필요가 제시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그에 기여하거나 참여할 의사가 높게 나타나지만, 비교적 추상적인 수준에서 재분배 정책에 대해 묻거나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인지 여부를 물으면 그에 대해서는 오히려 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인간 번영(human flourishing)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사회적 번영(social flourish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그 개념적 구성요소들을 살펴보고 설문을 통해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우리사회의 사회적 번영에 대한 인식이 높은 사람들은 보다 더 끈끈한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들은 호혜 및 협동 관련 다양한 흥미로운 후속 연구 주제들을 제시하였다.

② 임채윤 : 디지털 사회와 변화하는 호혜와 협동의 규범 및 실천 양식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우리 일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미디어에 의해 사회적 관계와 생활이 매개되는 사회의 미디어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인의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화가 얼마나 진행되었고 또 그 진행의 정도가 사회인구학적 배경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 지 살펴본다. 나아가 일상의 디지털화와 미디어화가 오프라인에서 대면 접촉과 상호작용을 통한 활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또 한국인의 신뢰, 호혜, 협동의 규범과 실천 양식과는 어떤 관련을 보이는 지 알아본다. <한국인의 호혜와 협동> 2023년 설문조사 분석 결과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이 이미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연령과 교육 수준에 따른 상당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 디지털화와 미디어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는 달리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의존이 오프라인에서의 대면적 일상활동을 대체하거나 신뢰, 호혜, 협동의 규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상보적인 관계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향성도 나타났다. 하지만 특정한 맥락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결과도 있어, 전반적인 경향성을 넘어서 구체적 맥락에서 디지털화와 미디어화가 사회 집단들 간에 가져올 수 있는 효과의 이질성에 주목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③ 신효진 : ‘작은 협동’의 경험이 가져온 개인의 변화 : 아이쿱생협의 성장과 조합원 활동가
본 연구는 아이쿱생협의 조합원 활동가들이 협동조합 활동 참여에서 비롯된 개인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아이쿱생협의 성장 배경과 조합원 활동가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이들이 경험한 협동과 자발적 참여가 어떻게 개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기여로 이어지는지 탐구하였다. 자기인식의 변화, 사회적 네트워크 확장, 경제적 자립성 향상 등이 협동조합 참여를 통한 개인의 변화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함께 고찰하며, 협동조합이 단순히 경제적 모델을 넘어 사회적 결속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한 조직임을 제시하였다.

④ 주영하 : 사회적 음식운동과 호혜·협동의 가능성3: 슬로푸드운동의 사례연구
이 글은 사회적 음식운동으로서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에 주목한 연구다. 필자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활동가 네 명과의 심층 인터뷰, 행사에 참여하여 관찰하는 연구 방법을 수행했다. 이 글에서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을 국가협회의 결성과 활동, 지부의 결성과 활동, 국제본부와 국내 먹거리운동 단체와의 연대를 다룬다. 이를 통해서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에 담긴 호혜와 협동의 양상을 살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회원 가입 양상은 ① 시민 교육을 통한 회원가입 ② 친환경 음식 운동 혹은 친환경 농업 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자발적으로 회원가입 ③ 기부금 납부로 생각하는 회원 ④ 본인의 생산 및 판매 활동에 슬로푸드운동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회원가입 ⑤ 기업 회원 등이다. 하지만 회원의 숫자는 2023년 10월 약 1,5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활동가와 회원들은 자신과 주변인의 식습관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증진하는 데 슬로푸드운동의 목표를 두고 있다. 호혜와 협동의 측면에서 보면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지부는 ‘느슨한 공동체’로 볼 수 있다. 회원들은 가능한 정치적 논의를 피한다. 그래서 지부의 회원들은 ‘무해의 호혜’를 실천하는 편이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지부는 지부 결성의 계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지원을 받는 울릉지부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고 회원들 사이의 유대감과 연대가 강하다. 파주지부를 비롯한 많은 지부가 지부장의 활용 역량에 따라 활동의 다소가 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은 선거에서 선출되는 시민 대표, 공공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행정관료, 그리고 슬로푸드운동에 참여하는 회원이 함께 운영하는 일종의 거버넌스(governance) 형태를 띤다.
하지만,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은 생협운동, 로컬푸드운동, 친환경급식운동 등과 같은 시민운동과 동등한 위상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슬로푸드운동이 한국의 사회적 음식운동 전개 과정에서 뚜렷한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이탈리아와 달리 지역 사회 내부의 연대가 매우 약하다는 점도 슬로푸드운동에서 지부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한국의 슬로푸드운동이 이탈리아에서처럼 영향력 있는 사회적 음식운동이 되려면, 지부 회원 상호 간에 친목을 넘어 끊임없는 논쟁과 대외적 캠페인 참여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⑤ 최종민 : 일본 시민들의 수도권 시민발전소 운영을 통한 호혜와 협동 실천 - 한국 에너지협동조합과의 비교 -
이 연구는 한국과 일본 각국에서 시민들이 참여하여 주도적으로 건설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시민발전소) 운영 사례를 비교하였다. 이를 위해 일본의 시민발전소 운영단체 실무진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심층면접 결과, 일본 시민들은 시민발전소 운영을 위해 자본의 협동, 부지의 협동, 노동의 협동 등을 실천하고 있었으며, 지역과도 호혜와 협동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활동의 주된 목표로 하고 있었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시민사회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므로, 시민발전소 활동도 네트워크 확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FIT, 전력자유화와 같이 시민발전 사업 시작의 계기가 되었던 제도들이 현재는 사업 전개에 지장을 주는 측면이 컸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면, 먼저, 원전사고를 계기로 발현된 에너지 시민성은 양국에서 차이는 없었다. 다만, 시민들의 실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제도적인 환경이었으며, 이것이 활동 형태와 현황에 차이를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일본의 시민발전소 운영은 한국에 비해 신뢰, 공감, 기여 욕구와 같은 호혜성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이 필요한 환경임을 규명하였다.

⑥ 성한아 : 알아차림의 기술, 철새 모니터링 : 간척 이후 천수만의 인간-철새 호혜 관계 연구
이 연구는 인간과 인간관계에서 주로 논의되어 온 호혜 관계를 인간 너머의 관계로 확장하여 적용하기 위한 전 단계로서 인간 사회 밖의 존재인 야생 동물인 철새를 인간 공동체의 일원으로 들여오는 사회적 실천을 발굴하는 데 그 목적이 두었다. 호혜 관계에 비인간 존재를 끌어들일 때 핵심이 되는 문제란 인간 너머의 존재가 교환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가능한 존재로 등장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비인간 동물을 호혜 경제의 일원으로 포함해 분석하는 일은 사회성을 인간 너머의 관점에서 확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매년 겨울 철새를 위해 먹이를 나누고, 철새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호혜 관계를 형성해 온 지역인 천수만에서 철새를 주체로 존재하도록 하는 사회적이고 물질적 실천을 드러내기 위해 인터뷰와 참여 관찰을 통해 철새와 천수만의 주민들이 어떻게 실제로 만나고 있는지 탐구했다. 천수만은 한국에서 간척이라는 대대적인 환경 변화 이후 논이라는 인공경관을 조성한 이후에서야 철새를 지역의 일원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천수만에 조성된 독특한 인공 경관을 철새가 도래하는 장소로 읽기 시작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알아차림의 기술(Tsing, 2015)로서 철새 모니터링이 비인간 동물인 철새를 천수만이라는 지역에 스스로 도래하여 머무는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⑦ 김철식 : 플랫폼화와 호혜․협동: 웹툰 플랫폼 사례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고 산업의 플랫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만화산업에 웹툰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이 장에서는 온라인 웹툰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호혜와 협동 양상을 플랫폼 도입 이전 만화산업에서 나타난 그것과 비교분석했다. 웹툰이 만화산업의 주요 사업모델이 되면서 만화산업은 창작자와 제작사, 유통사, 소비자가 선형적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 구조에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적 행위자들이 결합됨과 동시에 이들이 플랫폼에 실질적으로 종속되는 팬옵티콘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소수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작가와 다양한 CP 업체, 중소 전문형 플랫폼과 시장지배적 거대 플랫폼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그 가운데 빈번하게 참여자가 생성, 소멸하는 역동적인 관계 구조가 나타났다. 웹툰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호혜성의 특징을 보면, 창작 협업 시스템이 공식화 체계화되면서 이전의 도제 시스템에 근거한 열린 호혜성이 닫힌 호혜성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러한 닫힌 호혜성이 노골적인 경쟁관계로 전이되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한편, 최소수익보장제도나 작가 육성 인큐베이팅 제도 등에서는 열린 호혜성의 특성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이 다시 착취관계로 전이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기존 호혜성의 양가적 특징들이 플랫폼화 이후 웹툰산업에서 재생산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만화산업에서 플랫폼화는 문화생산을 민주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을 재생산하거나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⑧ 한도현 : Industry 4.0 시대의 호혜·협동과 메이커스페이스 : 사례비교
Industry 4.0 시대의 과학기술은 사람들의 호혜와 협력의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커 운동 (maker movement)과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의 등장을 들 수 있다(허시버그 등 2018;von Hippel 2005; 이승민 2017). 󰡔메이커스페이스 사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메이커스페이스는 필수적이라고 적고 있다(서혜진 2022: 339). 동 사전은 메이커 스페이스를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 도구를 갖추고 커뮤니티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제조혁신과정과 메이커 문화를 시물레이션 하는 디지털 제작소’라고 규정한다(서혜진 2022:4). 커뮤니티, 공유,협업 등의 단어들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의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 메이커스페이스는 미국의 Do-It-Yourself 문화의 연장선에서 창의적 활동,제작,협업,교류가 일어나는 제작공간이며 디지털 시대에 3D 프린팅 기술 등 관련 기술의 발전과 장비의 저렴화 덕분에 더욱 확산되었다. 물리적 공간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호혜와 협업, 개방과 공유, 새로운 제조(manufacturing) 등과 관련되어 메이커와 메이커 스페이스는 호혜와 협동의 사회학의 관심대상이 된다.
우리는 기존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들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사회문화적 장으로서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민간주도로 여러 개를 만들어 판교테크노벨리의 창업생태계를 사회문화적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생태계는 현재의 다양한 창업지원사업과도 긍정적 시너지를 형성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공하는 여러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지방정부,민간 등이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 숫자도 많고 다양하다. 창업을 포인트로서 개인이나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이커들 사이의 공유,협력,상호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간 즉 메이커들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⑨ 하대청 : 선물경제 위의 인공지능 : 깃허브 코파일럿과 오픈 소스의 자산화
최근 ChatGPT 등장 이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인류 공통의 지적·행성적 커먼즈가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발자들이 무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스 코드가 AI를 학습시키는 훈련데이터로 사용되었던 사실을 두고 지적·생태적 커먼즈가 거대 기술기업의 자산으로 추출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 글은 2021년 출시된 자동 코드 완성 AI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조사하면서 오픈 소스와 같은 온라인 선물경제와 AI 기술 산업이 맺는 관계를 탐색하고자 한다. 비판자들이 흔히 주장하듯이 오픈 소스 활동이 상업화되면서 변질되었다고 보는 관점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오픈 소스 공동체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보는 이 글은 대신 개발자들의 도덕경제에 주목할 것이다. 경력있는 오픈 소스 개발자들을 면담하면서 저자는 오픈 소스 공동체에는 자유주의, 호혜성, 능력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도덕경제가 작동하며 이 도덕경제가 오픈 소스를 기업 자산으로 만드는 촉진자로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익숙한 지적 재산권을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도덕경제에 의존하는 최근의 AI 기술과 산업은 사유화에 매진하기 보다는 오히려 커먼즈 생산을 장려하고 활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런 특성을 가진 AI 기술과 산업을 ‘선물경제 위의 AI’라 부르면서 이것이 갖는 여러 함의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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