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한국-스페인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번 한국학 클럽 코너에서는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Alvaro Trigo Maldonado 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이성미 명예교수 사진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에게 교수님의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언어학과 동아시아학 석사를 졸업한 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역사와 문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알 바로 트 리고 말도나도(Alvaro Trigo Maldonado)입니다. 졸업 후에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2년 동안 한국어-스페인어 번역을 공부했고, 다시 스페인 고향으로 돌아와 채만식 문학에 대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저는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교직 및 연구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졸업생으로서 온라인 소식지에 인터뷰 기사 내용을 담게 되어 영광입니다.


Q2. 현재 교수님은 한국 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왕성한 활동을 많이 하시는데요. 특별히 한국 문학 번역을 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또 최근에 번역한 것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한국 문학 번역물

[그림 1] Alvaro Trigo Maldonado 교수가 번역한 '바깥은 여름','개와 늑대의 시간', ‘남한산성’ 스페인어판.


  우선, 제가 한국 문학 번역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많은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사를 졸업한 후,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력을 좀 더 높이기 위해 2년동안 한국문학번역원 정규 과정에 참여하며 다양한 작품을 접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문학 작품을 반드시 한 개라도 번역하고 싶은 욕심과 열정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계기는 스페인에서 한국 문학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문화에 담긴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스페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스페인에서는 한국어를 연습 할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번역을 통해 좀 더 배우고 도전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번역가로서 독자 후기를 읽고 한국과 스페인 문화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바깥은 여름>이라는 김애란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세월호 참사 후에 쓰신 작품이라서 슬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요,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교훈과 의미가 굉장히 깊게 녹아들어있어 번역 과정이 아주 뜻깊었습니다.


Q3. 2013년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전공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에게 대학원 시절의 학창 생활과 전공 공부,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이 교수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학창생활을 보낸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제게는 중요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매우 특별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네요. 우선 한국학대학원의 캠퍼스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시 학생들끼리의 공동체 의식이 타 대학보다 강했고, 또 학생들끼리 서로 도우며 지내는 분위기가 있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성남시 운중동에서 대학원 친구들과 점심과 커피를 마시며 토론하기도 하고, 또 함께 어울려 여러 곳을 다니며 좋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한국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러 온 친구들이 많았기에 한국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전공 지식을 공통 분모로 삼아 서로 강한 동기 부여를 해주며, 한국학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심도있게 나눌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한국학대학원 시절 사진

[그림 2] 한국학대학원 캠퍼스 및 대학원 생활 모습


   특히, 대학원 시절 교수님들과 함께 했던 답사는 수업 시간에 배운 곳을 직접 볼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답사 지역을 별도로 갔더라면 조금은 힘이 들 수 있었을텐데 학교에서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캠퍼스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또 도서관을 자주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렸던 한국의 여름날을 저는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졸업 후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대학원 시절 함께 공부했던 그 소중한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며 지냅니다. 당시에는 정말 영원할 것만 같던 그 때 그 시절은 제 인생의 소중한 추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 추억을 선사해 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저는 항상 감사를 표합니다.


Q4. 최근 K-Culture, K-Pop 등 전세계적으로 한국학의 세계화가 큰 화두인데요. 최근 스페인에서 학생들의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이며, 스페인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느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살라망카대학 한국문화축제

[그림 3]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문화축제 "Korean week" &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


  저희 살라망카대학에는 학생들이 한국학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로 입학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생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신입생들이 K-Pop 및 K-Drama, 그리고 K-Movie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와 한류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격하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문화의 인기는 제가 처음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을 저는 매우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덕분에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몬드> 나 <82년생 김지영>와 같은 한국 문학이 스페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이미 한국 문학에 대한 인기 변화를 입증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살라망카대학 한국문화축제

[그림 4] K-Pop, K-Culture, K-Food 관련 학생들의 학술행사 및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활동 모습


살라망카대학 한국문화축제

[그림 5] 학술행사에서 '한국-스페인 국가 관계'에 대한 주제 발표 모습


Q5. 앞으로 해외한국학자이자 문학 번역가로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계획을 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학자로서 현재 제가 하고 있는 분야의 연구와 교육활동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능한 한 한국 문학 및 번역 관련자분들과 연락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작년에 저는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고 그 덕분에 몇몇 작가들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 번역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더불어 좋은 작품을 스페인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2023년도 한국학중앙연구원 펠로십 프로그램(AKS Fellowship)을 지원해서 선정되었는데요. 이번 여름에는 다시 한번 한국학중앙연구원에 3개월 머물면서 'Modern Korean Literature focusing on Chae Mansik's the chameleon arche type of character represented in his satirical works'라는 주제로 채만식 문학에 대한 연구를 심도있게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미 채만식 문학책 한 권을 번역해 출판했으며, 이번 여름 프로그램을 통한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 수집을 토대로 두번째, 세번째 책도 스페인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 및 이 글을 보시는 연구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중 저와 유사한 연구나 관심 주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연락주시면 공동 연구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한국학 연구자분들께 기회가 된다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과 해외한국학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보시라고 권유드리고 싶습니다.저도 마찬가지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한국학 연구, 교육 활동에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서없이 많은 내용을 말씀드렸는데요. 제 작은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학생들과 연구자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