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일기

팬데믹 속 문학의 역할

권미 사진
권 미
(중국, 정치학 전공)

코로나 상황이 어느새 2년 째 접어가는 중이다. 답답하기만 하던 마스크도 이젠 적응이 됐고 ‘Zoom University’에 다닌 지도 벌써 4학기다. 코로나 진단을 위해 코도 여러 번 뚫렸고 부작용을 참아가며 백신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각 나라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봉쇄했다가 해제했다가 또 재봉쇄하고... 이런 반복의 끝에 각 정부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일상 회복이다. 한국도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적극적으로 일상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확진자 수에 과연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에게 돌아갈 ‘일상’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2년 간 전 세계 인류를 유례없는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 팬데믹 시대를 진단한 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각 국의 정치, 경제상황, 외교상황에 대한 분석이나 보건 의료 상황에 대한 폭로 등에 관한 책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설은 가장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래에서 두 편의 단편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쓰지 않을 이야기』에 수록된 조수경의 「그토록 푸른」은 코로나 시대 가장 취약한 노동 현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1살의 여주인공 주소영은 여행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새벽 배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은 손과 발끝에 감도는 푸른빛으로부터 시작되는 전염병이 돌게 되는데 소영도 자신의 몸에서 전염병의 증상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숨기고자 한다.


진료소에 가면 당장 물류센터가 폐쇄되겠지. 그리고 기사가 나겠지. 언젠가 팀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절대 확진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 물류센터가 폐쇄됐을 때의 피해액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해 경쟁 업체에 고객을 빼앗길 때 생길 손해까지 따져보면 절대로 확진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의 속뜻은 ‘예방’이 아닌 ‘침묵’처럼 느껴졌다. (『쓰지 않을 이야기』, 아르테, 2020, 43쪽)


그녀는 팀장의 말을 되새기면서 여전히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출입 문진표의 증상유무 항에 ‘아니오’를 체크한다. 그녀는 일을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녀한테 있어서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매달 꼬박 나가는 월세와 신용카드 납부금이다. 이 소설은 전염병의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서 일을 나가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인간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팬데믹 시대 사회경제 시스템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다.


펜데믹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에 수록한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 SF소설이다. 소설은 발음하면 침이 튀기 마련인 한국어의 거센소리와 된소리 일부가 없어진 22세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격리실습 코스를 이수 중인 역사학과 대학원생 ‘나’는 ‘ㅊㅋㅌㅍ’를 자유자재로 말하고 경기장에 침을 뱉는 2020년의 야구선수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2020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던 2019년의 삶을 비위생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20년은 혐오가 재생산되던 시기이며 바로 앞 시기와 아주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거리를 두는 시대임을 역설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비말로도 전파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빗댄 비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설은 때론 잔인하게 때론 코믹하게 우리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팬데믹 하에 우리의 세계는 파괴되었고 우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팬데믹이 초래한 결과를 직시한다는 것은 마치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처럼 위험하고 절망적이지만 소설은, 문학은 그리고 문자는 우리가 이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견디어 냈고 또 그러지 못했는지를 기록하고 기억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이나 심오한 생각들도 발견해줄 것이다.


소설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들며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상상력을 부여해준다. 문학이 없는 세계는 메마른 사막이 되고 말 것이다. 문학은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와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고,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이다”(스탈린)라는 말은 매일 누적되고 갱신하는 확진자 통계에서부터 개인의 이야기로, 즉 개개인의 특별함에 주목하게 만든다.


문학은 우리를 ‘인간’이라는 큰 집합명사에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활기차고 개성 있는 단 하나의 ‘나’로 만든다. 여기에 문학의 힘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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