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기록유산

안동 수곡 전주유씨 무실 종가 전적 간찰류 지질(紙質) 분석(分析)

지주연 사진
지주연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부전문위원

안동 수곡 전주유씨 가문은 안동지방의 대표적 사족(士族)으로서 수많은 학자가 배출된 명문가이다. 인근 의성김씨, 영해, 영덕의 재령이씨와 더불어 퇴계의 영남학맥을 계승한 핵심 가문이기도 하다. 본원 장서각에서는 1994년 전주유씨 수곡종택의 고문서를 최초로 수집하였으며 1997년 수집 정리를 완료하였다.

안동 수곡 전주유씨 전적은 교령류(敎令類), 소차계장류(疏箚啓狀類), 첩관통보류(牒關通報類), 증빙류(證憑類), 명문류(明文類), 서간통고류(書簡通告類) 등 다양한 유형의 고문서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서간통고류는 1800~1900년대 자료가 주종을 이루는데 이 중 약 500건이 간찰이다. 이 중에는 학문, 정치적 비중이 높거나 자료적 가치가 높은 간찰이 존재하며 주로 선대(先代) 또는 문중의 중대사를 상의하는 내용이 많다. 형태적으로 간찰의 내지(內紙)와 피봉(皮封)이 완전히 잔존하는 경우도 보이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여 발급자, 수취자가 명확히 파악되며 이는 당시 시대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보존처리에 앞서 정밀상태조사를 통해 대상자료에 대한 특성은 정확히 파악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보존처리시 적용되는 재료의 선택과 처리방법을 고민할 수 있으며 처리 후에도 육안상 이질감을 줄이고 유물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고전적 보존처리사업은 장기적으로 장서각 소장 고문서의 종이 특성에 관한 정밀 조사와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주유씨 수곡종택은 대량의 간찰을 소장한 가문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처리에 앞서 지질 조사를 위하여 수집한 수곡종택 간찰류의 종이섬유샘플 재질 분석 사업을 통해 해부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일반적으로 지류 유물의 종이 조사 방법에는 육안적, 물리적, 화학적, 광학적 방법 등이 사용된다. 종이의 두께, 무게, 크기를 조사하여 밀도, 평량 확인을 통해 종이의 치밀함, 도침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종이에 나타난 발끈폭, 발촉수를 측정하여 종이 제작 기법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pH(산성도)측정을 통해 종이의 열화 정도를, 색도 측정을 통한 변색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조사 방법 중 광학적 방법을 통해 종이 섬유의 형태학적, 해부학적 특징을 파악하는 C-stain 정색반응법을 소개하고 이 방법을 적용한 전주유씨 수곡종택 간찰류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C-stain 정색반응법은 종이에서 채취한 미량의 시료를 분산시켜 특수한 시약 처리를 통해 섬유의 종류에 따라 특유의 색으로 염색되는 성질을 이용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섬유 식별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섬유를 염색한 후 광학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며 섬유 형태에 따라 섬유형상, 염색에 따른 섬유 색상, 세포벽의 두께, 내강경, 유세포, 섬유장, 섬유폭 등으로 종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수곡종택 간찰류의 조사 시 시료 채취는 건식클리닝시 채취된 미량의 시료를 사용하였으며 문중의 동의를 얻어 수행하였다.


1744년 권상일(權相一) 간찰(簡札) 1744년 권상일(權相一) 간찰(簡札) 1744년 권상일 간찰은 섬유를 감싸는 투명막(transparent membrane)과 섬유의 마디(cross-marking)가 관찰되며 섬유끝이 둥글고 적갈색을 나타내므로 한지의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닥나무 인피섬유로 확인된다. 또한 목재펄프인 침엽수의 특징인 유연벽공(有緣壁孔)이 관찰되어 닥섬유와 침엽수가 혼합된 종이로 추정된다.


유월오일(六月五日) 19세기말~ 20세기 초 유종준(柳鍾駿) 간찰(簡札) 六月五日 19세기말~ 20세기 초 류종준(柳鍾駿) 간찰(簡札) 유월오일(六月五日) 19세기말~ 20세기 초 류종준(柳鍾駿) 간찰(簡札) 섬유에서는 침엽수의 특징인 유연벽공이 존재하는 다수의 섬유와 투명막(transparent membrane)이 없고 마디(cross-marking)가 존재하는 삼지닥, 표피세포(epidermis)의 존재와 형태로서 짚 펄프를 포함한 종이로 판단된다. 또한 섬유길이가 짧고 피프릴화(fibril)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고해(beating)과정을 거친 섬유로 보인다. 또한 투명막(transparent membrane)이 존재하고 섬유에 마디(cross-marking)가 관찰됨으로서 닥섬유도 포함된 종이로 추정된다.


1875년 유지호(柳止鎬) 간찰(簡札) 1875년 유지호(柳止鎬) 간찰(簡札) 1875년 유지호 간찰의 섬유에서는 유세포가 관찰되었으며 폭이 좁고 투명막이 없으며 밝은 올리브색상을 나타내는 섬유 내강의 형태로 보아 삼지닥 섬유와 침엽수에 비해 섬유장이 짧고 도관(vessel)과 유세포가 관찰됨에 따라 활엽수 섬유가 혼합된 종이로 추정된다.


1921년 유중식(柳中植) 간찰(簡札) 1921년 유중식(柳中植) 간찰(簡札) 1921년 유중식 간찰의 섬유는 침엽수의 특징인 유연벽공(有緣壁孔)과 가도관(tracheid)이 관찰되며 길이가 짧은 섬유들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목재펄프인 침엽수 펄프만으로 제작된 종이로 판단된다.


1874년 유지호(柳止鎬) 간찰(簡札) 1874년 유지호(柳止鎬) 간찰(簡札) 1874년 유지호 간찰의 섬유는 다수의 유세포와 도관요소가 관찰되며 닥섬유에 비해 섬유길이와 폭이 짧고 좁다. 또한 마디가 없고 섬유끝이 뾰족한 형태를 가지는데 C-stain 정색반응 시 청회색을 나타내어 대나무 섬유[竹紙]로 판단된다.


실제 지질 조사 결과 전주유씨 수곡종택 간찰류는 주로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섬유로 이루어진 종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닥섬유 외에도 쇄목펄프인 침엽수가 혼재되어있는 경우를 다수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간찰류의 경우 1800~1900년대 후반 자료가 대부분이며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종이 제작에 있어 쉽게 공급이 가능했던 목재펄프인 침엽수 섬유가 함께 사용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류유물의 섬유식별법만으로는 종이의 특성을 완벽히 판별하기 어렵다. 특히 미량의 시료를 채취하여 지질을 조사하는 방법은 섬유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은 유물의 경우 분석결과만으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양의 시료와 섬유의 전체 길이와 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존처리시 비파괴적 분석방법을 지향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아무리 미량이라 하더라도 시료 채취의 부담이 있는 편이다. 따라서 해부학적 분석법 외에도 다양한 조사방법을 적용하여 다각적 시선에서 종이의 특성을 판단해야 한다.


참고문헌
『고문서집성 44 -안동 전주유씨편』